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H₂+O₂=2H₂O
權千鶴
산소 같은 여자와 수소 같은 남자
둘이 만나 물이 되었다
상큼한 꿈과 투명한 힘
고운 꿈의 여자와 폭발하는 힘을 가진 남자가
제각각 다른 이름으로 아득히 떠돌다가
어느 바람 부는 날
부딪쳐 소리 내고
부딪쳐 빛을 내면서
서로 뭉쳐
스미고 섞이면서
씻어주고 품어주면서
하늘에도 같이 오르고
선인장 가시에도 함께 이른다
엉기지 않았던들
한 여자와 한 남자로
각각의 미립자 너와 나로
꿈 없는 꿈과 힘없는 힘으로
무의미의 세포로 떠돌았을 것을
운명의 어느 날
푸른 여자와 뜨거운 남자가 만나
물이 되었다
물이 되어
구름 위에서도 살고
꽃잎에서도 머문다
곡우(穀雨)
권천학
그 무렵만 되면 허기 진 짐승이 된다
춥고 어두웠던 불면 탓인지
잠을 들볶는 악몽이 잦고
태기의 신열로 들쑤시는 잇몸에서
재발하는 염증이 무성하다
누워있던 뼈들이 일어선다
숨어있는 칩들이 살갗을 뚫는다
터진 곳 마다 촉이 돋느라 근질거린다
손톱을 갈아 핏물이 베어나도록 긁어댄다
생살을 찢어서라도 허기를 채우고 싶다
천당과 지옥이다
솟아난 뻐드렁니를 밑둥에 박고
부스럼딱지 들추고 솟구치는 힘으로
나무의 피를 마셔댄다
털로 가린 곳이 불끈불끈
심장바닥에서 피 올리는 소리 쿵쾅쿵쾅
폭발할 것만 같다
햇볕도 웃자란다
쟁깃날이 튄다
허기와 갈증
새 순을 꺾어먹어도 양이 차지 않는다
꽃눈을 으깨어 즙을 마셔도
갈라진 혀가 젖지 않는다
지독한 태몽이다
피비린내 풍기는 입덧이다
곡우, 그 무렵만 되면
암내 짙은 짐승이 되고 만다
약력
*현대문학 데뷔
*진단시 동인 역임,
*한국전자문학도서관 웹진 ‘불루노트’ 발행(2000~2006)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2008년)
*하버드대학교주최 번역대회 우승(시 [2H₂ +O₂ =2H₂O] 등 17편,번역:김하나).(2008)
*코리아타임즈 주최 한국현대문학번역대회 시 부문 우승. 번역:김하나, 모크린스키(2010년)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단편 [오이소박이](2010년)
*현재:
*문예가족 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협 회원, 국제PEN클럽 회원, 캐나다문인협회 회원.
*한국사법정의실천연대 대표논객.(현)
*‘캐나다한국일보’와 ‘캐나다뉴스-부동산캐나다’의 고정 칼럼니스트.
*저서: 시집[그물에 갇힌 은빛 물고기]외 9권/ 편저[속담명언사전]/
E-mail: im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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