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34-몬트리올에서 보낸 이스터 휴가에서 감기...

천마리학 2009. 5. 28. 05:37
 
    할머니랑 아리랑 434

 

*4월 16일 목-몬트리올에서 보낸 이스터 휴가에서 감기...  

 

 

 

지난 주 금요일, 10일에 몬트리올로 온 가족이 떠났지. 이스터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따따 쟌의 집에서 잘도 놀고 잘도 먹던 아리가 이튿날부터 부대끼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목소리도 쉬고, 가끔씩 미열이 느껴질 때도 있고 자꾸만 칭얼대고... 첫날밤만 엄마아빠 방에서 자고 다음 날 부터는 2층의 할머니 방에서 잤는데, 자면서 두어 번씩 일어나 칭얼대었지.

"아우이, 아우이…"

네가 아프다고 하면서 양쪽 어금니 쪽을 가리키기도 하고, 충치가 생겼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몸이 아파서 이가 아픈 건지 싶기도 하고, 때로는 입 안쪽을 가리키기도 해서 목이 아픈가 싶기도 하고, 목소리가 쇤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또 입술 근처를 가리켜서 입술이 찢어졌나 싶기도 해서 살펴보곤 했지만 딱 어디라고 확신할 수가 없어서 더욱 애가 탔단다. 평소에도 넌 엄마를 닮았는지 입술이 곧잘 트는 편이지. 다행히 열은 심하지 않은 편이어서 다행이지.

어떻튼 네가 말을 못하니까 정말 안타깝구나. 할머니가 대신 아파 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3일, 월요일에 토론토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퀸즈 스트리트에 있는 병원으로 갔지.

이나, 눈은 전문병원에 가야하고, 현재 네가 감기에 걸려서 그러므로 삼사일 데이케어에 보내지 않는 게 좋겠다고. 바이러스가 아니지만 데이케어에 가면 바이러스를 옮아올지도 모르므로. 그리고 현재로는 열이 심하지 않으니까 약도 필요 없지만 만약 38도 이상이 되면 타이레놀을 먹이도록 하라고.

그래서 어제부터 할머니와 함께 집에 있는데 단 1분도 할머니를 안 떨어지려고 해서 힘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할머니 마음은 편하단다.

 

 

 

 산드라고모가 보내온 영상을 보며 

즐거운 시간!

지금 산드라고모는 이탈리아 여행 중.

 

 

 

잠잘 때도 할머니, 먹을 때도 할머니, 놀 때도 할머니… 온통 할머니야!

그래도 어젠 콘도내의 브릿지에 가서 햇볕 쪼이며 기차로 보고 새도 보면서 한 시간쯤 놀았지.

그런데 우리 아리 정말 기특하단다. 할머니를 놀래키고 감동 먹게 하는 우리 아리!


첫 번째,

할머니와 함께 이불속에서 보챌 때

"우리 아리 아프지 마라,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쎄 쎄 쎄…"

를 염불처럼 외워주며 다둑거리거나 쓰다듬어주면서

"우리 아리 예쁘다…"

도 계속 외우면서 선녀이야기를 반복해서 해주는데, 기분좋게 듣고 있던 네가

"아리 예쁘다 노우, 할머니 예쁘다"

(아리 안 예쁘고 할머니가 예쁘다)

하면서 할머니 얼굴을 쓰다듬는 거야. 세상에!

저를 위해서 할머니가 애써주는 것이 느껴지고 그것이 감사한 모양이야.

정말 할머니가 놀랐단다. 말 그대로 감동 먹었어. 그래서

"노우, 아리도 예쁘고 할머니도 예쁘고, 그치?"

그랬더니 얼굴이 환해지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정원의 손수레를 끌어보는 아리!

4월!

한국은 봄이라지만 몬트리올은 아직도 춥다.

 


두 번째,

어제 낮에 네가 하도 안쓰러워서

"이따가 햇볕 좋아지면 맘마 먹고, 양말 신고, 자켓 입고 할머니랑 브릿지에 가서 놀자, 쎄컨 풀루어, 2층, 알지?"

혹시 네가 또 로저스 센터쪽 브릿지로 가자고 떼를 쓸까봐서 그렇게 다짐하며 말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하면서 신발장으로 가더니 슈즈를 들고는

이것도 신고 간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그러마라고 대답했지. 그러고는 잊어버렸는데 1시가 좀 넘어서 할머니 침대위에서 말(홀스-아리는 특히 와잇 홀스를 좋아하지)카드를 가지고 놀다가

"할머니 핏지, 핏찌'…" 하는 거야. 무슨 말인지 할머니가 모르겠는 거야.

"??? 쏘리, 아리. 다시 말 해봐. 할머니가 못 알아들었거든."

하고 말하는데

"폴 인 다운, 폴 인 다운…"

하면서 허리를 굽혀 손가락으로 바닥을 찍은 거야.

"런던 브릿지 폴 인 다운?"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할머니가 자주 불러주는 노래지.

그제서야 할머니 머리에 퍼뜩 불이 켜지더구나.

"아하, 브릿지? 브릿지?"

그제서야 속이 시원한 듯 반가운 웃음으로 얼굴이 환해지는 거야.

말이 안통해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우리 아리!

그걸 이해시키려고 할머니가 불러주는 노래를 이용해서 상기시키다니, 정말 우리 아리, 스마트하구나!

와우~ 똑똑한 우리 아리!

그러니 할머니가 또 감동 안 먹을 수 있니? ^*^

 

 

오랜만에 몬트리올의 에트워터 시장에 갔다.

여기서도 아리는 말썽꾸러기.

지금 물건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모조리 떼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이고 있답니다!

나중에 일하는 형이 와서 웃으며 계속하라고 하는 바람에

모두 웃고 말았답니다. 

 

 

 

잘 때는 꼭 할머니 가슴에 한 손을 넣고 찌찌를 만지거나 속옷자락을 잡고 잠이 드는 아리!

할머니 찌찌 누구 꺼지? 하면, '아리'라고 대답하는 아리!

할머니와 놀다가 실수로 할머니를 아프게 해서 할머니가 아프다고 시늉을 하면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할머니 쏘리, 할머니 쏘리,'하면서 다가와 할머니를 쓰다듬고, 뽀뽀를 하면서 허그를 하며 계속해서 '할머니 쏘리'하는 모습에서 진실로 미안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단다.

그런 아리가 어찌 안 이쁠까?

아리, 빨리 나아라, 할머니 손이 약손, 쎄 쎄 쎄!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