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아리랑 321
2008년 여름 스위스에서 퓟센까지<10> 말루, 도도, 이웃집 니나 누나네, 모두 바이바이~
앞마당의 정원에서. 아빠도 이 그네를 타며 놀았대요. 옆집 니나누나네 할머니는 그랑마망과 친구래요. 니나누나 아빠와 우리아빠도 함께 자란 친구라서 잘 아시더라구요.
니나 누나 할머니가 저에게 선물을 주셨어요.
니나 누나, 장난꾸러기 같죠? 끌레어 누나랑 친구인데 나랑 같이 아주 잘 놀아줬어요.
스위스 집 앞 마당쪽 정원. 아빠가 어렸을 땐 나처럼 뛰어놀았겠죠? 기저귀를 안차서.... 쑥스럽지만... 재미있어요^*^
이 앞마당 쪽 정원에 그랑빠빠가 가꾸시는 채소밭이 있죠. 저기 조금 보이죠? 그랑빠빠는 할머니를 위해서 고추, 시금치, 상추 등 동양의 채소들도 심었대요. 그랑빠빠는 언제나 할머니더러 무엇이든 할머니 마음대로 다 뜯어다 먹으라고해요. 가끔 할머니는 여기서 야채들을 뜯어다 한국식 식탁을 차리기도 하죠. 그랑빠빠는 만드시는 한국음식을 아주 좋아하신답니다.
그랑빠빠의 오토바이, 처음엔 좀 무서웠죠. 그랑빠빠는 은행지점장이셨는데 퇴직 후 봉사활동에 열심이세요. 노인들을 돕는 일인데 그 노인들을 위해서 차도 발판이 낮은 조그만 차로 바꾸시더니, 이번엔 오토바이도 새로 장만하셨어요. 봉사활동에 필요해서래요.
조금 타보니까 무섭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우리 그랑빠빠는 채소도 가꾸시고 닭도 기르시고 봉사활동도 하시고... 또 한 가지, 트럼본 연주도 하세요. 주말마다 노인들을 위한 연주회도 정기적으로 가진답니다. 우리 그랑빠빠 멋쟁이죠? 짝짝짝~
우리가 마실 갔다왔더니 그랑빠빠가 큰길 쪽의 아래쪽 정원의 잔디를 깎고 계셨어요. 그랑빠빠집엔 정원이 3개 있는데요, 한 개는 큰길쪽의 큰 정원인데요 거긴 내 모래그릇과 생울타리 안으로 잔디가 깔려있어서 나의 놀이터로 그만이지요. 더구나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고 집안에서 가족들이 언제든 환하게 보이는 곳이라서 아주 안전하답니다. 그 다음은 큰길쪽 아래정원인데요. 대문과 접해있는데 가상으로 철망도 둘려져있고 카네이션, 별꽃, 허브 등 작은 꽃나무들이 심어져있고 가운데는 큰 나무가 두어그루가 데이지 꽃들 사이에 서 있답니다.
세번째는 앞마당에 있는데요. 큰나무 한 그루가 서있고 강빠빠의 채소밭이 있고 닭장이 있고 그랑빠빠의 연습실이 있죠. 아빠 자랄때는 커다란 상록수가 양쪽에 있었는데 베어버렸대요. 그 자리에 그네를 만들었죠. 또 할머니가 5년 전에 오셨을 땐 블루베리 나무의 생울타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철망으로 되어있어서 이웃집 뜰이 환하게 다 보여요. 그 정원들의 잔디를 깎고 관리하는 일도 그랑빠빠의 일 중의 하나랍니다.
말루 막네이모할머니가 저를 보러 오셨어요.
작은 정원에서 함께 놀아주시는 말루 이모할머니.
사실은 사흘 전에 말루이모할머니를 만났었답니다. 이모할머니들이 우리식구를 위해서 별도로 말리에 있는 아카시아 호텔 식당에서 근사한 식사를 내셨거든요. 스잔 이모할머니랑 말루 할머니... 그날 에디뜨할머니는 바쁜 일이 있어서 못오셨지만.
말루이모할머니와 그랑빠빠 그리고 나, Ari! 말루 이모할머니는 성당일에 아주 열심이세요. 이모 할아버지는 화가셨는데 작년 봄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말루이모할머니는 그 외로움을 잘 견디며 모든 일에 더욱 열심이시랍니다. 말루이모할머님, 화이팅!!!
도도(Do Do!)! 지금 도도 연습 중이랍니다. 도도가 뭐냐구요? 불어로 자장자장! 이예요^*^ 어디서 배웠느냐구요? 크리크리스한테 배웠죠. 그랑빠빠집 고양이말이예요.
어느 날, 크리크리스가 살짝 집안으로 들어와서는 소파 밑에 들어가더니 거기서 자는 것을 보았죠. 그래서 나도 도도! 하려고 소파 밑으로 기어들어갔죠.
그랬더니 엄마가 저를 끌어내시는 거예요. 도도는 침대에서 하는거라면서 도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시더라구요. 나는 크리크리스처럼 소파 아래에 들어가 자고 싶은데... 거긴 크리크리스나 들어가 자는 곳이라나요. 할 수 없이 끌려나왔죠^*^
그래도 난 크리크리스처럼 하고싶은데... 그래서 바닥에 벌렁 누워버렸죠^*^ 왜 고양이만 소파밑에 들어가 잘 수 있는 거예요? 어른들은 항상 안된다는게 참 많아요.
우리가 스위스집을 떠나오는 날 할머니가 찍은 거랍니다. 보세요.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땐 좁쌀만해서 잘 보이지도 않던 포도알이 그 사이 저만큼 자란것이 보이죠? 우리가 떠난 다음에 포도들을 더 자라고 한여름이면 까맣게 익을 거예요. 아, 먹고싶다!
할머닌 포도나무 이야기를 하면 또 꼬쇼농에 있는 포도나무를 이야기하시곤 한답니다. 이탈리아의 꼬쇼농에 우리 별장이 있는데요. 거기 포도나무예요. 할머닌 몇 년전에 꼬쇼농의 별장에 처음 갔을 때 그야말로 감동이었대요. 할머니가 자란 한국의 시골 마을에도 포도과수원이 있었다는데요. 백년도 넘은 포도나무를 본건 꼬쇼농에서 처음이라구요. 4층 건물인데 층층마다 창문 위까지 드리워진 포도넝쿨과 포도송이들... 마치 꿈만 꾸며 살던 소녀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대요. 포도는 할머니가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하거든요. 할머닌 그 포도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쓰고싶다고 하세요.
이 거북이 모양의 통은 그랑빠빠가 저를 위해서 모래를 퍼다 담아놓은 모래그릇이랍니다. 오늘은 토론토로 떠나니까... 모래그릇도 빠이빠이~ 우리 할머니는요 우리 엄마가 나 만한 아기였을 때요 우리 엄마를 위해서 산에서 흙을 퍼다 찜통에 쪄서 말린 후 가지고 놀게 하셨었대요. 그땐 서울에서 살았으니까 집안에서는 흙이 귀했대요.
크리크리스도 서운한가봐요. 크리크리스 안녕!
'다음에 와서 이 모래를 가지고 놀아라' 그랑마망이 말씀하셨어요. 사실 이번엔 모래를 가지고 놀 시간이 없었거든요.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독일여행까지 하느라고요. 어쩌다 집에서 놀땐 날씨가 흐리기도 하구요.
'녜, 그럴 거예요. 아직 말을 못하지만 그렇게 속으로 대답했답니다. 우리 그랑마망은 아빠 어릴때 물건들을 다 간직하고 있답니다. 이번에도 아빠가 어릴때 놀던 놀이방에서 아빠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과 책들을 보며 놀았지요. 제가 토론토에서 입던 노란 티셔츠도 아빠가 5살때부터 입던 것이구요. 할머니가 동화로 쓰신 <필노 아저씨>의 필로도 아빠가 어릴때 친구였던 인형이랍니다.
그랑마망이 시집와서 처음 장만한 커피잔이랑 사진첩이랑... 그런것들을 할머니에게 보여주면서 많은 이야기 나누시거든요. 할머니는 그런 그랑마망을 매우 존경하신대요. 우리 할머니도 물건을 오래 간직하기가 둘째라면 서운해 하실 분이거든요. 우리 할머니 말씀하시기를 '모든 물건에도 물건에 대한 예의가 있다' 라는데요. 이건 우리 엄마에게 들은 말이랍니다. ^*^
텅 빈 테라스, 텅빈 식탁. 추억들만 앉아있네요. 꼭 떠나는 우리들 마음 같아요.
바젤 공항. 그랑마망과 엄만 벌써부터 서운해서... 그랑마망이랑 할머니랑 엄마랑은 헤어질 때마다 우신대요. 정이 많으신 분들이라서요.
어른들은 헤어짐을 앞에 두고 서운한 마음을 감추느라 애쓰지만, 그래도 난 빠방이 있어서 즐겁기만 해요^*^
우리가 토론토에 도착하면 틀림없이 통화를 할 거예요. 그랑마망은 매주 일요일마다 토론토에 있는 우리집으로 전화를 하죠. 한번 통화가 시작되면 한 시간이 넘도록 엄마와 아빠 차례로 소식을 나누곤해요.
모두가 작별을 앞두고 제가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답니다.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다음에 또 올 테니까요. 그랑빠빠 그랑마망...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우리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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