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세상의 틈사이로 함몰되어가는 우리들의 삶-신경숙의<딸기밭>

천마리학 2007. 1. 31. 12:08
 

     

 

               세상의 사이로 함몰되어가는 우리들의

                                                                                         -신경숙의 소설집 <딸기밭>

 

신경숙의 <<딸기밭>> 중편<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 <딸기밭> <그가 모르는 장소> <작별인사> <그는 언제 오는가> 단편 <어떤여자> 여섯편의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나는 그의 글을 좋아한다. 일단 읽힌다. 읽히는 이유로는 그의 글이 매우 서정적이기 때문이다. 서정적이라 함은 정감있는 표현과 가벼운 듯한 이야기꺼리를 노래로 치자면 성악이라기 보다는 간드러지게 넘어가는 이미자 풍이라고 할까. 눈물나게 하고 가슴 찌릿하게 이야기를 잘도 풀어간다. 별것도 아닌 연애이야기를, 별것도 아닌 잡다한 추억의 과거사들을 잘도 엮어내는 말재주를 가지고 있다. 

<깊은 슬픔> <부석사>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그동안 내가  읽은 그의 작품에서의 공통으로 느낀 느낌들이다.

 

이번 <딸기밭>에서는 약간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소재에서부터 달라져있었다. 그동안의 작품들이 지난간 자신의 과거사라든지 눈물발라가는 연애담이거나  비슷한 것들이었다면 이번의 <<딸기밭>>에서는 부재의 슬픔과 존재의 의미 혹은 욕망의 슬픔이거나, 인간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남이 넘보지 못할 어떤 비밀의 경계 또는 괴리감같은 일종의 결핍과, 결핍의 위험성들을 경고하는 것들이었다.

 

<딸기밭>에서도 못생기고 가난한 남자와 생기고 부유한 여자 사이에서 자신의 결핍과 욕구를 넘나들며 확인해가는 주인공은 모든 것으로부터의 도피처럼  망각증세를 앓는다.

그런가 하면 <그는 언제 오는가>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유일한 혈육인 언니까지도 모르게 폐암을 앓다가 자살해버리는 삼류배우의 슬픔.

<작별인사> 지리산 물난리로 목숨을 잃는 주인공M 역시 못이룰 불륜의 사랑으로 칠레까지 도피했다가 로베르또라는 이국의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도 진실한 사랑이 되지 못하고 또다시 도피해 돌아오듯.

모두가 슬픔이고 쓸쓸함이다.

 

승진과 밥벌이를 위해 열심히 열심히 회사일에 충성을 받쳐 일하는 일벌레로 사는 동안 믿었던 아내는 고독을 견디다 못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려 이혼을 당하게 되는 <그가 모르는 장소> 마찬가지다.

모두들 삶의 의미에 대해서,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실패하거나 고민하거나 헤매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말하자면 세상에는 어딘가 우리가 모르는 틈이 있고, 함정이 있고, 우리가 없는 어떤 것들이 있어 우리의 삶은 자신도 모르게 함몰되거나 허방에 빠지게 된다는 위험성을 나열해 보이는 했다.

이런 점이 그의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서 무게가 있어졌다고 해야할지….하여튼 삶을 바라보는 관점 내지는 소설쓰기의 태도가 많이 달라져 있음을 있었다.

 

또하나 이번 작품집에서는 죽음이 많이 등장하고, 서술방법이나 인칭의 사용이  달라져 있다. 예를 들면 여섯 작품 중에서 작품이 죽음을 다루었다.

<지금 우리 곁에 누가….>에서는 어린아기의 죽음이 있었고. <딸기밭>에서는 예쁘고 환경도 좋아 주인공으로 하여금 컴플렉스를 갖게하던 유의 죽음이 있다. <작별인사>에서는 M 죽음과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등장인물들이나 이야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물의 죽음, 개의 죽음이 세상살이에 있어서 자신과  관계있는 죽음이든 관계없는 죽음이든 결국은 우리의 모습이며 어딘가로 얽혀있다는 상징이 아닐까 한다.

결국 우리는 주인공이면서 죽음처럼 배경이 되고있다는 의미도 듯하다. 배경 중에서도 정말 하찮은 배경일 수도. , 씁쓸해. 

 

<그는 언제….>에서는 아내의 죽음이 있다.

 존재하는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자신의 죽음을 다른 존재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사람에게라도, 어쩌면 사람에게만.’이라고 서두에 밝힌 문장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내용은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유일하게 의지하고 살아왔던 하나의 혈육인 언니마저도 모르게, 죽음이 결행되고도 일년이나 지난 후에야 일기장을 발견하여 죽음으로 치닫는 흔적들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우리의 삶이 저마다 얼마나 동떨어져있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서두에 나온 어찌보면 아는 이야기,  진부하기 그지없는 문장의 의미를 작가가  진부하게 풀어나가는 사이 어느덧 독자인 나는 그래 삶은 결국 따로따로인거야, 그리고   역시 진부한 표현이지만 지독하게 외로운거야.’라고 끄덕이게 했다.

 , 존재란 슬프다.

 

자들이 모두 죽은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들어가며 삶을 모색하거나 슬픈 존재의 의미를 인식하게 되는 소재들이어서 그의 글쓰기가 전에 비하여 무거워졌다거나 진중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묘사도 대담해졌다.  또한 다양해졌다. 일인칭 표현에서 벗어나 이번 작품집의 <딸기밭>에서 동일인을 처녀 분리하여 표현한것이라든지,

<작별인사>에서 A, L, T, Y, M…등의 이니셜로 표현한 것이 그렇다.

이런 표현이 물론 이채롭긴 하지만 단순히 이채로운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의 상징성이 포함되어 있음을 있다.

 

소재도 과거의 연애이야기이거나, 잡동사니같은 것에서 벗어나 다양해졌다. 잡동사니같은 글을 쓴다는 뜻이 아니라 앞서 말했듯이 잡동사니같은 것들로부터 이야기꺼리를 잘도 찾아낸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곁에….>에서 죽은 아기의 영혼이 찾아오는 것처럼, <작별인사>에서 죽은 M 서술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그렇다. 일종의 신비주의를 믿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변화된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 재미있는 글을 읽으리라는 기대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재나 테마가 무거워지고 깊어졌다고 하더라도 그의 글은 나에게 여전히 지루하지 않고 읽힌다는 변함이 없었다.

 

(2007 1 30 안오는 새벽4시에 지난달에 읽었던 되짚어쓰다)(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