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요통 * 權 千 鶴 나는 오늘 혁명을 앓고 있다 짐을 싸는 내내 허리가 몹시 아프다 이사가 쉽지 않은 일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매일 쓸고 닦는 현관의 못 하나가 천정에 매달려있는 전등 한 개가 딴지를 걸어올 때도 있는데, 터전을 옮기는 일이 어디 쉬우랴 보따리들의 무게만으로도 지.. 권천학의 시마을 2017.03.10
489-Montreal 다녀오다 할머니랑 아리랑 489 *9월 4일 금~7일 월-Montreal 다녀오다 7일, 월요일이 노동절이어서 롱 위켄. 그래서 몬트리올 행. 따따 쟌과 똥똥 달랏이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네 선물로 이번엔 자전거를 사놓으셨더구나. 휴일만 되면 우리를 초대하시고, 갈 때 마다 맞춰서 너에게 큰 선물을 주시고, 항상 음식도 .. 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2009.10.08
시-한 그루 사과나무 <시> 한 그루 사과 나무 권 천 학 (시인) 내가 한 그루 나무일 때 어린 시절 노오란 꿈이 매달린 탱자 울타리 안의 한 그루 사과나무일 때 ‘고향’이라는 단어는 봄마다 돋는 새싹이 되고 잊히지 않는 기억들은 새싹 위에 올라앉아 꽃으로 벙글었다 안간힘으로 버티는 한 그로 나무가 되어 목숨에 .. 권천학의 시마을 2009.09.16
시-망향단의 바람 망향단의 바람 ―휴전선 權 千 鶴 멈춰있는 시간 위에 우리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염없는 길 끝에 우리들 아버지의 고향이 있으련만 행선지 없는 푯말에 걸려 주저앉은 향수가 검푸른 절망의 웅덩이로 고여있었다 단절의 시대를 사는 마른풀들이 야윈 모습으로 시들어 가는 갈색의 계절 생전에 고.. 권천학의 시마을 2009.09.14
시-어머니 시-어머니 어머니 권 천 학 땀 젖은 베적삼에 올올이 배인 한숨일레 정한수 흰 사발에 말갛게 씻긴 세월 저승길도 넘나드는 치성으로 어둠을 닦아내고 추위도 몰아내고 무명실 굵은 물레에서 비단정성 뽑는 이여 온갖 푸성귀 고루 심은 텃밭에서 참깨꽃 아욱꽃 때 맞춰 피어내고 자고나면 움트고 키 .. 권천학의 시마을 2009.07.05
시-철원평야 2 . 헛된 약속의 땅 <시> 철원평야 2 . 헛된 약속의 땅 권 천 학(시인) 온몸이 통째로 슬픔의 귀가 되는 약속의 땅 사지(四肢)가 찢겨나간 자유의 토막들이 아직도 채워진 수갑을 못 푼 채 조국을 부르는 소리 노동당사의 지하실에 갇힌 피울음을 하늘로 하늘로 퍼내는 죽지 찢긴 솔개미 탱크 바퀴에 깔렸던 풀잎들은 소.. 권천학의 시마을 2009.06.26
철원평야 1 . 달라진 것 없다 <시> 철원평야 1 ' 달라진 것 없다 권 천 학(시인) 텅 비어 있었다 다만 기다림에 야윈 억새풀과 매서운 북풍과 겨울을 쪼는 갈가마귀떼와 빈 들녘 그리고 그것들을 지키는 허수아비 뿐 아무도 없었다 다만 검게 끄슬린 채 뿌리 뽑힌 주춧돌과 들 곳 없어 떠도는 기적소리와 언 땅 밑에서 뒤척.. 권천학의 시마을 2009.06.13
시-5월, 장미의 이름으로 <시> 5월, 장미의 이름으로 -모시는 말씀 권 천 학(시인) 가시를 갈아 꾹꾹 눌러 쓴 초청장을 보냅니다 초록 모자를 쓰고 은빛 바퀴를 가진 바람 우체부편에 짤막한 파티 절정에 이른 몸짓으로 밤잠 설치며 겹겹이 타오를 줄 아는 당신만을 모십니다 들숨과 날숨 사이 빗물에 적신 햇볕을 끼워 짠.. 권천학의 시마을 2009.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