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04-불면, 세인트 크리스 핏 공원, Dirty old town

천마리학 2012. 9. 25. 18:59

 

 

 

*2011115()-불면, 세인트 크리스 핏 공원, Dirty old town

904

Celsius 7°~-2°, 9pm 현재 7°. Clear.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는 오늘 새벽녘까지 한숨도 못 잤다. 아침 6시경에야 겨우 잠깐 눈을 붙였다. 8시에 아빠가 내려왔다. 아리가 코리아 킨더가든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어제, 카사로마에 가던 길에 세컨드 컵에서 산 커피를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다 마시진 않고 반 컵쯤은 카라로마의 주차장 쓰레기통에 버렸는데도 오후 3시가 지난 늦은 시간이어서 카페인이 제대로 위력을 보인 것이다. 애고!

잠이 안 오는 덕택에 살그머니 거실로 나가 식탁에 앉아서 수필집 <세여자-장정숙, 민혜기, 원옥재>를 다 읽어버렸다. 곳곳에 이민초기 생활의 애환과 모두 60대 이상의 인생혜안이 담겨있었다.

책을 읽은 것은 좋지만 이러다가 불면증이 다시 도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 걱정이다.

 

 

그림속의 아기와 뽀뽀하는 도리.

 

 

 

 

아빠와 함께 아리가 코리아 킨더가든에 간 사이 모처럼 집에 남은 엄마가 또 집안청소를 시작했고, 할머니는 낡은 할머니의 백팩을 손질하고, 아리의 구멍난 초컬릿색 바지의 양 무릎을 깊고, 대형 장난감 캐터필러의 터진 곳을 바느질 했다.

그런데 또 엄마의 성화다. 할머니가 할머니의 낡은 백팩을 손질하는 것을 보고 만류하기 때문이다. 새로 사 줄 테니 그냥 버리라는 것. 하지만 할머니는 오래 써서 안쪽의 바닥부분이 군데군데 헐어있고, 덧대어진 비닐이 떨어져 너덜너덜하므로, 그 부분만 새로 바꾸면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손질에 나선 것인데 그것을 엄마는 하지 말라고 한다. 궁색을 떠는 것이 싫어서이다. 물론 엄마에게 새 것을 사주고 싶고, 고생을 안 시키려고 하는 의도임을 알지만 할머니 역시 평생을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어 그냥 버릴 수 없다. 쓸데없이 물자를 낭비하는 것을 결코 간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물건에도 예의가 있다라고 하는 평소의 주장과 신념을 버리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결핍과 절약과 가난의 체험을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엔 할머니의 메모장을 들춘다.

 

 

 

엄마는 일부 찬성을 하면서도 실천에 옮길 때는 늘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아리의 바지나 속옷 등을 기워입히는 것 까지는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한다.

할머니의 고집에 포기한 엄마는 불만인 채로 버큠을 돌리며 일층와 이층을 차례로 청소하는데, 할머니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소리가 바로 버큠소리다. 그런데 참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엄마의 버큠소리는 참아낼만하다. 아빠의 버큠소리는 더 견디기 어렵다. 왜냐하면 아빠는 행동이 날렵하지 않고 버큠을 돌리면서도 주위가 산만하여 켜 놓은 채, 도중에 TV를 본다거나,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마냥 늘어지며 시간을 끌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버큠소리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그 자체의 소리가 아니가 그것을 돌릴 때의 아빠의 산만함 때문이었다.

 

1시 반 경, 아빠와 아리가 돌아올 무렵, 엄마의 청소도 끝났고, 할머니의 수선바느질도 끝났다. 할머니의 손톱이 아프다.

 

 

이번엔 카드.

뒤집으면 뭐가 나올까?

 

 

 

 

도리는 혼자서 계단을 올라가기 좋아하므로 한 시도 눈을 떼기 어렵다.

또 책(Baby boo!)을 혼자서 펼쳐놓고 책장을 넘기며 본다. 책을 참 좋아한다. 아리도 그랬는데··· 넘기다가 뽀뽀하는 페이지가 나오면 허리를 바닥까지 굽혀 뽀뽀를 한다. 제법 인지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아리 역시 새로 생긴 라이트닝 맥퀸을 비롯하여 레이스 카를 가지고 놀고, 블록으로 레이스카를 만들며 논다. 그런데 도리가 오빠 방에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금새 쳐들어간다. 오빠와 술래잡기를 하거나 태그를 하면 온몸을 출렁거리며 끼약끼약 웃으며 좋아하고, 활짝 웃는다. 과격한 아리의 행동에 여린 도리가 다칠까봐서 늘 주의 시키고 주의하면서 지켜봐야한다. 아리는 때때로 도리가 오는 것을 거부한다. 놀이에 방해도기 때문이다. 만들어놓은 블록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그림을 구겨버리기도 하고, 연필꽂이를 뒤엎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문 앞에 의자로 울타리를 쳐놓기도 하는데 도리가 그 밑으로 기어들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뜻대로 안되어 악! ! 소리 지르기도 한다.

도리는 몸은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면서 마음은 훨훨 난다. 앉아있기를 싫어하고 걸으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양 겨드랑이를 잡고 앞세워서 ,,,···’하면서 걷기 연습을 시키면 방글방글, 겅쭝겅쭝, 허리를 굽혀해야하는 할머니는 힘든다.

또 아리가 휙휙 도망가고 다가오고 할 때마다 도리는 손을 넌출대며 온몸을 움직여대고 놀이에 참여하는데 그때마다 마음을 달리고 싶어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답답해하는 것이 역력하다. 할머니가 안고 뛰어다녀야 한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할머니는 이내 지쳐버리지만^*^

 

어린 남매의 자라는 모습이 왜 이렇게 보기 좋은지··· 그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와, 스페이드!

이게 뭘까?

그저 궁금하기만 한 도리.

 

 

 

오후에 독후감정리를 하는데 잠이 슬쩍 와서 얼른 아리방에 들어가 누웠지만 잠은 들지 않고 오히려 아리가 떠들어대기만 했다.

어깨가 아프고 몸이 힘이 드는데··· 4시경에 코리아 타운에 있는 세인트 크리스피 공원에 가자고 한다. 모두 갔다. 아리는 스쿠터도 가지고 갔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공원에서 헬멧과 무릎보호대, 팔목보호대까지 착용하고 스쿠터를 타는 동안 엄마는 로얄만두집에 들려서 김밥과 떡볶이 등을 사왔다. 오늘 저녁 보관해보고 괜찮으면 도리의 생일에 음식주문을 하기 위한 테스트용이다.

아빠가 도리에게 그네도 태워주고, 할머니는 아리에게 회전무대를 태워주고···

잠시 놀다가 코리아타운의 뉴이모네 레스토랑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돌아오는데, 차 안에서 아리가 또 <더티 올드 타운>을 틀어달라고 했다.

차 안에 <더티 올드 타운>이 퍼지자 아리는 흥얼흥얼 따라부르고 도리는 엄마 무릎에 서서 흥청흥청 춤을 추기 시작한다. 운전하는 아빠는 흘긋흘긋 돌아보며 즐겁고, 조수석에 앉은 할머니는 손벽 치고 장단을 부추키며 즐겁다. 모두가 흥겹고,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다.

 

 

 

텅빈 겨울 공원 그리고 해질녘의 세인트 크리스핏.

그래도 아리는 즐겁다.

 

 

 

오후에 제이형이 지난주에 할머니가 맡긴 하드용 USB를 가져왔지만, 저녁에 거기 담긴 영화를 한편이라도 보기로 했었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모두 피곤하여 그만 두었다.

아빠가 집에 있는 날이니까 아리를 아빠가 재워주고 할머니는 밀린 일기를 이렇게 적을 수 있다. ^*^

조금 전에 아리가 자러 들어가면서 할머니 굿 나잇!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리, 굿 나잇!

^*^

 

모두 잠든 시간에 할머니가 <더티 올드 타운>의 가사를 검색해서 올렸다.

우리나라의 김장훈 스타일이다. 

 

 

 

혼자 노는 아리. 아니지. 할머니가 언제나 곁에 있지.

그래서 어둠속에서도 무섭지 않고 즐겁지.

더티 앤 올드 타운을 흥얼흥얼...

 

 

 

 

Lyrics

Dirty old town

 

I met my love by the gas works crofts

Dreamed a dream by the old canal

Kissed my girl by the factory wall

Dirty old town

Dirty old town

 

Clouds are drifting across the moon

Cats are prowling on their beat

Spring's a girl in the street at night

Dirty old town

Dirty old town

 

Heard a siren from the docks

Saw a train set the night on fire

Smelled the Spring on the smoky wind

Dirty old town

Dirty old town

 

I'm going to make a good sharp axe

Shining steel tempered in the fire

Will chop you down like an old dead tree

Dirty old town

Dirty old town

 

I met my love by the gas works crofts

Dreamed a dream by the old canal

Kissed my girl by the factory wall

Dirty old town

Dirty old town

Dirty old town

Dirty old 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