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12-어린남매의 예쁜 모습, 우리집의 일요일 풍경

천마리학 2012. 10. 10. 02:17

 

 

 

*20111113()-어린남매의 예쁜 모습, 우리집의 일요일 풍경.

912

Celsius 13°~13°, 9am 현재 10°. Cloudy. 

 

어제밤 자정무렵 통통통통 아리가 올라와 파고 들었다. 어제 저녁에 아빠하고 자러 들어갈 때 굿 나잇인사를 하면서 아리가 할머니, 안녕히 주무세요하기에 그래. 아리도 푹 잘 자거라. 그리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해했더니 녜에 하고 들어갔었다.

그 덕에 아리가 잠 든 후에 정말 오랜만에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 셋이서 9~ 1050분까지 영화<Bourne Identity>를 봤었다. 그런데 자정 무렵 아무 소리 없이 올라온 아리가 아침 6시 반 경에 잠을 깨더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를 보더니

할머니 안녕 셨어요한다. 이렇게 이쁠 수가. 이렇게 좋을 수가!

아리를 안고 딩굴며 다둑다둑, 장난치며 그때부터 아리와 함께 보내기 시작했다.

 

 

 

 

 

아리가 문득 책상에서 할머니가 전등불빛을 가리려고 가려 세워 놓은 파일 철 사이에 끼워져 있는 스티커를 발견, 뽑아내며 좋아했다. 아리에게 주려고 감춰놓은 것인데··· 서랍이며 백이며··· 아리가 뒤지는 바람에 할머닌 정말 아리에게 비밀을 가질 수가 없다니까.하하하.

 

요즘 좋아하는 라이트닝 멕퀸을 비롯하여 디제이, 링고, 샐리, 메이터, 라모네 ··· 등등 할머니는 외우지도 못하는 온갖 차 이름을 줄줄이 대면서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할머니에게도 선물한다며 제 맘 내키는 대로 차를 골라 이름을 붙여준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것을 제일 먼저 선정하면서 할머니 이즈 마이 베스트 프랜드!’라고 한다. 말하자면 자기 베스트 프랜드니까 좋은 것으로, 먼저 정한다는 뜻이다. 녀석!^*^

 

 

 

 

 

 

 

 

일요일이면 언제나 그렇듯 엄마 아빠는 할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엄마가 참 고맙다. 힘들어하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메뉴로 매 끼니를 준비하는 엄마, 정말 정성이 대단하다. 할머니 같으면 귀찮아서도 그러지 않을 텐데··· 참 기특하다 하고 할머닌 속으로 생각한다. 그런 엄마를 위하여 조금이라도 도우려고 애쓰는 아빠의 모습도 보기 좋다.

도리는 마음이 편안한 탓인지 가끔 칭얼대긴 해도 그래도 잘 논다. 이곳저곳 기어 다니고, 계단을 기어오르고, 식탁 아래를 기어 다니다가 할머니나 아빠의 다리를 붙들고 일어서고, 할머니에게 안아달라고 악악 소리 질러 안아주면 여전히 손가락으로 이곳저곳 가고 싶은 곳을 가리킨다. 유리창에 붙어있는 데코레이션들을 하나하나 그 여린 손가락으로 짚어나가고, 오빠 방에 가자고 해서 가면, 또 커다란 옷장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손가락으로 포인트를 하고, 사자를 가리키고, 사자의 귀를 눌러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들고, 오빠 책상주변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고···

그러자니 할머닌 허리가 아프고 이내 지쳐 땀이 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리가 도리와 함께 잘 놀아준다. 놀아주다가도 방해가 되면 도리를 제지하느라고 장난감으로 칸을 치기도 하고, 문을 닫기도 해서 도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도 한다. ‘Don`t do that Dori!' 하고 소리를 치기도 하지만, 도리는 그런 오빠를 좋아한다. 역시 형제는 형제다. 부담스러워하는 줄도 모르고, 때로는 내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도리는 장난으로 알고 좋아한다.

, 이렇게 이쁠 수가!

그런 모습에서 끊을 수 없는, 가르치지 않아도 통하는 혈육의 정을 느낀다.

 

 

 

 

엄마아빠는 할로윈 데코레이션을 걷어내고 도리의 생일 장식으로 서서히 바꾸어나가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그랑마망의 전화, 아빠친구 앙드레 아저씨와의 스카잎통화, 몬트리올의 따따 쟌과 똥똥 달랏의 전화··· 등으로 가족과 친지들의 안부가 나누어지고,

아침 내내 할머니와 함께 그림그리기와 한글공부를 짧게 한 아리, 낮에는 노트북을 열어놓고 있는 아빠, 설거지 하는 아빠, 식탁 아래를 기어 다니는 도리, 의자를 붙들고 일어서서 디시 워셔 안을 들여다보며 그릇들을 만지는 도리,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노래도 부르고, ‘Dirty old town' 노래도 부르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에 몰두하다가 도리가 방해하면 소리소리 지르기도 하는 아리. 식탁에서 혼자서 서양장기를 두면서 할머니 엄마 아빠의 말을 각각 서가며 진행하는 아리, ‘할머니, 할머니 말은 개, 엄마는 카,···’ 외치고, 어느 순간에 할머니, 여기 보세요, you are almost win!' 소리 지르며 혼자서 신이나기도 한다.

 

 

 

계속해서 혼자 진행하는 서양장기의 스코어를 현장중계하고, 빨래 정리하는 엄마 곁으로 기어가서 거드는 도리···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엄마는 수시로 동요도 틀고, 클래식도 틀어놓는다)를 온가족이 합창하기도 하고, 때로 도리의 고함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흔들흔들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타는 도리를 보면서 모두 손뼉을 치기도 하고, 아리의 기특한 행동에 칭찬과 함께 어린 것들 자라는 모습으로 어른들의 마음이 뿌듯해지는 ···

분주한 우리집의 일요일 풍경이다. 어수선 왁자하지만 행복한 우리집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