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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뇌기능연구소장 세이지 오가와 박사 뇌 2003년 7월호

천마리학 2011. 8. 9. 23:07

 

 

 인터뷰
오가와 뇌기능연구소장 세이지 오가와 박사 뇌 2003년 7월호

2003년 07월 01일 (화) 12:00   
 

X-레이의 발견을 두고 사람들은 ‘인류를 위한 커다란 축복’이라고 했다. 해부하지 않고도 몸 속을 들여다 보게 되어 의학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뇌는 근래까지 인체의 마지막 블랙박스로 남아 있었지만 최근 그 연구가 폭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 속을 간편히 보여주는 fMRI의 출현은 이러한 도약에 한 몫을 단단히 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작동하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뇌과학의 새 장을 열고 있는 fMRI기법의 창안자이며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꼽히는 일본의 오가와 박사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았다.


2003 "재팬프라이즈"를 수상한 오가와 박사


오가와 박사는 올해 ‘일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재팬 프라이즈 Japan Prize를 수상했다. 이 상은 매년 과학기술 분야의 공로자 2명에게 수여되는데, 상금이 40만 달러에 이른다. 파나소닉을 설립한 마츠시다가 제정한 이 상은 천황도 시상식에 참석하는 명예로운 상이라고 한다. 오가와 박사가 창안한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가 의과학계 발전에 끼친 공로를 인정 받은 것이다.

fMRI는 현대 뇌과학에서 빠질 수 없는 도구이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뇌를 단층 촬영하여 뇌 활동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신경과학에서 브레인 매핑을 하는 데 유용하다. 뇌졸중이나 파킨슨 병 등 치료를 위해 뇌수술을 할 때도 fMRI로 뇌의 언어 영역 등 손상되어서는 안 되는 부위를 먼저 파악하여 보호하도록 쓰이고 있다.


업그레이드 된 fMRI 개발이 목표

미국 벨연구소 재직 당시 fMRI기법을 창안하였는데 어떻게 그 원리를 발견하게 되었는가

“MRI는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보는 데에는 매우 뛰어나지만 그 기능적 면을 볼 수는 없다. 그런데 MRI신호에서 뇌 기능적 변화를 알 수 있는 숨겨진 신호를 잡아낼 수 있다면 fMRI의 원리를 생각해 낼 수 있다.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누구라도 MRI를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고, 거기에 뇌 영상기법을 연결시킨다면 개발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뇌기능의 변화에 따른 신호를 잡는 방법을 찾아냈을 뿐이다. 뇌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부위는 혈류량이 증가하는데, 혈류량의 변화를 반영하는 신호를 추적하면 어디에서 뇌의 작용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에서 30여 년간의 연구생활을 정리하고 그는 2001년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 이유와 오가와연구소의 비전에 대해 물으
니 너털웃음과 함께 대답이 날아온다. “아마도 당신이 내 나이를 모르나 보다.” 실제로 그는 69세의 원로 학자이지만 나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일본의 기업가인 하마노 씨가 사재를 털어 연구소를 세우고 자유롭게 연구 개발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일본에 돌아왔다”고 설명한 그는 아직 일본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해 분주하다고 한다. 아내와 딸은 미국에 살고 있어 미국과 도쿄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오가와 연구소의 비전은 무엇인가.

“fMRI와 같은 뇌기능 영상 기기를 더욱 발전시키고, 뇌기능을 연구하는 것이다. fMRI 같은 뇌 영상화 기술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활동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공간 분해능’은 탁월하지만, 촬영과 영상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언제 활동이 발생하는지 알려주는 ‘시간 분해능’ 기능은 취약하다. 현재 ‘시간 분해능’ 기능을 보강한 뇌기능 영상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언제쯤 더 발전된 fMRI 개발이 완료되는가.

“아직도 분투 중이다. (웃음) 개발이 쉽게 되지는 않는다.”

미래에는 fMRI로 뇌기능을 어디까지 정확히 볼 수 있을까.

“fMRI와 다른 기계들을 함께 이용하여 뇌기능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뇌가 작동할 때는 한 부위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항상 여러 군데가 동시에 작용한다. 이러한 뇌기능의 네트워크를 밝혀 내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MEG나 EEG 등의 뇌파측정기기를 함께 활용하여 ‘시간 분해능’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는 ‘시간 분해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고, 그것에 우리 연구소도 집중하고 있다. 세계의 유수한 학자들도 이것을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우연한 발견, 지나치지 않는 것이 중요


현대 뇌과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비인 fMRI


어떻게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어떤 실험 중 흥미 있는 현상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이 끝난 후 자주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자문을 하는데, 이것이 새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 어떤 현상을 접할 때, 그것으로 인해 일어날 수 일에 대하여 예측해 보는 것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방법이다. 어떤 현상을 어디에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언제 스스로 물리와 화학에 흥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는가.

“중고등학교 때 물리를 잘 했지만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역사 같은 과목을 더 좋아했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열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길을 가는 동안 재미를 찾아내곤 하지 않는가. 나도 과학자의 길을 걸어가는 도중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대학에 진학할 무렵엔 엔지니어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공학 분야는 내게 별로 자극이 되지 않아 과학을 택했다.”

오가와 박사는 “뇌과학 분야는 할 일이 매우 많다. 답을 기다리는 수많은 질문이 존재하며 굉장히 열린 분야다”라고 강조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 도전한다면 인류의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좀 더 빨리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오가와 박사팀이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뇌기능 영상기기들도 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 본다.

글│정호진 hojin@powerbr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