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천마리학 2020. 5. 26. 07:04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권 천 학

 

 

내 안에 있는 여러 개의 방

여닫힘도 모르면서

삐그덕 삐그덕 들락거리고

까탈스런 내 선잠 위에 자리를 펴고도

늘어지게 잠을 자는

 

나를 뽑아 감고 다니면서도

닫힌 문 안에 고이는

쓸쓸함 같은 건 알 바 없어

쓸쓸함을 더해주는

 

내 구덩이에 똥 퍼부어가며 넝쿨 뻗는

두루뭉실 호박 같은

 

헐거우면 헐거운 대로

조이면 조이는 대로

조석으로

내 게으름을 탓하며 챙겨주는

양말목 같은 아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천경자-꽃과여인

*가정의 달 5월, '부부의 날'에 부부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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