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33-쁘띠 가방, 디스 마인, 오케이? 아리 샤워 오케이?

천마리학 2009. 5. 26. 09:12
 
    할머니랑 아리랑 433

 

*4월 09일 목-쁘띠 가방, 디스 마인, 오케이? 아리 샤워 오케이?   

 

 

 

오늘은 할머니가 데이케어에 가서 아리를 픽업을 했지. 우리 모두 내일은 몬트리올로 이스트데이(부활절) 휴가여행 떠나잖아. 그래서 엄마가 조금 늦게까지 일을 처리하고 온다고 해서.

할머니가 프리스쿨 클라스에 갔을때 아리는 공룡인형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어. 아리가 좋아하는 공룡. 할머니를 보자마자 가득 공룡을 안고 달려오더구나.

"할머니, 다이나소어, 하나, 두울, 셋, 퍼어, 파이브... 많다 다이나소어!"

미쓰 캐런이 할머니에게 오늘도 아리가 아주 잘 놀았다고 하면서 '하나'가 뭐냐고 묻는 거야. 네가 미쓰 캐런에게 '하나, 둘, 셋... '하더라면서.

그래서 할머니가 한국말로 1, 원,투,쓰리의 원이라고 해줬지.

미쓰 캐런은 참 상냥하고 아기들 돌보는데 훨씬 적극적인 것 같아서 할머니 기분이 좋았단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란다.

네가 공룡을 품에 안을 채 오려고 했어. 놓고 오기가 아쉬운가봐.

"이거 여기 놓고 내일 와서 다시 놀자" 

그랬더니 네가 고개를 도리도리.

미쓰 캐런이 아리. 그것 여기 공룡그릇에 담아야지 하면서 상자 정리를 하니까 네가 그제서야 얼른 가지고 가더니 공룡상자에 넣고는 주위에 흩어진 장난감들을 주워서 제 상자에 담는 거야.

"아리, 땡큐. 유 아 어 굿 헬퍼."

미쓰 캐런이 칭찬해주니까 네가 '바이 바이 캐런' 하고는 할머니 손을 잡고 나왔지.

 

 

 

 

블럭쌓기도 선수인 아리!

프리스쿨에 올라간 첫날도 

가장 높이 쌓아서 박수받은 아리!

 

 

 

 

복도로 나와서도 점퍼를 입지 않으려고 해서 집까지 그냥 왔단다. 할머니가 가져간 바나나 한 개를 먹으면서.

그런데 입구에서 차를 기다리는 와히다 선생님을 만난는데, 넌 별로 아는 척을 하지 않더구나. 전에 너 임펜트 룸에 있을 때 선생님이었잖아. 그때도 와히다 선생님보다는 니사 선생님을 더 좋아했지. 할머니도 알지. 왜 그러는지를. 중국사람인 니사 선생님이 정스럽게 너를 돌봐주는 것에 비해서 인도사람인 와히다 선생님은 대충대충, 의무감으로만 아기들을 돌보는 스타일이었지. 그런 너를 보면서 역시 어린 아기들도 자기를 진심으로 대해주는지 아닌지를 구별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

 

저녁에 아리가 우리 모두를 또 웃겼단다.

어떻게 웃겼을까?

할머니가 샤워하러 내려가려고 가방을 준비하는데 아리 네가 함께 가겠다면서 할머니의 조그만 화장품 백을 들고 나서는 거야. 빨간색 동그란 주머니 모양말야.

"디스, 크다 할머니 백, 디스 쁘띠 백 아리꺼, 오케이?"

(이 큰가방은 할머니 가방이고 이 작은 가방은 아리 가방이야, 오케이?)

 

 

 

열심히 쌓고 그 위에 다시 쌓고...

 

 

 

 

그러면서 그 빈 가방을 들고 부랴부랴 슈즈를 신고 먼저 나서는 거야. 그런 네 모습을 할머니 혼자 보기가 아까워서 큰소리로 말했지.

"얘들아 이리 와서 아리 좀 봐라"     

엄마 아빠가 와서 빨간 가방을 들고 현관으로 가는 너를 보더니 무슨 일인가 으아해 했지. 아빠가 물었어.

"아리 어디 가는 거니?"

물론 불어로 말이지.

"할머니, 아리, 샤워, 응 아웃, 이스 쁘띠 백 아리, 으응, 빅 백 할머니"

밖을 가리키면서 샤워하러 간다고 하면서 이 작은 백이 아리 것이라는 설명까지 하는  거야. 엄마 아빠가 귀여운 네 모습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아빠가

"오케이, 아리, 알았어, 잠간만 기다려"

하더니 작은 타올을 아리의 가방에 넣어줬지.

 

샤워실에서 얼마나 잘도 놀고 장난을 치는지… 게다가 스위밍 풀에도 가자는 거야. 하지만 할머니 혼자서는 너를 스위밍 풀에 데리고 갈 수 없어서 달래느라고 애를 먹었지. 샤워용 의자 위에서 물줄기를 가지고 얼마나 장난을 치며 즐겁게 노는지, 할머니는 샤워를 하는 둥 마는 둥이었지.

 

 

 

아슬아슬 블럭쌓기!

흔들흔들 블럭쌓기!

쌓았다 허물었다 ....열심인 아리!!

 

 

 

 

그런데 샤워를 마치고 난 후 엘리베이터 앞에서 타려고 하지 않고 복도를 가리키며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는 거야. 아무리 달래도 나가고만 싶어해서 할 수 없이 복도로 가는데 갑자기 머리와 손을 펴 보이면서 '할머니 노 헷드, 노 앙갑' 하는 거야. 모자도 장갑도 없다는 뜻이지. 밖에 나갈 땐 항상 모자와 장갑을 쓰기 때문에 그걸 생각한 거지. 

그래서 할머니가 입고 있는 츄리닝 윗옷에 달린 후드를 씌워주면서 봐, 할머니도 이렇게 하잖아? 하면서 할머니의 츄리닝에 달린 후드를 올렸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오케이! 하는 거야. 평소엔 네가 절대로 후드 쓰는 걸 싫어했거든.

오, 귀여운 아리!

어제 오늘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오케이?

오케이? 

말끝마다 오케이?

"디스 마인, 오케이?"

"홀스 으응 꼬까타(똑같다) 오케이?"

"응응응 오버 데어 응응응 오케이" 하고 아리나라 말을 하고서도 오케이?

그 말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하긴 우리 아리가 하는 짓은 뭐든지 귀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