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현충일-6월의시

천마리학 2020. 6. 7. 02:24

 

6월의 시

-현충일에 부쳐

 

권 천 학

 

 

 

 

 

아들아!

호박꽃 초롱에 개똥불 밝히고

남몰래 외로움을 키우던

아들아!

 

청보리 익히는 바람결에

역사의 늪은 깊어만 가는데

꽃다운 너희들의 순결한 피와 흰 뼈 묻힌

6월의 산야에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소리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뼈를 깎는 그 소리

오장이 떨려 말할 수 없어

 

보릿고개 허기를 샘물에 동동 타 마시고

청올치 질긴 가닥으로 살았던

우리네 목숨

 

삐비꽃 피는 언덕에서

속절없이 바람만 불어온다 해도

누구라도, 그 누구라도

풀꾹새 우는 뜻을

눈물로 새겨 듣지 않으랴

 

아들아!

초여름 보리누름에 오금이 쑤셔

밭둑길 내닫던

아들아!

 

개구리 논배미 물꼬 터놓고

피멍 고인 목울대 씻어내어도

아물 길 없는 그날의 아픔

아카시아 꽃자리 메꾸며

차오르는 나이

 

언젠가,

그 언젠가 돌아와 서야 할

그대들의 자리

보릿단 묶어낸 바람결 끝에

벼가 자라고 있는 들녘에 서면

살아있는 목숨이 그저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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