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覺) -12월을 깨닫다
權 千 鶴
수레 짐이 무거워 덜고 덜어가면서 끝내 다다른 길 끝 등마루 섣달 여벌 옷 조차 없이 가파르게 선 흰 소 한 마리
오르면 닿으리라 믿었던 하늘 또다시 저만큼 서 있고 숲도 구름도 그 아래 여여하다
바퀴 아래 깔린 시간들이 시퍼렇게 일어서는 모서리에 마지막 짐 내려놓고 보면 결국은 처음도 끝도 한 타래이므로 언제나 발 디딘 그 자리가 한 복판인 것을
고삐에 매인 마음조차 풀어버리고 훠어이~ 큰 숨 한 번 몰아 뿜어내고 보면 뿔 달린 짐승도 또한 여여하다
<메모> 12월이면 언제나 들썩인다 그러나 차분해진다. 12월이면 언제나 쓸쓸해진다 그러나 뜨거워진다. 12월이면 언제나 텅 비워진다 그러나 가득 채운다. 12월이면 끝이다 그러나 시작의 시작이다. 마침내 조용히, 깊게 눈을 감고 깊게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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