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시-현충일에 부쳐권 천 학
아들아! 호박꽃 초롱에 개똥불 밝히고 남몰래 외로움을 키우던 아들아!
청보리 익히는 바람결에 역사의 늪은 깊어만 가는데 꽃다운 너희들의 순결한 피와 흰 뼈 묻힌 6월의 산야에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소리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뼈를 깎는 그 소리 오장이 떨려 말할 수 없어
보릿고개 허기를 샘물에 동동 타 마시고 청올치 질긴 가닥으로 살았던 우리네 목숨
삐비꽃 피는 언덕에서 속절없이 바람만 불어온다 해도 누구라도, 그 누구라도 풀꾹새 우는 뜻을 눈물로 새겨 듣지 않으랴
아들아! 초여름 보리누름에 오금이 쑤셔 밭둑길 내닫던 아들아!
개구리 논배미 물꼬 터놓고 피멍 고인 목울대 씻어내어도 아물 길 없는 그날의 아픔 아카시아 꽃자리 메꾸며 차오르는 나이
언젠가, 그 언젠가 돌아와 서야 할 그대들의 자리 보릿단 묶어낸 바람결 끝에 벼가 자라고 있는 들녘에 서면 살아있는 목숨이 그저 부끄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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