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09- 빈 의자 놓고 밥 먹는 할머니

천마리학 2009. 4. 8. 23:18

 

 할머니랑 아리랑 409

 

*12월 29일 월-아리의 빈 의자 놓고 밥 먹는 할머니 

 

 

아리야, 잘 놀고 있지? 오늘은 몬트리올의 어디에 갔을까?

쌍노항 강가에 가서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까?

따따 쟌네 집 뒤뜰에서 새를 보며 놀고 있지 않을까?

거기서도 눈을 밟고 좋아하겠지?

손도 차고 코도 빨갛겠지?

익사이팅 아리니까 추워도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고 노는 데 정신 팔려서 엄마 아빠가 애를 먹겠지?

 

 

인천공항에서 미경이모랑 숨바꼭질하는 아리

 

 


 

할머닌 어떻게 지내느냐고?

잘 지내고 있지만 네가 많이 보고 싶어.

할머닌 끼니때마다 네 의자를 옆에 놓고 밥을 먹는단다.

기억하지? 

너 왔을 때 앉았던 바퀴달린 조그만 나무 의자. 네가 지난 번 한국에 왔을 때 쓰던 의자잖아.

밥을 먹으면서도 네가 거기 앉아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한 번씩 쓰다듬어보고, 오며 가며 한 번씩 쓰다듬곤 한단다.

그런 할머니 마음을 넌 짐작이나 하니?

의자도 언제 네가 다시 올까 기다리고 있단다. 물론 할머니도 기다리지.


 

오늘 할머닌 또 너를 떠올렸지.

TV에서 여섯 살 먹은 여자 아이가 유창한 한국말로 공항 직원에게 자기 할머니가 가방을 게이트 안에 두고 나와서 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는 거야. 공항 아저씨가 아시아나 항공 사무실에 가서 말하고 허락받아 들어가야 한다고 알려주니까 아하, 그렇구나 하더니 자가 아버지에게 불어로 말해주는 거야.

그 아이의 엄마는 너의 엄마처럼 한국인이고 아빠가 프랑스인인데 프랑스 인 할머니가 한국에 온 거였어.

한국어를 잘 해서 자기 아빠에게 통역을 하는 꼬마를 보면서 너를 떠올렸단다. 너도 몇 년 후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야. 넌 한국어와 영어와 불어를 모두 잘 할 테니까.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