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불상 앞에서 * 權 千 鶴 -부처꽃
법대로 살게 해 주십시오 법 없이도 살게 해 주십시오 본디 땅에 발붙이고 사는 척추동물 답게 하늘로 머리 두고 살게 해 주십시오 굽은 길 위에서도 반듯하게 걷고 자갈 박힌 마른 길가에 자잘한 꽃 피워 올릴 줄 알게 하시고 조금은 모자라게 채우는 재미로 만족하며 살게 해 주십시오 겁 없이 올라서다가 꺾이지 않게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기력을 주시고 사는 것이 부질없음을 깨달음이 헛것임을 그러나 그 모든 헛것이 헛것이 아님을 드디어 깨닫게 해 주시고 행하게 해 주시고 중생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보살행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한눈 팔 때 따끔하게 내려칠 낭창낭창 회초리 한 개 주십시오
<메모> 삶이,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는 밑 빠진 항아리 같을 때가 있다. 써도 써도 사라지지 않는 화수분같이 여겨질 때도 있다.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마디 없는 시공 위에 줄금을 새기고 마디를 만들어놓고, 그 눈금에 얽메이고 마디에 얽메인다. 용량초과, 한계초과… 초과하지 않거나 낭비하지 않아야 하니까. 그렇게라도 해야 정신 놓지 않고 살 테니까. 어찌 보면 그냥 살면 되는 삶처럼 쉬운 일도 없다. 그 쉬운 일, 그냥 사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것이 바로 자연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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