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머니날의 삽화(揷話) * 권 천 학
오랜만에 다니러 오신 외할머니와 두레반에 둘러앉았다
생선구이 접시에서 모락모락 갓구운 고등어 냄새
외할머니 앞에 신경 써서 차려진 반찬을 점검하고서야
엄마는 우리들 사이에 끼어 앉으셨다
요리조리 젓가락질로 생선살을 발라먹기 시작했다
늘 하던 대로
대충 발라먹다 남은 가시를 엄마 앞 접시에 놓았다
갑자기 밥상위에서 번개가 쳤다
“왜 그래 할머니?”
외할머니 젓가락이 내 젓가락을 내리쳤다
“니 애민 괴기 묵을 줄 모리나?”
“엄마도... 알지, 그런데... 왜?"
“크단한 덩치보면 시집도 가겠구만 어찌 그리”
“그게 어때서요 할머니?”
“그런데 와 가시만 주노? 니 입만 입이고?”
“엄마가 좋아하신다니까... 늘 그래왔는데...”
“니 애민 생선살 먹으믄 입 돌아 간다드노? 엉?”
“오늘은 일부러 덜 발라먹었는데...”
“뭐라꼬? 말만 한 지지배가 우째 고걸 모리노?”
할머니의 젓가락이
과녘을 향한 화살이 되어 밥상 위를 그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엄마도 생선을 좋아하신다는 걸
그리고
외할머니도 엄마처럼 새끼를 낳은 어미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