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05-써머타임 해제, 한약과 에드워드 가든

천마리학 2012. 9. 27. 09:25

 

 

 

 

*2011116()-써머타임 해제, 한약과 에드워드 가든

 905

Celsius 12°~9°, 9am 현재 3°. Fog.

 

오늘 0시부터 써머타임이 해제되었다. 오늘부터는 아침 7시가 어제아침의 6시다. 토론토가 정오 12시이면 한국은 밤 2, 14시간의 시차, 한국이 빠르다. 따라서 블로그 체크타임도 그동안은 오전 11시였는데(한국의 밤 12) 오늘부터는 오전 10시이다.

 

오전 10시경, 스위스의 그랑마마와 그랑빠빠로부터 걸려온 화상통화. 아리는 블록 쌓기 놀이에 정신이 없고, 도리는 어딘지 시무룩해서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노트북을 들고 요모조모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아빠.

아리 도리의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그랑마마와 그랑 빠빠. 우리 아리 도리가 얼마나 보고 싶으실까. 얼마나 예쁠까.

어제 아침에 하이델베르그에 도착한 따따 캐띠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하신다. 토론토에서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할머니가 도리의 앞이마 머리를 약간 잘라서 이마가 더 훤히 드러났다. 요즘 도리가 앞머리가 눈까지 내려와 근실거려선지 자꾸만 손으로 머리를 만지고 뭔가를 뜯어내는 시늉을 하기 때문에 긴 머리가 걸리적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리의 앞 머리를 잘라줘야겠다고 했더니 엄마도 찬성. 그래서 잘랐는데, 엄마마음에 안 들까봐 은근히 걱정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자르고 돌아서는데 한 마디 한다.

도리 돌날 사진 찍는 거 아시죠?”

머리를 망치지 말란 뜻이다. 그 순간 아차, 또 실수했구나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버려두고 그저 보기만 하자고 맘먹었는데도 항상 나서곤 하는 나, 할머니, 스스로 자책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을 눈치 챘지만 어쩔 수 없다. 불편한 마음으로 이층으로 올라왔는데, 아빠가 내려가자마자 수군수군. 도리 머리에 대한 할머니의 가위질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할머니 스스로 발등을 찧을 수밖에.

정말 이젠 아리든 도리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똥이 되든 된장이 된든 나서지 말자. 그리고 곧 때가 되면 사라지자! 이미 할머니의 설 자리는 없다. 알면서 왜 이럴까? !

 

 

 

 

 

엄마는 여전히 스트레스 중. 일요일이라서 좋긴 하지만 일요일이라서 더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내일, 월요일이 되기 전에 또 청소를 해야 하고, 모든 물건이나 심지어 사람까지 제자리에 있어야하고··· 집안은 늘 유리알처럼 깨끗해야하고··· 그러자니 몸은 지치고··· 오전 11시 반~ 12시 사이에 한약을 찾기로 약속이 되어있어 시간도 맞춰 외출해야하고··· 늘 시간은 쫒기 듯 하고 일은 뜻대로 100% 되지 않으니··· 스트레스일 수밖에. 그 스트레스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까지도 전이되어 눈치 보게 되고, 힘들어하게 되고··· 전전긍긍이다. 필요 없이.

좀 지저분하면 지저분한 대로 그냥 두라고 할머니가 또 권했지만 그럼 집안에 먼지가 쌓여있는 걸 어떻게 하느냐?고 어김없이 짜증 섞인 반문을 한다. 늘 그렇다.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말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기어이 표정이나 행동 또는 묵살로도 대응한다. 한 번도, 한 가지도 수긍하거나 굽히거나 하는 일이 없다. 그것이 할머니로선 괘씸하기도 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할머니 역시 화가 나서 자책하게 되지만 엄마가 워낙 강성(强性)이라서 그냥 겪고 마는 것이 편하다. 그것 역시 할머니의 교육이 잘못된 탓이라고 돌리고 만다. 스스로 바꾸기 전에는 늘 필요이상의 마찰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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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아는 엄마는 팽 한의원에 가는 길에 어디 공원에라도 가자고 한다. 앞으로 한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어제 사온 테스트용 김밥과 떡을 가지고 나가자고.

거기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귀띔을 덧붙였다. 음악을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하자고.

으아해 하는 아빠에게 설명했다.

“You need take a rest. too much stress. so, we need go to the nature and listen to the music!"

아빠가 알아듣고 웃는데 아, 'we have a music in the car!'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음악을 준비하는 일까지도 번거롭게 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대신 할머니는 할머니의 전자사전을 준비했다. 거기 담긴 음악을 듣기 위해서.

 

 

 

 

팽 한의원에 도착하여 주의사항과 함께 한약을 받았다. 이번엔 할머니가 아리 몫까지 주문하여 좀 더 많이 지었다.

에드워드 가든의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김밥과 떡, 된장국까지 곁들여 점심을 먹고, 잔디 위에서 아리는 아빠랑, 할머니랑 볼 받기놀이를 하고, 다리와 시내를 건너는 산책길에 아리는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서 도리를 안고 있는 엄마에게 말을 건다.

멀리서 보니까 아기가 너무 이뻐서, 한국아기세요?”

도리가 방긋 웃자 그 아주머니 이쁘다고 하면서 더욱 못 견뎌한다.

산책길에서 지나가던 캐네디언 아줌마들 둘이서 또 도리를 보더니 너무 예쁘다면서 말을 건다. 외출할 때마다 도리를 꼭 사람들에게서 예쁘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럴 때 마다 엄마는 기분이 좋다. 한 인물 한다니까··· 하면서 웃는다.

 

돌아오는 길에 겔러리아에 들려 음식쇼핑도 하고, 저녁식사도 했다. 사시미와 굴콩나물국밥. 아리는 여전히 실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논다. 옆 테이블의 엄마또래로 보이는 일본아줌마가 또 도리를 보고 예쁘다고 말을 걸어온다. 그 아줌마도 8개월 된 아기가 있었다. 그런데도 도리가 너무 이쁘다면서 눈짓과 손짓을 하고 도리는 방글방글로 응답을 한다.

 

7시경 귀가. 아리는 아빠와 함께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