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초등학생인 아이가 방학 숙제인 일기 쓰기를 ‘나중에 한다’며 미루다가 결국 그날을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일주일치를 하루에 다 쓰는 일도 생기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앞으로는 매일 쓰겠다’고 하지만 그 후에도 번번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됩니다. 평소에도 아이의 미루는 행동 때문에 야단을 치는 일이 잦습니다. 미루는 습관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A 툭하면 미루는 아이와 실랑이하는 엄마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그려집니다. 한두 번 미루는 것이 아니라 습관으로 굳어져 있다면 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이 편할 리 없죠. 우리 반 영희(가명)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영희는 재미있는 활동을 할 때는 적극적이지만 공부나 숙제 등은 잘 미뤘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쉽게 할 수 있는 일만 하려고 하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려워 보이는 일은 ‘나중에, 나중에’ 이러면서 계속 미루곤 합니다. 부모나 교사가 아무리 다그쳐도 미루는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죠.
할 일을 자꾸 미루는 아이,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수업 시간에 이런 아이들은 대개 나른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거나 책상에 엎드려 있을 때가 많습니다. 몸에 힘이 없으니 의욕도 없고, 다른 아이들이 재미있게 도전하는 일에도 흥미가 없을 수밖에요. 그러니 꼭 해야 할 일이나 자기 책임인 일도 습관적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을 때가 돼서야 간신히 시작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아이들의 미루는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요? 우선 대화법을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보세요. 이런 아이들과 부모의 대화는 보통 이렇습니다.
“너 숙제 다 했어? 엄마가 숙제 먼저 하고 놀라고 했지?”
“놀고 하면 안 돼요? 놀고 싶은데…. 숙제는 좀 있다가 할게요.”
|“지금 당장 해! 넌 왜 매번 미루기만 하니? 빨리 안 하면 혼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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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계속 변명을 하고, 부모나 교사는 아이를 윽박지르는 대화는 아무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대화가 반복되면 아이는 점점 들은 척을 안 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에도 시간을 오래 끌게 됩니다. 그리고 누가 재촉하지 않으면 스스로 하지 않는 태도가 굳어집니다.
아이와 나누는 대화 방식을 이렇게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지금 숙제를 먼저 하고 놀래, 아니면 놀고 나서 숙제 할래? 엄마 생각에는 네가 숙제를 먼저 하면 좋겠어. 놀고 나면 피곤해져서 숙제하기 싫은 마음도 들고, 어쩌면 시간이 부족해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먼저 놀고 싶어요, 숙제를 나중에 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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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놀고 와서 힘들어도 3시부터는 숙제를 반드시 해야 해. 그러기로 약속한다면 숙제는 나중에 해도 좋아.”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한 대로 실천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해야 할 것을 마냥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 아니면 저것 등 한정된 범위 안에서 선택하게 하면 아이는 부모의 관리 속에서 자발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의 미루는 습관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부모의 양육 방식에 아이 나름의 방법으로 저항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루는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성찰 놀이’
여러 가지 일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지 아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성찰 놀이’를 소개합니다.
투명한 유리컵에 쌀과 호두를 가득 담습니다. 호두를 먼저 넣고 쌀을 넣어 컵 안이 가득 차도록 합니다. 넣는 장면은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고, 쌀과 호두로 가득 찬 컵만 보여줍니다. 그리고 큰 그릇에 모두 부어 컵을 비웁니다. 이제 아이에게 아까와 마찬가지로 쌀과 호두를 다시 유리컵에 넘치지 않게 가득 담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넣다 보면 다 넣지 못하고 유리컵은 넘쳐버릴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이 컵은 너의 하루란다. 하루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야. 호두는 하루 일 중에서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 쌀은 중요하지는 않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봐. 무엇을 먼저 넣어야 컵을 채울 수 있을까? 하루란 컵을 알차게 꽉 채우려면 이 호두처럼 너에게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을 먼저 하고, 나머지 남는 시간에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을 해야 해.”
아이는 놀이를 직접 해보면서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태도를 금세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의지와 힘은 몸에 활력이 채워져야 나옵니다. 그래서 습관을 바꾸려면 반드시 체력 단련을 함께 해야 합니다.
저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는 ‘단전치기’ 동작을 추천합니다. 아랫배 단전에 집중해서 양 손바닥으로 배를 두드리는 단전치기는 집중력과 함께 몸에 에너지를 채우는 아주 좋은 활동입니다. 2주 정도 2백~3백 개 정도의 단전치기를 매일하면 나른한 상태의 뇌가 깨어납니다. 아이는 몸에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글·김진희 서울신학초등학교 교사, (사) 한국뇌교육원 연구원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