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아리랑 400
*12월 2일 수-청남대에서 할머니와 재회
어제 너의 가족을 교원대학교로 떠나 보내 놓고 할머닌 오늘 뒤따라 내려갔지. 학교 측에서 숙소랑 다 준비되었다고, 왜 어제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해서 할 수 없이 가기로 하긴 했지만 기차표도 다 예매가 끝나고 버스 편도 불편해서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인데도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포할아버지가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지 뭐니.
엄마의 특강이 오후 3시에 있으니까 오전엔 관광을 하는데 오늘은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간다는구나. 그래서 청남대 입구에서 만나기로 너희들과 전화로 연락해가면서 떠났지.
나도 대통령 할아버지처럼 이 길을.....^*^
청남대 입구에서 만났을 때 미경이모를 따라서 주변을 돌아다니던 네가 ‘할머니~’하면서 반갑게 달려와 안기더니 손에 든 냠냠을 내밀며 아저씨가 주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더구나. 곶감이었어. 넌 오나가나 사람들 속에서 인기야.
청남대를 돌아볼 때도 시골에 있는 식당에 갔을 때도 미경이모랑 함께 이 구석 저 구석 돌아다니며 얼마나 잘 노는지····· 시골 식당에선 네가 시멘트의 내리막길을 달려내려 오다가 넘어져서 입술이 깨졌지 뭐야. 흙과 티끌이 묻은 입술에선 금새 피가 흐르고 너는 큰 소리로 울고····· 할머니가 얼른 입으로 너의 입술을 빨아 피와 흙먼지를 핥아내었단다. 피가 멎고 깨끗해지니까 너의 울음도 금방 끝이 나고 이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잘 놀더구나. 미경이모가 너를 얼마나 잘 보살피는지 정말 고마워. 미경이모랑 함께 고구마 굽는 주방에도 가고 밭두덕 길도 달리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잘 노는 거야. 식당 주인아저씨는 너의 엄마가 지난여름 독도 명칭변경을 막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자기 집에서 포도주 한 병을 선물로 주면서 고맙고 훌륭한 분을 만나게 돼서 영광이라고 하더구나.
아빠, 우리 뒤에 경호원들이 잘 하고 있겠지요?
엄마가 학생회관 대강당에서 특강을 하는 동안에도 넌 아빠와 미경이모를 번갈아가며 잘 놀았지.
나중에 네가 자라서 키가 할머니보다 컸을 때 넌 지금의 기억들을 못할 거야. 너무 어려서. 그러나 비록 네가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지금 네가 체험하는 것들이 녹아서 너의 피 속으로 살 속으로 흘러들어 녹아서 훌륭한 생각을 하게 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하는 밑거름이 되겠지. 아리야. 부디 지혜롭고 따뜻한 사람이 되렴. 늘 깨어 있는 사람이 되렴. 늘, 깨어, 푸르게. 네 엄마를 키운 할머니의 가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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