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 연재18회-너는 누구냐?

천마리학 2013. 4. 6. 04:10

 

  
   <제18회>

 

      2 부 벌 목 일 지

 

 

             너는 누구냐?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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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소리가 들렸다

꿈도 잠도 산산이 부서져나갈 만큼

서릿발이 서는 단말마였다

아직은 더 서 있어야 할 나무의 밑둥에서

피가 흘렀다

요절하는 목숨의 밑둥에서

숨막히는 아픔이 불꽃을 뿜었다

보고있을 수 없을 만큼 안타까워서

소리를 질렀다

너는 누구냐?

푸른 목숨을 텅텅 잘라내는 너는?

다음 순간 벌어진 눈과 입

놀라움을 닫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 벌목 당해 나간 이웃의 나무가

친구의 목숨을 무자비하게 찍어내는

독오른 도끼의 든든한 자루가 되어 돌아오다니

나도 언젠가

친구의 목을 자를 칼날의 자루가 되거나

믿는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쇠망치의

앞잡이가 될 수 있다니

 

!

나무 속에 흐르는 동물성의 피여!

저주여!

나무이기를 포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