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45-옛추억의 Old Quebec 시내구경

천마리학 2008. 10. 23. 23:17

 

 

   할머니랑 아리랑 345

 

 

*8월10일, 일 -옛추억의 Old Quebec 시내구경. 

 

 

 

아침 8시경, 호텔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데 우리 아리가 얼마나 익사이팅한지 할머니와 중노동이다. 로비로 프론트 데스크로 어찌나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떼를 쓰듯 할머니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가는 거야.

식탁에 앉아서도 가끔씩 아빠! 엄마! 마미! 함머니! 하고 큰소리로 불러대는 바람에 사람들이 너를 바라보면서 웃곤 했지.

우유를 엎지르고 음식을 흘리면서도 끝내 혼자서 떠먹으려고 들고 빵이나 토스트를 조금만 늦게 줘도 엄마! 하고 불러대고, 아빠가 잠시 자리만 비워도 아빠! 하고 부르고 어딘가 불편하거나 다른 것을 하고 싶으면 함머니! 하고 불러대고... 사람들이 너를 보면서 큐티! 큐티! 하면서 덩달아 즐거워한단다.

 


 

성 위를 아빠랑 걷고있는 아리.

아장아장 잘도 걷는 아리.

빈 스트롤러를 밀어야한 아빠.

 

 

 

 

맞아, 아리는 무엇이든 혼자 하려고 해. 이건 절대적이야. 위험한 일인데도 할머니가 옆에서 거드는 건 질색을 하지. 맨 처음 시도할 때만 할머니가 가르쳐주면 그 다음부턴 틀림없이 혼자하려고 해. 예를 들어 큰 컵을 들고 물이나 우유를 마실 때 할머니가 밑바닥에 살짝 손만 대고 있어도 아리! 아리!(아리 혼자 하겠다는 의사표시) 하고 기어코 손을 떼게 하지.

계단이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도 처음에 시도할 땐 할머니가 가르치느라고 한번 붙들고 해주면 그다음엔 으레 아리! 아리!

공을 굴릴 때도 네가 위험해서 할머니가 도와주면 할머니 손을 물리치면서 아리! 아리!

모든 것을 혼자 하겠다 이거지.

넌 호기심도 많고 시도하려고하는 의욕도 강해.

물론 할머니가 그러기를 바라면서 너에게 가르쳐주지만 때론 네가 서툴기 때문에 위험할 때도 있어. 그래서 다소 익숙해질 때까지 도와주려고 하면 아리! 아리! 하면서 아주 완강해.

비스타 클럽의 구름다리에서 스테인 기둥 손잡이에 매달리는 것도 처음엔 겁나 하더니 할머니가 한번 시범을 보이면서 가르쳐 준 뒤론 절대로 혼자하려고 하면서 할머니 손을 밀어내며 아리! 아리! 하지.

그래서 지금은 할머니가 너에게 맡기면서도 걱정이 돼서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머리 조심! 머리 조심! 하고 말한단다.

 

 

 

 

올드퀘백의 관문인 성문 앞에 있는 처질아저씨의 흉상 앞에서

아리가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4년 전에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랑 그리고 스위스의 그랑빠빠랑 그랑마망이랑 왔었지.

바로 이 자리에서 아빠가 사진을 찍기도 했지.

 

 

 

 

그런데 넌 얼마나 장난꾸러기인지 아니?

할머니가 머리 조심! 하면 일부러 머리를 기둥에 살짝 부딪치면서 할머니 표정을 살피지. 아, 안돼! 머리아파! 머리 아우이! 하며 놀라는 할머니모습을 즐기는 거야. 어디 그뿐이야?

땅에서 돌멩이나 담배꽁초를 주워서 입에 넣기도 하고 길바닥이나 세면대나 건물의 어느 구석에 고여 있는 물만 보면 손으로 찍어 입으로 가져가지. 그럴 때마다 할머니 질색을 하면서 더러워! 더티! 투쌀!(불어) 온갖 말을 다 하며 제지해야해.

네가 왜 머리를 조심해야하는지. 왜 손을 조심해야하는지를 왜 그런 것을 먹으면 안 되는지를 설명하느라고 열심이지.

 

 

 

거리의 악사,

정말 멋진 분장이지. 

잉카의 음악을 연주하는데 할머니도 뾰옹~

 

 


어떻게 설명하지?

할머니가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아픈 시늉하면서 '아리 머리 아우이~'

손을 감싸쥐고 우는 시늉을 하면서 '아리 손 아우이~'

배를 손으로 문지르면서 아파하는 시늉을 하면서 '아리 배가 아우이~'

혹은 토하는 시늉을 하면서 '아리 아우이~'

그런 할머니를 유심히 바라보고는 그 짓을 멈추는 거야. 기특한 아리!


오전에 우리 모두 올드 퀘백의 시내를 구경했지.

시청 앞 광장길, 노틀담 성당길, 포론트낙 호텔 앞...

그런데 이번엔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단다.

더구나 400주년 생일을 맞은 퀘백 시내는 갖가지 행사로 더욱 이채로웠지.

6일간 머무는 여행의 첫날이니까 앞으로 속속들이 구경하자꾸나.

 

아리 넌 처음이지만 할머니와 엄마아빤 두 번째란다. 물론 아빠는 네다섯 번쯤 되지. 회사 출장으로도 왔었으니까. 할머니와 엄마아빠가 함께 온 것은 3년 전, 스위스의 강그랑마망이랑 그랑빠빠랑 모두 함께였지. 그땐 네 엄마아빠가 결혼한 해였으니까 넌 아직 생기지도 않았을 때야. 타두삭까지 가서 대서양 쪽으로 배를 타고 나가서 고래구경까지 하는 여행이었단다.

그런데 이번엔 너랑 함께 오게 된 것이니까 퀘백은 너에게도 의미있는 여행이 되겠지?

  

오후 2시경, 세계도서관대회가 열리는 컨벤션 센타로 가서 엄마가 준비해온 포스터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아빠는 도와주러 함께 들어가고 아리와 할머니는 로비에서 놀면서 기다렸지.


 

퀘백시의 탄생 400주년을 맞이하여 시민들이 모두 축하의 분위기더구나.

전통의상을 입은 퀘백사람들과 함께...

 

 

 

 

엄마아빠가 나온 후엔 마차가 다니는 에 다시 시내구경을 나섰지.  국외의사당 앞길을 지나서 마차가 다니는 퀘백스트리트를 건너서 씻따델 쪽으로 갔지. 오래된 성과 군인들의 부대가 주둔해있는 곳이야. 매일 오전 10시면 영국식 전통의상을 입은 군인들이 당번을 교체하는 퍼레이드를 하는데 볼만하지. 지난번 여행 때 구경을 했었단다.

오늘은 세인트 로렌스 강을 내려다보며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고 드넓은 언덕의 잔디위에서 딩굴며 놀았단다. 네가 갈매기를 따라다니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잔디광장 한 켠에선 22일에 열릴 이곳 출신의 세계적인 팝가수 셀린 디옹(Cellin Dion)의 퀘백주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는 무료공연 무대를 만드느라고 쿵쾅 쿵쾅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요란하더구나.

 

 

 

 

퀘백 시청 앞 로타리의 공원길에서.

뒤편에 보이는 뾰족한 건물이 유명한 시따델 프론트 낙!

엄마아빠는 옛추억을 찾아 가는데 아리는 스트롤러 안에서 쎄근쌔근!

 

 


지난번 여행 때 먹었던 레스토랑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멋진 저녁을 먹었지. 높이가 50cm쯤 되는 학처럼 길다란 맥주컵에 맥주도 마시면서... 물론 우리 익사이팅 아리가 가만 있을 리가 없었지. 여전히 익사이팅하게 옆에 앉아있는 아저씨의 팔을 건드려 말문을 트기도 하고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엄마 아빠 정신을 빼기도 하고, 옆 테이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