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59-일, 삼, 오, 팔..., 낙서용 칠판과 새 운동화

천마리학 2008. 11. 27. 18:04

 

  할머니랑 아리랑 359

 

*8월31일, 일 -일, 삼, 오, 팔..., 낙서용 칠판과 새 운동화.  

 


의자 위에서 점프를 시작했어.

지난 로맨틱 금요일(일주일 동안 금요일 오후엔 일을 마친 엄마아빠가 데이트를 하고 돌아오기로 한 날이라서 할머닌 그렇게 부르지)에 할머니가 너를 데이케어에서 픽업하여 CN타워로 놀러갔다 돌아올 때였어.

세큐리티 데스크 앞 로비에 있는 거울 앞의 긴 의자에 올라선 네가 뛰어내릴 자세를 취하면서 할머니에게 두 팔을 들어 보이는 거야.

너무 높다고 생각되어서 네 손을 잡아줬지.

그랬더니 할머니 손을 뿌리치며 혼자 하겠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높아서 그냥 놔 둘 수가 없었지.

"하야 뛋 쩟(하나 둘 셋)"

하고 몸을 출렁출렁, 할머니가 곁에서 지켜서있으면서 보살피긴 하지만 그래도 안돼.

아직 몸도 점프가 잘 안 되는 너잖아.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할머니 따라서 해봐!

 

 

 

지난주에 끝난 베이징 올림픽 때 체조경기나 수영경기를 볼 때마다 따라하더니...

막상 하려고 하니 너 자신도 약간 겁이 나는 모양인지 할머니가 내미는 손을 살짝 잡더구나.

그러더니 오늘은 거실의 의자에서도 뛰어내리기를 하고 그때마다 엄마아빠의 염려 섞인 환성을 자아내게 했지.

 

 

저녁땐 할머니가 발코니에 가지를 널어 말리느라고 깔아놓은 비닐 돗자리 귀퉁이를 누르는 스툴 의자 위에 오똑 올라가더니 뛰어내리려고 하는 거야.

오, 제발 참아줘 아리!

아직은 안 돼.

하지만 아리 넌 스툴 의자 위에 서서 안정된 자세로 두 팔을 높이 들고 엄마아빠를 불러대어 보라는 거야.

엄마는 놀라서 네가 다칠까봐서 어쩔 줄을 몰라했지.

나중엔 몸놀림이 안정되고 익숙해지니까 스툴 위에 올라서서 발코니의 유리벽 위로 올라가려고 해서 할머니를 또 한번 놀래켰지.

아리, 균형감각이 아주 뛰어나.

하지만 위험해서 마음이 안 놓여. 너를 절대로 혼자 둘 수가 없구나.

이그~ 귀여운 말썽쟁이.


 

 

빠야앙(빨강), 파야앙(파랑),  오양(노랑), 오욕(초록)...

 

 

 

 

말썽이 어디 그뿐?

벽, 문, 마루바닥, 할머니 노트, 종이, 달력, 할머니 침대시트, 아리 옷, 할머니 옷 심지어 아리 몸과 할머니의 등, 팔...에 까지 낙서를 하는 녀석이잖아.

오늘은 엄마아빠가 이케아에 가서 너의 낙서판을 새로 사왔지.

그런데 새로 사온 낙서판을 거실에 세워주자마자 낙서를 하더니 이내 들들들 밀고 다니는 거야.

아유, 못 말리는 녀석!


'보핀(볼펜)' 달라고 해서 마구 그려놓고는 '바나나' '아과(사과)'...하고 한다. 할머니 보기엔 아무리 보아도 바나나 같지 않고 사과같자 않은데. 하지만 오, 그렇구나, 바나나야? 사과야? 하고 맞장구 쳐주면 의기양양해하는 아리.

아무리 바나나 같지 않고 사과 같지 않지만 네가 선을 그리는 솜씨가 많아 좋아져서 선이 아주 부드러워졌다는 걸 할머닌 알지.

 

 

 

 

팅클 팅클 리틀스타...

 

 

 

'빠양(빨강)' '파양(파랑)' '노양(노랑)' '하양(하얀)' '부뇽(분홍)' '어진지(오렌지)'... 하고 색깔을 구분하는 것만 해도 아주 대단한 거란다. 할머니의 빨간 티셔츠의 가슴에 그려진 흰색 십자를 보고 '스츠(스위스)' 하면서 저도 있다고 아빠 친구 챨리아저씨가 보내준 스위스축구선수 유니폼인 제 반팔 셔츠의 소매에 있는 흰색 십자를 가르키곤 하지.


어제 외출하려는 참이었지. 엄마아빠는 빨리 가자고 현관에서 독촉하는데 아리는 거실의 아빠 옷을 걸어두는 벽장문을 열고 무슨 말인가를 하는데 아빠가 가자고 하면서 문을 닫고 현관으로 가버렸지. 넌 계속해서 무슨 말인가를 하면서 벽장문 앞을 떠나지 않고 기다리던 엄마가 와서 어서 가자면서 벽장문을 닫아버렸지.

네가 아앙 울면서 할머니를 부르는 거야.

"함머니~"

"왜 아리? 오, 우리 아리 왜 그래?"

하고 할머니가 너를 달래지.

"함머니 암, 암, 암... 함머니..."

네가 다시 벽장문을 열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것이었어.

거기, 걸려있는 아빠의 옷 중에 1,8,5,3이 사각형 속에 색색으로 수놓아진 장식이 소매에 붙어있는 옷이 할머니 눈에 띄었어. 넌 그 3을 '암'이라고 말한 거였어.

"오 그렇구나 여기 삼이 있었구나. 그걸 아리가 발견했어?"

했더니 신이 난 너는 손가락으로 차례차례 짚어가며

"빠(팔), 오, 잇(일), 암" 

"어머나 그래, 팔, 오, 일 그리고 삼. 엄마아빠야 여기 일 팔 오 삼이 있구나. 아리가 그걸 발견했어"

그제서야 네 엄마아빠도 깜짝 놀라면서 박수를 쳤고 어느 사이 아리 넌 속이 다 풀려서 눈물 묻은 눈으로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 손을 잡고 나서더구나.

 

 

 

하양, 검정, 핑크, 그레이...

 


그런데 어떡허니?

어제 세인트 제이콥마켓에 가서 새로 산 네 운동화(사이즈 9)가 높이가 높은지 복숭아 뼈 아래가 벌겋게 짓무르는구나. 그래서 신던 샌달을 다시 신었단다.

그래 새 운동화가 너무 뻣뻣해.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