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시칼-유치한 정치 쇼를 보는 느낌

천마리학 2009. 8. 2. 06:59

 

 

 

                               

                       유치한 정치 쇼를 보는 느낌

 

 

                                 권 천 학(시인)

 

 

 

엊그제 신문에서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일반인이 사진을 찍도록 포즈를 취해주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오늘, 또 다시 이문 1동의 골목상가 주민자치센터에서 주민들과 함께 탁구를 치는 사진을 보았다. 29일, 한반도 대운하 사업 포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후의 일이다. 그런데 처음 휴게실에서의 사진을 보는 순간 실소를 글할 수가 없었다. 저 유치한 짓을 신문은 왜 할까? 왜 저 사진을 실어야할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독자와 국민을 여전히 무시하고 있구나 했다. 그러다가 두 번째로 골목주민들과 탁구 치는 사진을 보면서도 마찬가지. 저런 사진은 안 나오면 안 될까? 지금이 어느 땐데, 왜 우리 대통령을 하릴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할까? 대통령의 뜻이건 신문사의 뜻이건 간에 참 유치한 발상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국정을 이끄느라 곤욕을 치르고 진땀을 흘리느라 사진 찍힐 틈이 없어야 한다. 저렇게 한가해 보이는 어색한 제스쳐의 사진 대신 새로운 이슈와 새로운 정책과 새로운 해결책들이 나오기를 원한다. 그런데 떡볶이집 방문은 또 왠 일? 참 몰라도 너무 모르고,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 유치한 정치 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우리 대통령의 손가락을 쳐들고 웃는 모습의 사진 위에 이상하게도 며칠 전에 신문에서 보았던 이란 대통령 당선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왜 그럴까?

 

내가 아는 이란인 이민자 나심은 30대의 여성으로 영양사이다. 자기 의견이 강하고 적극적인 그가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잠을 못 자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자기나라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부정선거로 혼란을 겪고 있는 이란사태를 뉴스를 통해서 알고 있기도 했고 또 거리에서 이란 이민자들이 시위하는 것도 보아온 터였다. 다만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다 남의 나라 일이라서 무덤덤했던 나는 좀 미안하기도 하고 안돼 보이기도 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신문을 펼쳐 보이며 알고 있다는 표시를 하였다. 나심은 신문에서 맞잡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승리의 기쁨으로 웃고 있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당선자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콕콕 찍으며 그의 웃음은 모두가 가식이며 그를 저주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옆에 같은 크기로 실려 있는 낙선자 무사비를 가리키며 부정선거만 아니었으면 그가 당선 되었을 거라고 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독재자이며 위선덩어리라고 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나라 일이 걱정 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자기는 결혼해서 남편 따라 이민을 올 수 있었지만 여자 혼자서는 외국으로 나갈 수 없는 나라. 돌아가서 함께 싸우고 싶지만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아는 다른 이란 청년 아민은 20대의 젊은이다. ‘아민’은 ‘침묵’이라는 의미라고 나에게 말해준 일이 있는데 그때 내가 침묵은 큰소리보다 힘이 세다고,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침묵이라고 했더니 철학적으로 깊이 있는 해석이라면서 좋아했었다. 그 역시 아마디네자드를 증오했다. 자기의 친구들도 시위에 가담했는데 어쩌면 죽음을 당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독재자 아마디네자드가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은행에 있는 돈도 마음대로 인출할 수가 없고, 국민들의 자유가 억압된 독재정치에 젊은이들이 피 흘리며 싸우는데 자기는 이민자라고 캐나다에 편히 있는 것이 매우 편치 않다면서 전전긍긍,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더 젊은 탓인지 나심보다 더 격한 모습이었다.

 

무슨 낌새를 느꼈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모르지만 우리 대통령이 ‘소통’ 과 ‘중도’를 내세우고 행보를 바꾸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회주의자’니, 정치적 제스쳐니 하는 등, 불신의 소리가 높다. 정치적 보복이라는 말도 국민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입장으로선 그야말로 정치 없는 정치를 바랄 뿐이지만 요원하다. 물론 정적도 있고 안티 국민도 있다. 그러나 다 그렇게 치부해버리는 것은 큰 오산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적 술수를 알아보고 있으며, 좋아하지도 않는다. 오직 살기 편한 나라가 되기만을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속으면 두 번 속고 싶지 않다. 두 번 속으면 세 번째 부터는 아무리 옳아도 믿으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계속 속고 있다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불행한 일이다.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잃는 일보다 더 어렵고 오래 걸린다. 더 큰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깊이 생각해야 한다.

골목상가를 돈다고 서민정치가 되는 것도 아니고, 떡볶이 집을 찾는다고 소통이 된 것도 아니다. 잘못하면 영락없는 쇼가 될 수도 있다. 거듭 말하지만 무늬만 소통, 무늬만 민주, 그것 참 곤란하다. 더 큰 지탄과 함께 온 나라가 그만큼 손해를 보는 일이 되지 않도록 어서 빨리 된다.

 

거듭 당부하건데, 이제 한 두 컷의 사탕발림 식의 사진으로 떼워 나가려는 방식은 금물이다. 오히려 불쾌감을 안겨줄 뿐이다. 그런 사진은 대통령 집안의 개인적 앨범에나 붙여둘 일이다. 어디 만화에라도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차라리 잘 먹고, 웃통 벗어부치고 운동하는 대통령의 사진이 낫겠다. 국정을 위해서 스테미너가 중요하니까.

부디, 아마디네자드의 사진이 겹쳐 보이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2009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