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00-도리의 새벽외출과 출생신고. 빼어난 미모!^*^ 원숭이이야기

천마리학 2012. 2. 19. 11:50

 

 

 

 

*2011년 7월 8일(금)-

    도리의 새벽외출과 출생신고. 빼어난 미모!^*^ 원숭이이야기 800

 

 

 

26도 20도. 구름.

오늘은 도리의 출생신고와 할머니의 전자여권 신청을 하기 위해서 영사관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서류 비치대에 있는 서류들을 한 장씩 뽑아 벤치로 가더니 꼬불꼬불 빈칸에 글씨는 쓴다. 어디든 가면 서류 챙기고, 신문 챙기고, 팸플릿 챙기는 것이 아리의 습관이다.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해서 칭찬도 하고 동조도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제지도 한다.

 

엄마가 처리를 하는 동안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리. 접수창고에서 처리하는 엄마 곁에 붙어서 질문도 많고 참견도 많다. 수시로 엄마가 제지하지만 듣지 않는다. 실내에서 도리의 스트롤러를 밀고 다니기도 하고 느닷없이 검을 사달라고 하기도 하고, 이것 저것 만지고··· 그 모든 것들이 아리는 호기심으로 하는 일이지만 어른들에겐 말썽이다. 엄마나 할머니가 힘이 든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가 불러도,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특히 엄마가 아빠가 함께 있을 경우엔 더 그렇다. 그래서 가끔 할머니가 나무라기도 하고, 엄마도 ‘할머니가 지금 말씀 하셨잖아. 할머니 말씀을 들어야지.’ 하기도 한다.

 

오늘이라고 다를까.

 

 

 

 

 

 

 

 

실내에서 소란을 피우니까 제지하느라고 도리를 안고 벤치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불렀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좋아, 도리야, 이젠 오빠하고 놀지 말자.”

그제야 다가오며 ‘할머니, 와이?’한다. 그러니까 할머니 말이 안 들려서가 아니라 들으면서도 무시하는 거다. 제 일에 빠져서. 혹은 아빠가 엄마가 있으니까 차선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버릇도 버릇이지만 어른을 먼저 챙기는 기본예의를 가르치기 위하여 요즘은 엄마가 의도적으로 일부러 더 할머니를 챙긴다.

 

다가온 아리를 모른 척, 도리하고만 노니까 아리는 더욱 더 할머니 무릎으로 파고 든다. 조금 전에 무심했던 것도 있고 할머니로부터 소외당하는 것도 염려가 돼서다.

여러 번 ‘할머니 와이?’를 반복한 뒤에 못이기는 척, ‘아리하고 안 놀아.’ 하며 도리를 안고 자리를 옮기자 더욱 따라다니며 ‘미안해! 할머니!’한다.

몇 차례 애를 먹인 다음 화해를 해준다.

 

 

 

 

 

 

영사관에서 일을 마치고나오면서 근처에 있는 Deer Park도서관으로 걸어서 갔다.

가는 도중에 어떤 아줌마들이 스트롤러 안에 있는 도리를 보고 걸음을 멈추고 예쁘다고 찬사를 보내며 잠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역시 빼어난 도리의 미모!^*^

 

도서관에서 DVD가 포함되어 있는 <Alligator baby>와 <A chair for my mother>를 빌렸다. 반납일은 29 July.

 

맞은편 지하철 역 옆에 있는 맥도널드에 가서 스넥을 먹기로 했다. 엄마가 주문을 하는 동안 할머니가 도리를 창가의 테이블에 앉혀놓고 돌보고 있는데 들락거리는 사람들마다 도리를 보고 미소를 띠며 ‘So pretty!’ 한 마디씩 한다. 그뿐이 아니다. 창밖의 길에 있던 젊은 아줌마는 유리창을 통해서 한참동안 도리를 보며 손짓을 하더니 기어코 안으로 들어와 한 동안 도리를 어루다가 나간다.

역시 도리의 미모는 출중해!^*^

길에서건 어디서건, 이런 일은 자주 있다. 그래서 도리의 외출이 힘들기도 하다니까^*^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엄마^*^.

가끔씩 ‘안젤리나 졸리’로 비유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말한다.

‘노우, 안젤리나 졸리는 저리 가라지’ ^*^

엄마의 표현대로 ‘한 인물’ 하는 도리!

마음까지 아름답게 자라렴!

 

 

 

 

 

 

 

 

 

아리가 지난 주, 할머니의 불면증 치료를 시작하면서부터 혼자 자게 했지만 한 이틀 혼자서 잤을 뿐, 자다가 할머니를 찾아 올라오기도 했고, 또 아리 소리를 듣고 할머니가 내려가기도 했다. 아리가 ‘할머니, 할머니!’ 하고 부르며 칭얼대며 통통통 계단을 올라오곤 한다. 아리의 소리를 들으면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아리를 맞이하는데 아리는 오자마자 할머니 품에 안기거나, 할머니 침대로 기어들어와 할머니의 팔이나 손, 옷깃을 잡고 바짝 붙어 눕는다.

“우리 아리, 착한 아리, 용감한 아리, 할머니 손자·····”

할머니가 이불을 덮어주고 등을 다둑이며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리는 아주 만족한 듯, 안심하고 잠에 빠진다.

 

 

 

 

 

 

 

 

 

“오늘은 원숭이가 나섰어요. 바위 위에 올라가서 얘들아, 오늘은 내가 장기자랑을 할 차례지? 친구들이 그래 맞어 하면서 박수를 쳤어요. 그러자 원숭이가 너희들 내가 나무를 잘 타는 거 알지? 그랬더니 친구들이 모두모두 그래 알고 있지 하는 거예요. 원숭이가 신이 나서 말했어요. 오늘은 내가 얼마나 나무를 잘 타는지 보여줄 테니까 잘 봐. 알았지?

친구들이 좋아좋아. 빨리 보여줘 하면서 또 박수를 쳤어요. 그래서 원숭이가 나뭇가지에 뛰어오르려고 숨을 크게 들어 마시고 나서 준비! 하나, 두울, 셋! 하고 펄쩍 뛰어올랐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원숭이가 뛰어올라 잡은 나뭇가지가 툭 부러지면서 원숭이가 땅으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거예요. 아, 아퍼, 아퍼 하면서 원숭이가 울고 친구들은 놀라서 원숭아 괜찮니? 하고 모두들 걱정을 했어요.

 

누구야? 누가 나뭇가지를 부러트린 거야? 원숭이가 울면서 소리쳤어요. 그때 친구들은 늑대를 바라봤어요. 지난 번에도 토끼랑 멧돼지를 골탕 먹인 것이 늑대였잖아요.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 늑대가 말했어요. 히히히 그래 내가 나뭇가지를 부러트렸지. 메롱! 오, 또 네가 그랬구나 넌, 나빠, 하고 친구들은 원숭이를 달래주었어요. 원숭이가 엉덩이를 만지며 일어나서 말했어요. 늑대, 넌 나쁜 늑대야. 이젠 나도 너랑 안 놀아 하고 말하며 집으로 가버렸어요. 늑대가 말했어요. 흥, 나하고 안 논다고? 그럼 난 다른 친구들하고 놀지. 하면서 다른 친구들을 바라봤어요. ······”

 

아리는 벌써 잠나라로 깊이 들어가버렸고 오늘 할머니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