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335-7월23일,아리길과 찻길 그리고 바이바이~

천마리학 2008. 10. 9. 03:08

 

 

    할머니랑 아리랑 335

 

*7월23일 수-아리길과 찻길 그리고 바이바이~    

 

 

 

요즘은 해가 길어서 저녁을 먹고도 밝은 시간이 계속되고 더구나 엄마는 독도문제로 밤낮없이 바쁜 관계로 넌 온통 할머니 차지지.

밤낮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전화를 일체 받지 않고 우리집은 마치 비상사태 같단다.

엄마가 중요한 일을 해내고 있으니까 우리도 마음을 모아 도와야지 어떡하니? 그치잉!


데이케어에서 너를 픽업 한 후에도 넌 곧장 집으로 오려고 하지 않아.

"비어러얼 비어러얼(비아레일) 긔이차(기차)..."

기차 보러가자고 할머니 손을 끌고 로저스 센터 쪽으로 가는 아리.

가면서 라바 수퍼마켓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광고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방(빵)' '이즈(치즈)' '싯짜(핏짜)' '포도(포도)' '오마토(토마토)'...하며 일일이 가르키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아저씨' '아줌마' 하며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곧잘 손을 흔들어 '바이바이'하고...

아줌마 아저씨 발음이 매우 정확해졌어.

그 정확해진 발음으로 신통한 짓을 하기도 하지.

그게 뭘까?

요즘은 길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하면 손으로 가르키면서 '아저씨 아저씨'하지. 아저씨가 버린 것이라 이거지.

담배꽁초만 보면 주워서 입으로 가져가던 며칠 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지.


또 한 가지 신통한 일.

얼마 전부터 할머니가 너에게 길 공부를 시키고 있었는데 그게 효과가 있어.

길 공부?

넌 밖에 나가면 무조건 찻길로 달려 나가서 할머니 진땀을 빼잖아. 차들이 씽씽 달리는걸 보면 위험한 줄 아는 게 아니라 더 신나서 가까이 가려고 하는 걸 말리느라 애를 먹지.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길 공부야.

어떻게?

할머니가 허리를 굽혀 찻길을 가르키며 '여기는 찻길' 인도를 가리키며 '여기는 아리 길'을 반복했지.

그랬더니 요즘은 스스로 길에 나서면 차도를 가르키며 '따길' 인도를 가리키며 '아리낄' 하며 인도로 아장아장, 의기양양한 발걸음으로 으쓱대며 아장아장.

아유 신통해라, 정말 신통해.

  

 

 

 

 

 

요즘 변한 게 또 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을 만나면 '하이~' '하이~'하며 반겨 맞았는데 요즘은 딱 보고 관심 없는 사람이다 싶으면 '바이바이~' 해버리는 거야. 그래서 민망할 때도 있지만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귀엽다고만 하지.


하긴 집에서도 할머니하고 노는데 아빠가 껴들면 바로 '아빠 빠이빠이~' 해버리고, 엄마가 다가와도 '엄마 빠이빠이~'해버릴 정도니까^*^


그래 우리아리 특징 중엔 뭐든 가르쳐주면 이내 알아듣고 실천하는 점. 스마트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