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77-8월 14일 일-유망한 레퍼 아리와 단짝친구 제이든

천마리학 2009. 9. 10. 06:08

 

        할머니랑 아리랑 477

 

 

 

 

*8월 14일 일-유망한 레퍼 아리와 단짝친구 제이든.

 

 

 

 

아리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데도 가끔씩 용감해지곤 하는 걸 알지. 물론 할머니와 단 둘이 있을 때나 엄마 아빠가 있을 때 기분이 좋거나 자기의 일에 빠질 때는 용감하게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그래서 할머닌 늘 아리 네가 사람들 앞에서도 용감해지길 바라고 이렇게 저렇게 유도하곤 하지만 잘 안되기도 해.

 

아리의 걷는 모습, 아리의 노는 모습, 뭔가를 표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마치 레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단다. 네가 몸을 양쪽으로 찟딱찟딱 흔들면서 걸으면서 하는 손동작을 보면 영락없이 레퍼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래서 가끔 너의 청소년기를 상상하곤 하지.

 

우리 함께 외출하여 거리를 걸을 때, 넌 가끔 너 혼자만이 아는 표현을 하면서 열심히 몰두하곤 하지. 그렇게 거리공연을 할 땐 수줍음 같은 건 아예 없어. 그저 열심히, 할머니도 못 알아듣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춤도 추고, 뭔가를 열심히 표현하는 동작을 하곤 해.

 

 

 

 

 

아리와 단짝 친구 제이든

 

 

 

 

유심히 보면 네가 데이케어에서 뭔가를 배운 것을 재연하기도 하고, 또 유튜브에서 본 것을 재연하기도 하는 것을 알 수 있어.

“썬데이 먼데이, 튜스데이 웬데이, 써어데이 푸라이데 앤 쎄터데이~~ 올 데이 롱~~~”

하기도 하고,

(할머니가 열심히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하고 한국말로 해주지만 왠일인지 이 대목에선 관심이 없다.)

“후저프레잇 픽까풋~~ ”

(이 부분은 ‘후즈 어프레이드 빅 베드 울프’로 고쳐주면 눈을 깜빡거리며 듣곤 한다.-여기서 할머니가 ‘핑크 궁뎅이! 혹은 피그 궁뎅이!’ 하면 아주 좋아 웃음을 터트리곤 한다. 두 마리의 핑크색 돼지가 노래 부르다가 울프에게 쫒겨 집으로 도망가서 급하게 침대 밑에 숨어 궁뎅이만 보이는데, 이 부분에서 할머닌 ‘궁뎅이! 꼬리!’ 하고 아리에게 각인시켰더니 아주 재미있어하는 아리는 그 부분만 나오면 ‘꼬리!’라고 말한다. 그래서 ‘궁뎅이~’라고만 해도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재미있어 한다.)

 

 

오늘 오후 데이케어에서 너를 픽업해서 나올 때 마침 제이든의 아빠도 제이든을 픽업하는 참이라 건물 안쪽의 문으로 함께 나오게 됐지.

네가 스트롤러에 탄 제이든에게 다가가더니 뽀뽀를 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오는 거야. 그런데 뽀뽀를 받은 제이든이 너랑 놀고 싶어서 스트롤러에서 내리겠다고 떼를 쓰는 거야. 할 수 없이 제이든 아빠가 제이든을 스트롤러에서 내려줬지. 그랬더니 너와 제이든은 문밖으로 뛰쳐나가서 건물 안 로비에서 뛰어 놀기 시작하는데, 달리고, 뒹굴고, 뛰어내리고, 도망가고, 뒤쫒고…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비켜가며 웃어주곤 했지. 그 모습이 좋아서 할머닌 지켜보고 있는데 제이든 아빠가 시간이 없었나 봐. 제이든에게 가자고 하더니 싫다는 제이든을 억지로 붙잡아 스트롤러에 태우니까 제이든이 큰소리로 울며 떼를 썼지.

“제이든 크라잉!”

아리가 못내 아쉬운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면서 하는 말이었어. 우린 밖으로 나왔지. 나오자마자 아리 넌, 쏜살같이 건물 앞 화단 사이를 오가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지. 마치 가버린 친구를 잊어버리기 위한 것처럼.

중얼중얼, 손짓몸짓을 해가며 큰소리로 노래 부르고 춤추는 아리. 아마 오늘 배운 것인 모양인데 할머닌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신이 난 아리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 아리는 역시 유망한 레퍼야.^*^

평소의 부끄럼 타는 성격도 사라지고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는 아리.

 

 

 

 

아리와 제이든 그리고 미쓰 캐런

 

 

 

 

 

 

드디어 아리의 거리공연이 시작된 셈이지.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너를 보고 웃곤 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몰두하는 네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귀엽고… 할머니를 행복으로 황홀하게 만든단다. 이런 네 모습을 엄마가 보면 얼마나 행복해할까? 지금 멀리 있어서 못 보는 것이 너무나 아까워.

 

아리!

할머니 생각엔 아무래도 네가 청소년기가 되면 아주 근사한 레퍼가 될 것 같아. 꼭 그것만이 아니라도 언제든 너에게 새로운 물결이 되는 문화적인 감각을 가지고 그때 그때 세상 속에서 춤추며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된다면 다 좋아! 그렇게 몸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자라기를 너를 사랑하는 가족들은 바란단다. 알았지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