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02-양교수님의 된장, 엄마의 친정에 온 기분

천마리학 2009. 3. 10. 02:24

 

 할머니랑 아리랑 402

 

*12월 3일 목-양교수님의 된장, 엄마의 친정에 온 기분   

 

 

 

엄마의 행사가 없는 오전을 이용하여 인쇄박물관을 거쳐 신채호선생의 생가, 그리고 속리산까지 돌아왔지. 학교에서 고용하는 운전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잘 하시는지 몰라. 우리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다 구경시켜주려고 시간 관리를 아주 잘 해. 그리고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었어.

 

속리산의 커다란 금빛 부처님 상을 신기한 듯 올려다보고 미경이모를 따라 보채지도 않고 잘도 놀아줘서 고마워.

우리 아리는 항상 잘도 놀아.


 

호텔의 숙소에서도 마찬가지. 넓은 방안에서 침대 위로, 커튼 뒤로 이리저리 오가고 딩굴며 잘도 놀고 밥도 잘 먹고.

하긴 식당에서 밥 먹을 때도 가만히 있질 않아서 곤란할 때도 있지.


 

오늘로 엄마의 공식 행사는 다 끝이 났지.

 

 

청남대로 가는 차 안에서 에이비씨 노래하는 중 

"에스티우비...!"

미경이모가 하는 말, 

" 발음 똑똑히 해 우가 뭐야? 우가?!"

 "티우븨이..."

"우가 아니라 유지"

"우우"

"유라니까"

열 받은 아리가 입술을 있는대로 내밀며

"유우~"  

반복해서 U 발음을 하는 아리!

그제서야 미경이모

"오케이~"

 

 

 

저녁에 양교수님 댁에 초대되어 갔을 때 넌 피곤한지 골아 떨어져서 양교수님 안방에서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깊은 잠에 빠졌단다.

양교수님 내외분께서는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새로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계셨는데 우리를 엄청 반겨주셨어. 나무로 지어진 천정이 높은 거실에서 이야기 꽃을 피웠지. 몇 년 전 새집으로 이사온 후부터 양교수님께서는 사모님의 친정인 청도에서 농사지은 콩으로 손수 된장을 담가먹기 시작하셨다. 이거야말로 순수 토종된장이지.

아리, 너도 된장 잘 먹잖아. 된장쿠키, 알지?^*^

 

네 엄마도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된장을 먹여 키웠기 때문에 잘 먹지. 된장만이 아니라 토종 우리 음식만 먹여 키웠지. 그래서 지금도 그 흔한 탄산음료나 페스트 푸드를 먹지 않잖아. 물론 너도 그렇게 키울 작정이지. 넌 소중한 사람, 우리 가족이 모두 사랑하는 아리니까^*^ 그것도 알지?

 

황교수님도 오셨지. 학교이야기, 유학시절 이야기, 생활이야기, 또 네 엄마의 독도명칭 변경을 막아낸 이야기··· 등등 이야기꽃이 가득 피었단다. 또 황교수님께서 가져오신 독일산 맥주도 마시고 양교수님 사보님께선 수시로 안주거리를 많이 내놓으셨어. 솜씨가 아주 좋으시더구나.

양교수님께선 손수 담그신 된장을 우리들에게 된장을 주시고 싶은데 우리가 된장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시더구나. 그야 당근이지. 우리 식구는 모두 된장을 좋아하잖아.

양교수님께선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잊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잠시 된장통과 비닐장갑을 준비해서 나가시더니 잠시 후에 한 통을 담아오셨어.


 

 

 

"유우~ 유우~ 유우~"

이번엔 할머니가 놀렸지.

"아리 조딩이 똥꼬 조딩이~"

그래도 아리는 자꾸만

"유우우우~"

 

 

 

 

너의 엄마는 모든 교수님들이 아끼는 좋은 제자더구나.

하긴 너의 엄마 후배들도 네 엄마를 얼마나 극진히 대해주는지 몰라. 따라서 너에게도 다 잘들 해주잖아.

너의 엄마는 학교에 다닐 때도 아주 성실한 모범학생이었으므로 교수님들만이 아니라 후배들에게도 모법인데 이번에 독도문제를 해결해내어서 더욱 자랑스러운 제자, 자랑스러운 동문이 되었단다. 


 

아리 너도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 우리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겠지?

잊지 마라.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