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작은 숨김의 기하급수적 피해

천마리학 2022. 4. 5. 03:35

작은 숨김의 기하급수적 피해 * 권 천 학

시인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한 한국의 목사부부가 동선(動線)을 숨기는 바람에 질병청의 방역대책에 구멍이 나고 혼선을 빚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방역절차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실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전해오는 뉴스로만 듣고 고개로만 끄덕일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무사함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이 따르는지를 깊이 인식하고 진중하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나는 괜찮을 거야, 하는 막연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도 버려야 한다.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저런 규제와 백신여권이니 방역패스니 음성인증이니 하는 방안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다. 이해는 하지만, 우리 모두가 공동대처해 나가야하는 문제이므로 지혜로운 대처방안을 일깨워보고자 대충 짚어가며 정리해본다.

 

1)나이지리아에 다녀온 부부와 장모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을 받고 지인인 우즈베키스탄 남자는 오미크론확진을 받는다.

 

2)공항에 마중 나온 지인1명과 자녀 2명을 밀착접촉자로 분류하여 검사를 진행한다.

 

3)확진판정을 받은 부부와 가까운 비행기좌석의 승객 6명에 대한 역학조사에 들어간다.

 

4)뒤늦게 접촉했음이 밝혀진 부부의 거주지 주민 8명에 대한 검사를 한다. 그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접촉해서 지역감염이 될 우려 때문이다.

 

5)부부와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45명중 1명이 코로나-19의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로 판명되었는데, 그 사람의 좌석은 부부의 좌석과 떨어진 곳이어서 다른 경로로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다른 승객 중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6)해외유입여행자는 따로 분류하는데, 같은 날 0시 기준으로 나이지리아에서 에티오피아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신규해외 하루 유입자 중 48명이 확진판정,

 

7)그 과정에서 특이한 케이스가 적발된다. 나미비아에 근무하는 일본인 외교관으로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후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 역추적 결과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한 것으로 판명되고, 인천국제공항 내의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8)그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41명을 추적 조사를 시작한다.

 

9)부부가 확진판정을 받은 날 아들이 등교한 후 확진판정이 났다. 그 학교 전교생에 대한 검사에 들어간다. 그 사이 공항에 마중 나왔던 지인들 중 1명도 확진자로 판명되었고, 그 지인은 예배에 참석한 것도 드러났다.

 

10)그 사이 목사가 주도한 예배가 2차례 있었음이 밝혀진다. 첫 번째 410명과 두 번째 370명의 예배참석자들의 전수조사가 시작했다. 오미크론 감염의심환자 7명에 이어 4명이 추가되고 얼마나 더 늘어날지 검사가 끝나봐야 한다. 집단감염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교회주변의 인적이 끊어지고 상가들이 속속 문을 닫는다. 학교의 학부모들은 다시 비대면 수업을 원한다. 뜻하지 않은 일로 지역전체가 불안함과 불편함에 휩싸이며 흉흉해지고 모두가 불만을 터트린다.

 

이렇게 대충 정리 하고보니 어떤 이유로든 동선을 숨기거나 가볍에 한 거짓말이 걷잡을 수 없는 일파만파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두 명으로 시작한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순식간에 집단감염, 사회적 감염으로 번진다.

또한,

역학조사와 방역대책에 과학과 의학과 경제학 거기에 심리학과... 인접학문까지 동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학조사원, 의료시설에서 수고하는 의료인과 보조원, 봉사자 등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더하여,

재난지원금이니 휴직보상금이니 방역비니... 등등의 경비도 엄청나다. 치료제 개발과 백신의 구매 등 문제가 첩첩이다. 모두가 우리가 내는 세금이다. 세금! 나보다 훨씬 많이 내는 사람을 생각해야한다.

 

확진자 1명으로부터 시작된 피해의 범위는 단순계산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사회적 피로감, 범죄유발, 겪지 않아도 될 질병까지 몰고 온다. 과도한 경비부담은 자녀세대에 빚으로 안겨준다. 지금까지 그나마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그 많은 노력과 재정지원의 덕택이다. 고통분담과 은혜 갚기의 차원으로라도 협조해야할 의무가 있다.

토론토라고 다르지 않다. 토론토만이 아니라 사람사는 곳은 어디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소해 보이는 한 가지가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처치를 알아내기 위한 과정 또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의 많은 노력과 경지가 소요된다는 사실도 그냥 넘길 수 없다. 마치 빙산의 일각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