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48-Quebec 놀이터 그리고 쥴리이모

천마리학 2008. 10. 30. 04:09

 

 

   할머니랑 아리랑 348

 

 

*8월13일, 수 -Quebec 놀이터 그리고 쥴리이모. 

 

 

 

오늘은 엄마의 스케줄이 오후 4시에 폐회식이 있고 6시에 엄마의 맥길대학 동창친구인 줄리이모를 만나는 일.

우리는 올드퀘백의 국립극장이 있는 거리를 지나서 성 쪽으로 가는데 우린 거기서 아주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지. 성위에 앉아서 깡통을 매단 줄을 늘어트리고 동냥을 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행인들이 거기다 돈이나 물건을 넣어주는 거야. 참 유머가 있고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지.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그 깡통을 보더니 위쪽을 바라보고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뭔가를 깡통에 넣었고 그 아저씨가 간 뒤에 줄을 끌어올린 젊은이들이 깡통 속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보니까 아마 볼펜인 것 같았어. 그 젊은이가 볼펜의 뚜껑을 열고 손바닥에 긋는 시늉을 하더니 자신의 바지에 글씨를 써보며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주머니에 넣는 걸 봤어. 성위에 올라가서 동냥깡통을 늘어뜨릴 생각을 한 젊은이들이나 그 깡통에 돈이나 물건을 넣어주는 사람들 모두 유머가 있고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임에 틀림없어.


 

 

성 아래의 놀이터에서 

어디에서나 아리는 잘도 놀고...

 

 

 

 

 

우린 성위로 올라갔지. 계단 앞에서는 할머니와 아빠가 함께 스트롤러를 끌어올려가며 성위를 거닐었지. 성위를 걷는 것은 할머니가 해보고 싶어 했던 일이야.

성문 근처에 있는 놀이터, 퀘백에서 두 번째로 만난 놀이터에서 아리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 그네도 타고 목마도 타고... 미끄럼도 탔지. 미끄럼은 스위스에 갔을 때 챨리 아저씨 정원에 있는 미끄럼틀에서 에밀리 누나와 레아 누나랑 함께 처음으로 타본 경험이 있지? 그때 할머니와 아빠가 위아래서 밀어주고 받아주며 탔지만 겁을 내어 몇 번 하다가 그쳤었지.

그런데 오늘 다시 경험하게 된 거야. 처음엔 겁을 내어 망설였지만 할머니가 내려오는 동안에도 붙잡고 도와주고 꺼리는 것을 다시 한 번 해주고... 세 번쯤 하면서 응원하고 칭찬의 박수를 쳐주었더니 그 다음엔 조심조심 시도하더니 괜찮게 되니까 계속 도전하기 시작했지.

그러더니 이내 겁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한 번씩 끝낼 때마다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하면서 반복해 보이는 거였어.

그래, 아리 넌 그래. 언제나 처음 시도할 땐 매우 신중하고 겁을 내지만 두어 번 시도해본 뒤엔 언제나 혼자 하겠다고 하지.

매사에 늦게 발동이 걸리는 네 엄마와 비슷한 것 같애.^*^


저녁 6시경, 줄리이모를 픽업해서 줄리이모가 안내하는 레스토랑에 갔지. 교회에 있는 뷔페식이었는데 동양음식메뉴가 있었어. 그래서 그곳으로 우릴 안내했던 건가봐.

 

 


 

엄마의 맥길대학의 동창인 줄리이모랑.

줄리이모는 퀘백에 사는데, 할머니도 오랜만에 만났단다.

 맥길대학원 졸업식 때 몬트리올에서 만났었으니까 4년 쯤 전이지.

줄리이모는 살이 좀 쪘더구나.

전문 번역가가 되기 위하여 다시 번역공부를 하고있대.

 

 

 

 

줄리이모 엄마는 너의 초상화를 그려 보냈었잖아. 지금 우리집 거실에 걸려있는 너의 초상화말야.

오랜만에 만난 줄리 이모는 다시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온타리오의 국회의사당 도서관 사서 자리를 버리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 번역공부를 하고 있는 재원이야.

줄리이모는 아리 너에게 물에서도 읽을 수 있는 책 ‘레인보우 휘쉬’를 선물로 가져오셨더구나.

땡큐 줄리이모!

잘됐지? 작년에 송교수 이모로부터 선물로 받았던 건데 하버프론트에 산책 나갔다가 잃어버렸었잖아.


저녁을 마치고 줄리이모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오는데 워낙 피곤했던지 넌 차안에서 잠이 들었지.

그럴만도 하지.

잘 자고 내일 만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