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63-7월 18일 -골프장에 가다

천마리학 2009. 8. 15. 17:39

      할머니랑 아리랑 463

 

 

*7월 18일 토-골프장에 가다

 

 

 

 

오늘은 아빠와 함께 골프장에 갔지. 요즘 아빠가 골프배우기를 시작했기 때문이야.

아빠가 골프연습을 하는 동안에 할머니는 아리와 함께 놀아야했는데 도통 말을 들어줘야지. 아빠가 하는 것만 하려고 하니 아빠는 골프연습을 할 수가 없잖아. 겨우 달래서 우린 미니 골프장에서 미니골프를 하고 놀았지.

아리는 아직 너무 어려서 제대로 하진 못하지만 그저 공이 홀 속으로 들어가서 아래쪽으로 나오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어. 또 공을 치기 보다는 던지는 것을 더 잘 하고, 거기 있는 시냇물이나, 돌맹이 등 다른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할머니도 골프 연습을 하려했지만 아리 때문에 어림도 없었지.

 

아빠 연습을 마친 다음 피크닉!

노프릴에 들려서 아예 그로써리 쇼핑도 하고, 피크닉에서 먹을 즉석 샌드위치감을 샀지.

스카보로 지역의 블럽스(Bluffs), 지난 번 그랑마망이랑 따따 에디뜨가 왔을 때 간곳이어서 너랑 아빠는 두 번째지만 할머닌 처음 가는 곳이었지.

호수가의 자연은 참 아름다운데 날씨가 서늘하여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지. 아리 네가 추워해서말야. 준비해 간 여벌옷을 입혀도 추워해서 잠시 머물다 돌아왔단다. 돌아오는 길에 넌 스트롤러에서 부터 잠이 들었지.

 

네가 잠 든 사이 네가 어질러놓은 집안을 치우고 쇼핑해온 먹을거리를 정리하고, 반찬을 만들고 저녁준비를 하는데 정말 피곤했단다.

 

 

 

 

 

아빠 회사의 전용 피크닠 장.

할머니랑 함께 미니골프를~

 

 

 

 

 

그런데 아리! 이삼일 전부터 네 왼손의 네 번째 손가락이 곪았었지. 데이케이에서 픽업하면서 발견했었는데 짤 수도 없고, 또 손을 못 대게 네가 겁을 잔뜩 먹고 거부하는 바람에 겨우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서 지켜보았는데 오늘은 그곳이 굳어져서 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낫는 과정이었어. 거의 다 나아가고 있었지. 네가 음식도 잘 먹고 잘 노리까 고름을 짜내지 않고도 빨리 나은 거야. 네가 건강하단 증거겠지. 부라보! 아리!

 

잠을 잘 때도 곁에 할머니가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없으면 울어대는 바람에 할머닌 화장실에도 못 가잖아. 네가 깊이 잠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그리고 자다가도 꼭 밀크를 찾기 때문에 늘 준비해 두곤 하지.

하지만 넌 모르지?^*^

할머니가 너 모르게 너의 밀크를 섞는다는 것.

어른들이 먹는 밀크와 콩밀크를 반반씩 섞어서 준비하곤 하지. 네가 너무 많이 단맛 나는 것만 먹는 것 같아서말야.

넌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블루지. 블루 밀크버텀. 그리고 그린과 옐로우. 그런데 자다가도 밀크를 찾곤 하는데 그때마다 칭얼거려서 요즘은 할머니에게 가끔씩 핀잔을 듣곤 하지.

“노 크라잉, 아리!”

하고 말야. 그러면

“플리즈, 할머니 밀크 줘세요오~”

하지. 그리고 많이 줄까요? 조금 줄까요? 하면

“많이 줄까요”

하고 할머니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곤 하지.

아직은 말이 서툴고 또 한국말을 더 어려워하는 아리.

그래도 한국말을 모국어로 배워주려고 노력한단다.

잠들 때마다 한국어 노래나 이야기를 해주지만 잘 듣는 것 같지 않을 때가 많아.

그런데 낮에 혼자서 놀이에 빠져 놀 때나 신이 날 때 흥얼흥얼 한국노래를 부를 때가 있어서 할머니를 놀라게 한단다.

늘 에이비시만 하다가도 가끔 “가나다라마바사, 까따까따…”하고 끝은 아리나라 말로 얼버무리기도 하고,

또 “도예미파쏘야시도 도따까따빠따따…” 하기도 하고,

어느 땐“기억니은디긋 리을디긋 까따까따따…할머니” 하기도 하더니, 오늘은

“찌으응찌으응 비키나세오 자전거나감다 따 따 따 따, 저가는 음 음 음 크남다아”하고는 겸연쩍은 듯 웃더구나.

(찌르릉 찌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찌르르르릉, 저기 가는 아저씨 비틀 아저씨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너무 신통해. 우리 아리!

 

 

 

 

 

 

 

 

 

 

그런데,

아리가 ‘비키 나세요오‘할 때의 발음이 얼마나 곱고 예쁜지 할머니가 진저리를 칠 정도란다.

그리고 할머니가 가사를 약간 바꿨지.

‘노인’을 ‘아저씨’ ‘아줌마’로.

1절에선 ‘아저씨’로 하고 2절에선 ‘아줌마’로 했지.

이유는 두 가지.

첫째, ‘노인’을 ‘늙은이’라는 이미지로 고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말하자면 노인이 행동이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늘 그렇게 노인만이 사고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고 싶어서.

두 번째, 한자어인 ‘노인’의 의미를 아직은 알려주기가 아직은 어려울 것 같아서. 대신 네가 이미 ‘아저씨’와 ‘아줌마’라는 단어는 익숙하니까.

나중에 네가 좀더 크면 그때 ‘노인’에 대해서 가르쳐줘도 될 테니까.

 

그건 그렇고,

오늘은 뭐하고 놀았더라?

오늘은 의자를 종이 봉 두 개로 두드리고 나서 ‘블루 제이!’하고 외치며 놀았고, 또 노란 장난감 트럭을 밀고 빠르게 달려서 거실에서 할머니 방의 침대 사이를 돌아나오며 놀다가 나중엔 할머니와 아빠가 앉아있는 식탁 밑으로 통과하기도 했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할머니가 네 머리 다칠까봐서 “아리, 머리 조심, 머리 조심!”을 계속 외치며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 아빠가 비디오로 찍고, 찍은 것을 함께 보면서 신나게 웃기도 했지.

정말 끊임없는 스테미너로 할머니를 한시도 그냥 두지 않는 우리 아리!

그래도 좋다!

그저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주렴, 우리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