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시, 탈모 탈모 * 권 천 학 -11월의 시 낙엽이 진다 11월, 두 다리로 겨우 서 있거나 외로운 이 둘이서 서 있어 더 외롭거나 활활 타올라 하늘에 이르고 싶은 시간의 심지에 이루지 못한 꿈들이 뽑혀 나와 제 몸에 불 지르며 소신공양하는 해거름 한 살이 마치고 때가 되어 돌아가는 길목 더러는 한 계.. 권천학의 시마을 2018.11.18
아버지의 그물 아버지의 그물 * 權 千 鶴 바다는 늘 끝으로만 물러서는데 뭍으로, 뭍으로 기어오르는 살붙이들 여린 식솔들의 벼리를 움켜쥔 손아귀에 지천으로 꿈틀대는 실핏줄 퍼렇게 살아 눈뜨는 목숨 투망질로 굳어진 근육 흰 뼈마디에 고인 짭짤한 눈물 뭍으로 떠난 자식들은 그물코를 벗어난 금.. 권천학의 시마을 2018.02.06
시-대한민국 바다 대한민국 바다 * 權 千 鶴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 시인 동해는 꿈꾸게 하고, 남해는 그립게 하고, 서해는 삶을 경작한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그것은 거느림이며 에워쌈이다 솟구치는 힘이며 드넓은 가슴이다 길이며 마당이다 닫고 여는 문이다 도착하고 출발하는 시작점이.. 권천학의 시마을 2018.01.29
새해맞이시-뿌리의 시간 새해 새 마음으로 !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엔 웃는 일이 많으시기 바랍니다! 뿌리의 시간 * 권 천 학 -새해맞이 시 눈보라 휘몰아치는 대관령의 황태덕장에서, 켜켜이 쌓인 눈 깊어지는 나이아가라 언더레이크의 포도밭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혹한의 어둠 속에서 터진 껍질 .. 권천학의 시마을 2018.01.01
시-개나리 개나리 * 권천학 누가 뭐래도 봄이면 바람 타고 싶어 개나리 화들짝 피어오르는 계절이면 나들이 하고 싶어 풋정에도 마음 흔들리는 호들갑스런 나이 설익은 가슴마다 번져 나오는 어질병 어쩌지 못해 개나리 울타리 아래 모여 왁자지껄 터트리며 엮어다는 사춘기의 수다 잎이 피기도 전.. 권천학의 시마을 2017.06.03
시-봄옷 봄 옷 * 權 千 鶴 헤지고 헤져서 다 헤져버렸을 옷 봄만 되면 새 옷이 된다 헤져서도 새 옷 같은 헤진 옷이라도 새 옷이 되는 헤졌지만 새 옷일 수 있는 봄 권천학의 시마을 2017.04.24
시조-바지선 <시조> 바지선 * 권 천 학 땟국 낀 손금 사이 바다는 출렁이고 희망과 절망사이 오가는 눈 먼 짐승 오늘도 바닷길 천리 꿈만 꾸는 바지선 권천학의 시마을 2017.03.23
화엄사홍매 화엄사 홍매 * 권 천 학 붉다! 참 붉다! 풍경소리 염불소리 바람소리 붉다붉어! 환장하게 붉어! 소승, 언제 저처럼 붉어질까요 환장할 때마다 붉어진 피 세세연년 쏟아내었더니 피가 꽃되더라 권천학의 시마을 2017.02.25
달빛파병 달빛 파병 * 權 千 鶴 괴괴하다! 밤도 잠도 심상찮은 자정 넘은 시간, 불길함 떨치고 살금살금 괴괴한 적막 속으로 나서는데 배시시 열린 화장실 문틈을 비집고 쳐들어와 마룻바닥에 내리꽂힌 빛살, 머리끝이 쭈뼛! 숨을 멎고 소리 죽여 문을 밀다가 앗! 남쪽 환기창에 박힌 섬칫한 눈매, .. 권천학의 시마을 2017.02.17
시-봄폭설 봄 폭설 * 權 千 鶴 느닷없이 일찍 깨어날 때가 있지 철모르고 이르게 피어난 봄꽃처럼 천방지축 개구리 튀듯, 엉덩이 뿔 난 송아지처럼, 안일한 중에도 가끔 불안해지고 불행하지 않는 나날이 슬퍼질 때가 있지 눈사태가 부셔서 지그시 눈 감으면 아득히 보이는 꽃 사태 폭설은 꼭 겨울이.. 권천학의 시마을 201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