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의 지바후꾸꼬 나의 어머니

3회-제1부 비어있는 자리 (3)

천마리학 2009. 5. 27. 03:44

 

 

  제1부 비어있는 자리 (3)

 

 

 

교무실에서는 이시하라 교장의 말씀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오늘은 저녁식사를 다같이 우리집에서 합시다. 지바 선생도 새로 오셨고 또 일 년 동안 열심히 일하자는 뜻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오노의 애교 넘치는 목소리였다. 후꾸고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는 그녀가 밉지 않아 보였다.

 “숙직이 누굽니까?”

 “접니다.”

 동혁이 대답하자 그럼 소사하저씨 김씨하고 교대로 식사하라며 종례를 마쳤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데 후꾸고와 오노는 벚나무 아래로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반대편으로 가는 가즈오를 보며 웬일일까? 하는 얼굴로 후꾸고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모리아끼가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두 분이서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나누십니까?”

 “아뇨.”

 이 때에 축구공이 후꾸고에게로 굴러왔다. 그녀가 공을 두 손으로 들고는 운동장으로 걸어가며 아이들에게 던졌다.

 사환아이 미혜가 운동장으로 나와 “사택으로 오시래요” 말하고 이내 뛰어갔다. 그들은 사택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이야기를 하였다.

 교직원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선생들을 배웅하는 사모님과 교장선생님의 모습에서 후꾸고는 세상을 오래 경험한 중후한 멋을 보았다.

 교문 앞까지 걸어와 교문을 닫아 거는 동혁에게 오노가 한마디 했다.

 “애타하는 처녀들이 많다던데 아직도 총각으로 있을 거예요? 오늘 밤도 책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겠군요?”

 “오노상도 모리아끼상 마음 좀 그만 태우시죠. 소문이 쫘 하던데요.”

 “어머, 김 선생님두.... 하숙집 처녀가 상당히 미인이던걸요?”

 오노상도지지 않고 응수하자 동혁은 교문을 잠그고 그저 허허 웃었다. 그가 숙직실로 가는데 갑자기 후두둑 비가 쏟아졌다.

 “웬 비랑가요이. 벚꽃이 징허게 피었더니만 비 땜시 다 져뿌리것네이.”

 “그렇겠습니다.”

 하품을 하는 김씨에게 주무시라며 책을 펴들었다.

 “김 선상님은 또 공부할려고요이. 만날 공분혀서 뭣 헌당가요. 그만큼 배웠으면 고만혀도 될 틴디이....”

 “난 공부하는게 좋아서요. 불 때문에 방해가 됩니까?”

 “아녀라. 금시 곯아떨어질 건디요이.”

 김씨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렸다. 동혁의 귀에 숙직실 함석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간방에 내린 비로 벚꽃이 다 떨어진 운동장은 하얀 꽃길이 되었다.

 새파란 잎들이 싱그러운 아침이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하늘은 맑게 개고 구름 한 점 없었다.

 저희들끼리 재잘거리며 등교하던 아이들은 선생들을 보자 인사하고 운동장을 지나 교실로 들어갔다.

 사학녀의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이 조선어머니의 망가진 그림들을 보며 모두들 깜짝 놀랐다. 서로 누굴까? 하는 얼굴로 소곤거렸다. 책가방을 메고 들어온 가즈오는 모른 척하였다.

 종이 울리고 후꾸고가 들어오자 모두들 제자리로 가서 앉는 아이들의 눈망울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후꾸고가 이상한 분위기에 고개를 들어보니 망가진 그림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는 아이들이 숨을 죽이고 침묵이 흘렀다.

 “누구야?”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림을 망가뜨린 게 누구냐구?”

 후꾸고의 말소리가 커지자 다들 눈치만 보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다 눈 감아. 잘못은 빨리 뉘우칠수록 좋아. 손을 들어라.”

 점심시간이 지나고 여전히 손을 드는 아이가 없자 후꾸고도 지친 얼굴이 되었다.

 다른 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들의 얼굴에도 두려움이 이는 것을 후꾸고는 보았다.

 해가 운동장의 벚나무 위로 노을을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왜 해? 한 사람 때문에 밤을 지새울 거야? 좋아. 선생님도 끝까지 함께 있을 거야.”

 후꾸고는 예상하지도 않았던 영철이가 손을 드는 것을 보았다.

 “영철이 나와.”

 영철이가 교탁 앞으로 걸어나왔다.

 “정말 네가 한 거야?”

 “예.”

 “바지 걷고 올라서.”

 영철이가 바지를 걷고 올라서자 후꾸고는 매로 종아리를 사정없이 쳤다. 금세 죽죽 줄이 쳐지는 것을 보고 있는 아이들도 영철이처럼 입을 굳게 다문 채 숨을 죽였다.

 외면하는 가즈오의 얼굴에도 두려움이 일었다.

 “그만 들어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자리로 들어가는 영철이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내일 맨 끝 시간에 그림을 다시 그린다. 모두 준비해 오도록.... 늦었다. 다 돌아가거라.”

 가즈오가 일어나서 구령을 하고 인사하는 아이들이 돌아가고 영철이는 혼자 서지 못하여 친구들의 부축을 받고 걸어나갔다.

 뒷모습을 바라보던 후꾸고의 놀라운 얼굴이 안쓰러움으로 변하여 갔다.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망가진 그림들을 떼어 교탁 아래로 넣었다.

 직원종례를 알리는 종소리가 조용한 교실을 흔들었다. 그녀는 오늘 하루는 힘들었다고 생각하며 텅 빈 교실을 나섰다.

 복도 저 끝으로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동혁이 보였다. 후꾸고는 그라면 어떻게 하였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정원에서 꽃을 돌보던 어머니와 영옥이는 절룩거리며 들어오는 영철이를 보고 깜짝 놀라 달려왔다.

 “어떻게 된 거냐?”

 영철이가 아무 말이 없자 친구가 말했다.

 “선생님께 맞았습니다.”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 지경이 되도록 맞는단 말이냐?”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영철이가 아무 대답이 없이 고개만 떨구었다.

 “들어가자. 너희들 수고했구나.”

 “아니에요. 그만 돌아가겠어요.”

 친구들이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영철은 어머니와 영옥이의 부축을 받고 토방 위로 올라서자 얼굴을 찌푸린다.

 “천천히 가자.”

 할아버지 방에서 쟁반을 들고 나오던 할머니가 놀라서 잰걸음으로 왔다.

 “이게 무신 일여? 누구한테 맞은 거여?”

 할머니의 목소리가 부르르 떨렸다.

 “선생님이 때렸다는구만요, 어머님.”

 어머니가 모기만한 소리로 조심스레 대답했다.

 “뭘 잘못혀서?”

 “아무것도 아닙니다, 할머니.”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웃는 얼굴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손을 뿌리치고서 바지를 걷자 심함 피멍이 들었다.

 “뭣여? 이 지경인디.... 어서 물 떠와 에미는 나허고 들어가고.”

 “예.”

 어머니와 영옥이의 대답이 동시에 튀어나왔고 이내 그녀는 우물가로 줄달음쳐 갔다.

 영철이는 누워 있고 할머니는 연신 혀를 차며 어머니와 번갈아 찜질하였다. 영옥이가 옆에서 울먹이며 영철이와 이야기했다.

 “그래서? 늬가 검정칠을 하지 않았는데 나갔단 말야?”

 “응. 다른 반 아이들은 모두 돌아가는데 늦게까지 붙들어두겠다고 하셔서....”

 옆에서 듣던 할머니가 한마디 거들었다.

 “하지도 않은 일을 혔다고 자청허고 나선 너도 나쁘지만 말여, 그 선상도 틀렸구만이.... 나 같은 무식쟁이도 알 일인디 조선어머니 그림을 조선아이가 뭉갰것냐고이.”

 말을 하는 할머니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방에서 영철이의 인사를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참다 못해 영철이의 이름을 불렀다. 큰 목소리에 할머니와 어머니가 마주보았다.

 “이와에 아실 일인디 내가 가서 말하마.”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물수건을 건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을 나섰다.

 할아버지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불호령이 떨어졌다.

 “누가 임잘 불렀나? 영철인 오늘 인사도 잊어버렸어?”

 “영철이 지금 누워 있구만요이.”

 머뭇거리며 소상히 말을 하자 다 듣고 난 할아버지는 애꿎은 놋 재떨이만 세게 두들겼다.

 “허, 참.... 그럴 수도 있구만....”

 “글씨 말여요이.”

 “그래도 너무 심했어. 끝까지 기다리면 될 일을 지놈이 나서긴 왜 나서?:

 할아버지가 이 서방을 큰소리로 부르자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불렀능가요.”

 “김 선생님 오시면 내가 보잖다고 말씀드려.”

 “예, 그라지요.”

 이 서방이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할아버지는 문을 열고 앞장섰다. 할머니는 무슨 죄인처럼 그 뒤를 허리를 굽힌 채 따라 걸어갔다. 영철이가 누워 있는 안방으로 들어가자 어머니가 일어나서 한 켠으로 섰다. 할아버지는 영철이의 피멍을 보고 고개를 돌린 채 그대로 나갔다.


 운동장을 걸어나오는 교사들 틈에 동혁이 보이고 오노와 후꾸고가 나란히 걸어오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바상 얼굴이 안돼 보여요. 하루 종일 아이들 벌 준 것 때문인가요?”

 “그렇기도 하구요. 영철이를 너무 심하게 때린 것 같아서요.”

 “영철이를요? 무슨 잘못을 했는데요?”

 “그림을 다 망가뜨려 놨다구요. 어제 미술시간에 그린 건데요. 잘 그린 그림을 뒤에 붙여놨는데 조선어머니의 얼굴만 다 뭉개져 있었어요.”

 “그건 조선아이의 짓이 아닌 걸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영철이가 왜 나갔을까요? 난 이해가 안 되네요.”

 그제야 무언가로 세차게 뒤통수를 맞은 얼굴이 되면서 후꾸고는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

 “그러게요. 그럴 순 없죠? 내가 큰 실수를 한 거예요. 어쩜 좋죠?”

 후꾸고가 울상이 된 얼굴로 오노의 손을 꼭 잡았다.

 “시행착오란 있을 수 있는 거랍니다. 너무 마음 아파 하지 말아요. 내일 다시 누가 그랬는지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내 생각엔 일본아이들 중에서 나올 것 같아요.”

 “내일 마지막 시간에 다시 그림을 그리기로 했어요. 그 때 알 수 있겠죠.”

 걸음을 옮기며 후꾸고가 말했다.

 

 

 

 


 마당을 쓸던 이 서방은 동혁이 들어오자 비를 들고 다가갔다.

 “선상님, 이제 오시능구만요이. 글씨 영철이가 을메나 맞았는지 걸음도 잘 못 걷드랑께요이?”

 “왜요?”

 “잘은 모르지만서두요이, 선상님헌테 맞았다는디요이 참 할아버지께서 오시면 좀 들라고 허셨는디라.”

 “예.”

 동혁이 할아버지 방 앞에서 인사를 하자 “들어오시게” 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할아버지와 마주앉았다.

 “김 선생, 교육자가 그래 감정을 내세워서 그렇게 때리는 법이 어디있소?”

 할아버지의 얼굴에 아직도 노기가 서려 있었고 그래서인지 목소리도 떨려나왔다.

 “제가 진상을 알아보겠습니다.”

 할아버지가 긴 장죽에 꼭꼭 눌러서 잎담배를 채우며 깊이 빨고는 이내 뱉었다.

 동혁은 영철이가 하지도 않은 것을 나서서 담임에게 맞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영철이가 있는 방 앞에서 인기척을 하였다. 창호지 문이 열리며 울어 눈이 충혈된 영옥이가 다소곳이 아래로 눈을 내려 깔았다.

 영철이의 잠든 얼굴이 평화로웠다. 동혁은 이불을 들치고 피멍을 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섰다. 그 상처는 심하여 며칠을 족히 학교에 갈 수도 없는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의 마음속 깊이 끓어오르는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역시 일본인이야.;

 책을 읽고 있던 후꾸고가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 매를 맞으면서도 당당했던 영철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영철이가 아니야. 그럼 누굴까? 오노상은 일본아이들 중에 한 명이라고 했지. 미키꼬와 히데꼬는 아니야. 그럼 누구지? 맞아 또 그랬구나. 가즈오야.;

 후꾸고는 겁먹은 가즈오의 얼굴을 생각하였다.

 ‘난 왜 이러지? 실수만 거듭하니 말야. 아이들 앞에서 사과를 해야할 형편에 이르렀구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후꾸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버렸다. 방의 불을 끄고 누웠어도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무겁게 갈아앉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말없이 색칠만 하였다. 아이들의 색칠하는 소리만 교실 안에 가득하였다.

 빈 영철이의 자리를 보며 후꾸고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의 크레용을 보면서 책상 사이를 걸어다녔다.

 가즈오의 검정색 크레용이 유난히도 짧았다.

 “너였구나. 조선어머니의 얼굴을 뭉갠 것이 너였어. 이걸 어쩌지? 괜한 영철이만 맞고 학교에도 못 나왔으니....”

 끝마치는 종소리가 울려도 운동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치는 시간입니다, 선생님.”

 가즈오의 목소리가 후꾸고의 등뒤에서 들려왔다. 그녀가 뒤돌아보며 청소를 시키고 이내 교실 밖으로 나갔다.

 후꾸고가 운동장을 돌아다니며 옹기종기 모여 공기놀이하는 아이들,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모두들 천진스러운 얼굴들인데.... 조선의 아이들 일본의 아이들은 사이좋게 놀지 못하나?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반만이라도 분위기가 좋은 반으로 만들어보자.”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후꾸고는 조금 밝은 얼굴로 교실로 돌아왔다.

 “청소 끝났습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렴.”

 가즈오의 구령에 맞춰 인사를 하고 아이들은 우르르 교실을 빠져 나갔다.

 “가즈오쨩은 잠깐 남아.”

 후꾸고의 목소리에 란도셀을 메고 나가려던 가즈오가 움찔하며 놀라 그만 자리에 서 버렸다. 그녀를 올려다보는 녀석의 얼굴이 겁에 질려 있었다.

 “선생님한테 할 이야기가 있지?”

 후꾸고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가즈오는 고개만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아까 미술시간에 알았어. 네 검정 크레용이 유난히 짧더구나.”

 “....”

 “내일 학교 끝날 무렵에 오까상께 오시라고 말씀드려. 이만 가봐.”

 “예.”

 가즈오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교실을 나갔다. 창가 가까이 다가가며 후꾸고는 생각에 젖어들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동혁이 들어가도 되냐는 눈빛으로 서 있었다.

 “들어오시죠.”

 

 

 

 

 

 

 후꾸고의 말에 동혁이 들어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뒤편에 일본어머니의 그림만 붙여져 있었고 아직도 빈 자리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

 “김 선생님께서 저희 교실엔 웬일이세요?”

 “저기 빈 자리 때문에 영철이가 맞은 겁니까?”

 동혁의 목소리에 가시가 돋혀 있었다.

 “네.”

 “영철이 짓이 아니란 걸 모르셨습니까?”

 “오늘 분명히 다른 아이가 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김 선생님께서 그 일을 어떻게 아신 거죠? 내게 따지려 오신 것 같군요.”

 후꾸고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난 그 집에 하숙을 합니다. 어제 영철이의 종아릴 봤습니다. 피멍이 죽죽 그어져 있더군요.”

 “....”

 “조금만 생각했다면.... 왼종일 공부도 안 하고 기다렸다면서 조선아이가 아닌 일본아이였다는 것쯤은 충분히 유추해 낼 수 있잖았습니까?”

 어느새 동혁의 목소리가 분노에 차 있었다.

 “제 잘못을 인정해요. 그렇다고 김 선생이 저한테 따지는 이윤 또 뭐죠? 영철이네서 하숙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날 추궁하는 거냐구요?”

 그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져 갔고 두 사람의 눈에선는 불꽃이 튀었다.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못한다는 겁니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민족감정을 그대로 나타낼려는 졸렬한 선생이라면 그만두는게 좋겠소.”

 동혁은 그 말을 하며 후꾸고를 쏘아 보았다.

 “조센징인 주제에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아요.”

 후꾸고는 코웃음을 치며 그를 마주 쏘아보았다.

 “철석.”

 동혁의 커다란 오른손이 후꾸고의 뺨을 힘껏 때리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감싸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동혁은 그대로 교실문을 열고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