주전자 바위 * 권 천 학
아버지는 늘 아름다운 모습으로 취해 있으시다
빈 주전자를 들리운 채 등 떠밀려 내닫던 유년의 골목길엔 눈물이 그렁그렁
출렁이는 바다를 품어 안고 휘청휘청 출렁이는 세월을 노 저으시던 아버지
주전자 속의 꿈을 조금씩 따루어 마시며 가슴을 비워내시고 바람 소리 가득 허무를 채워가며 세상을 둥둥 떠다니시던 아버지 오늘도 푸른 바다 위에 두둥실 빈 주전자로 떠서 눈물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취해 있으시다
*주전자 바위-홍도에 있는 주전자 모양의 바위. 용왕이 심해의 충신들에게 큰 잔치를 베풀어 줄 때 쓰던 술 주전자라는 전설이 있다.
<메모> 아버지, 당신의 이름은 오랜 세월을 견뎌온 화석의 이름입니다. 아버지, 당신의 이름은 아름답게 흘러흘러 바다를 이루는 유장한 역사의 이름입니다. 아버지, 당신의 이름은 어릴 적 캄캄한 하늘에 떠서 고개를 들고 쳐다보게 한 별이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이름은 천천히 달구어지는 용광로의 이름이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이름은 어린 아이의 지팡이가 되어주셨던 묵은 지팡이였습니다. 그리고 눈물 그렁그렁, 가슴 먹먹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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