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쓰레기는 아름답다

천마리학 2009. 10. 28. 11:37

 

 

 

쓰레기는 아름답다

 

權 千 鶴 (시인)

 

 

 

 

 

 

 

섣달그믐 무렵

일 년 내내 모아진 각종 영수증을 정리할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곧 빚지는 일이고

쓰레기를 만드는 서글픈 노동이고

나도 세상을 더럽히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통증 때문에 일어나는 스파크

100볼트의 전류가 일으키는 심장발작

 

해마다 섣달은 오고

나는 여전히 쓰레기 속에서 앓고

 

사십 넘어 찾아온 어느 섣달 무렵

머릿속에 반짝 불이 켜지면서

심장으로 흐르는 전류

세상은 쓰레기로 하여

깨끗해질 수 있음!

 

충분히 쓰이고 떠나는 희생으로

세상이 아름다워짐!!

 

미련 없는 한 생애의 끝에서

다비장으로 향하는 순종과

재활용의 미덕으로

우리들 삶이 비로소 맑아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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