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숨들끼리 * 권 천 학 -앉은뱅이 채송화
토막토막 잘린 몸둥이 땅에 묻으면 또다시 피가 돌고 함께 잘린 조각들을 모아 다시 여는 새 날 소중한 목숨들끼리 도란도란
작으면 작은 대로 상처로 남아야 하는 이 시대의 아픔 마다 않고 함께 하는 낯익은 얼굴들 보통의 목숨들끼리 다둑다둑
가난마저 감사하는 도타운 마음 작은 키 맞추어나가는 마디마디에 웃음으로 찍히는 낮은 음자리 낮은 목숨들끼리 낮게낮게
<메모> 가끔 오래 된 골목을 지나가 볼 일이다. 어제의 내 모습이 거기 있을 것이니. 챙이 낡은 모자를 쓰고, 발목이 시어 멈추어 서서 기대었던 키 작은 나무가 지금은 키를 넘고, 허름했던 청바지, 뒷굽이 접힌 운동화, 길모퉁이 못 박힌 채 서 있는 쓰레기통. 줄 끊어진 기타가 아직도 버려진 채 지나가는 바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바람을 만나면 행여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허름해진 삶이 때마침 기우는 햇살과도 잘 어울려 편안해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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