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04-하늘섬의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천마리학 2009. 3. 16. 04:38
 
 할머니랑 아리랑 404

 

*12월 6일 토-하늘섬의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저녁에 안양집으로 돌아와서도 잘 생각은 하지 않고 잘도 노는 우리 아리.

“아웃. 아웃”

자꾸만 밖에 나가자고 조르는 아리. 밤바람이 차긴 하지만 너를 데리고 발코니로 나갔지. 어둠 속에 빛나는 별을 보고 신기한 듯,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나네…

두 손을 앙증맞게 반짝반짝 움직이며 입을 이쁜 새처럼 쫑끗쫑끗, 고개를 갸웃갸웃해가며 춤을 추는 아리.

할머니 집은 5층 건물인데 할머니가 사는 5층의 옥상의 발코니에선 주변이 잘 보일뿐만 아니라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하지. 낮에는 의자에 앉거나 간이침대에 누우면 하늘과 관악산 봉우리들만 보이고 하늘엔 가끔씩 지나가는 비행기들이 길을 내고 있지. 그래서 할머닌 ‘하늘섬’이라는 이름을 지었단다.

 


 

하늘섬에서 할머니 조끼를 입고 춤을 추는 아리!

 

 

 

 

지하층에 교회가 있기 때문에 5층 발코니에 빨갛게 불 켜진 교회의 십자가 도 신기하고, 별들도 신기하고 가끔씩 불빛들을 달고 지나가는 비행기들도 신기하고… 어둠도 신기하고… 모든 것이 신기한 아리.

낮에는 하늘섬 농장의 여기저기 놓여있는 삽이며 호미며 항아리… 들도 신기한 듯 다 만져보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술래잡기하며 달려가 찍기도 하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일러실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아리, 너에겐 온통 모든 것이 다 신기한 것들이지.


 

그래, 아리야 아마 네가 할머니랑 함께 할머니 집에서 산다면 하늘과 비행기와 관악산과 새들과 바람과 친구하는 법을 알게 될 텐데.

하늘섬 농장에 찾아오는 나비와 애벌레와 열매들과 녹색의 채소들과 꽃들과 솟아나는 풀들과도 친구가 되어 말을 주고받을 텐데.

그래, 이 담에 그렇게 하자꾸나. 네가 조금 더 자라면 지금 만져본 호미나 삽으로 흙도 파보고, 씨앗도 뿌려보고, 나팔꽃 터널도 만들고, 머루도 따먹고… 그러려므나.

 

 

 

 

이게 할머니가 채소를 가꿀 때 쓰는 호미래요.

지금은 겨울이라서 땅도 딱딱하지만 

봄이 되면 할머니는 상추도 심고 열무도 심고 호박도 심고...

레이디버그도 오고 벌도 오고 나비도 온대요. 

 

 

 

 

그런데 이젠 하룻밤만 자면 너희들을 토론토로 보내야하니 할머니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구나.


 

그래도 네가 할머니의 분홍색 조끼를 입고 눈 맞으며 좋아하던 모습, 할머니 침대에서 춤을 추던 모습, 하늘섬의 밤 하늘 별을 보고 반짝 반짝 춤을 추던 모습·····을 오래 오래 기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