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돌아오시다 아버지 돌아오시다 * 권 천 학 아버지가 깨끗하게 돌아오셨다 몸에 붙어있던 온갖 세균과 잡다한 티끌, 생애를 더디게 했던 갖가지 더러움들을 몽땅 태워버리고 가뿐하게, 빨강, 파랑, 노랑, ...의 유채색들을 벗어버리고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무채색의 혼으로 우주 삼라만상의 기운으.. 권천학의 시마을 2018.02.27
가을겸상 가을겸상 * 권 천 학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시인 식탁보와 냅킨이 더 새하얗게 보이고 나이프며 포크가 유난히 반짝여 보이는 아침, 그 아침에 스치는 어떤 예감에 멈칫, 커튼을 열었다 갈색 톤의 버버리코트를 걸친 그가 가득, 창밖에 서 있었다 막 당도한 듯, 그의 등 뒤에서 밟고 온 낙.. 권천학의 시마을 2017.12.09
벚꽃;봄바람은 믿을 수 없어 봄바람은 믿을 수 없어 * 권 천 학 부스럼 번지듯 꽃무더기 피어올라 신명 올리는 봄 한 나절 이름 붙일 것 없는 설렘이나 한 소쿠리 쏟아 붓고 떠나는 봄바람은 믿을 수 없어 벚꽃 그늘 아래에선 더욱 그래도 한 번쯤은 젖어보고 싶은 나른한 꿈 한 자락 못 믿은 봄바람일지언정 한 번쯤은.. 권천학의 시마을 2017.05.21
시-봄옷 봄 옷 * 權 千 鶴 헤지고 헤져서 다 헤져버렸을 옷 봄만 되면 새 옷이 된다 헤져서도 새 옷 같은 헤진 옷이라도 새 옷이 되는 헤졌지만 새 옷일 수 있는 봄 권천학의 시마을 201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