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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시 '홍도'와 링크

천마리학 2012. 7. 13. 18:58

 

 

 시 <홍도>

오마이 뉴스에서-2011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42927

 

다도해의 끝자락에서 만난 홍안의 여인
홍도(紅島)의 유혹에 빠지다
11.03.27 14:24 ㅣ최종 업데이트 11.03.27 14:24 임경욱 (iku1209)

난 갈테야

몸살 앓아 끓는 피 데리고

가서

들썩이는 파도 앞에

수줍음 깔아 펼치는

붉은 돌로 살테야

난 갈테야

가슴 두근거리는 곳이면

어디든 갈테야

그리움으로 안 받치며

한 그루 섬동백 되어

짓붉게 살테야

기다림으로 피 달래며

두근두근 살테야

검푸른 가슴 내보이는 바다

그 바다 믿고 살테야

- 권천학 시인의 <그리운 섬 홍도> 전문

꼭 한 번은 가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는데, 오렌지빛 봄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사무치는 그리움을 어쩌지 못하고 지난 3월 23일에는 그녀 홍도를 찾아 나섰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처럼 설레는 마음은 풍선을 타고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홍도를 만나러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115㎞의 물길을 2시간30분 동안 달려야 했다. 1차 기항지인 도초도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다도해의 섬들을 헤집고 남서쪽으로 줄곧 달린다. 뱃길 사이로 섬과 섬들이 가까이 혹은 멀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봄볕을 받고 있다. 전라남도에는 1951개의 섬들이 분포되어 있는데, 그 중 지금 지나가는 신안군은 절반이 넘는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천사의 섬'이란다.

도초도를 벗어나면 곧바로 큰 바다와 연결되어 배가 흔들릴 때마다 아랫배가 저려왔다. 도초도에서 1시간 정도 더 가면 홍어로 유명한 2차 기항지 흑산도다.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는 보이지 않고 섬을 찾은 몇몇의 관광객과 주민들이 타고 내릴 뿐이었다.

흑산도에서는 홍도가 지척에 있는 듯 가까워 보이는데 30분을 더 달려야 했다. 바닷길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멀다. 홍도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섬들의 윤곽이 또렷하다. 6.47㎢의 본 섬과 크고 작은 13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홍도는 다도해의 끝자락에서 홍안을 하고 미모의 여인처럼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늘 바람에 쌓여서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고독하게 망망대해를 지키고 있는 홍안의 여인, 홍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홍도항에 도착하니 부두 양옆으로 포장을 두른 횟집과 어물전이 즐비하게 늘어서 우리를 정겹게 맞이했다. 횟집마다 해녀들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과 활어가 고무대야에 담겨 구미를 당겼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일단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고 앉아 뿔소라와 해삼, 멍게 등을 안주삼아 허기진 배를 알코올로 채웠다. 소라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알싸한 바다냄새가 입안 가득 번진다. 해삼의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홍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 홍도1구 상록수림에 돌러싸인 홍도1구가 평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 임경욱
홍도1구

500여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홍도는 1구 주민은 대부분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반면, 2구 주민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관공서를 제외한 건물은 거의가 숙박시설이거나 음식점 혹은 노래방 등 유흥업소들이다. 더욱이 좁은 공간에 무분별하게 지어진 건물들은 우리나라 건축행정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지중해의 휴양지처럼 섬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울리게 건축물을 배치하고 관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제는 주민들 간의 이권다툼에 감히 어쩌질 못하고 방관하고 있는 상태다.

관광철이 아니라 섬 안은 대체로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홍도의 최고봉인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나무데크를 설치하여 오르기에 편리했다. 368m의 낮은 봉우리지만 5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식생이 형성된 자연의 보고로 2002년에 산림청으로부터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구실잣밤나무, 돈나무, 황칠나무 등 상록수림이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오른 깃대봉에서는 홍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섬과 섬 사이에 섬이 있고, 섬 너머에 이름모를 섬이 있다. 망망대해에 그려진 한 폭의 동양화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 남문바위 홍도 제1경 남문바위는 물떼가 맞으면 작은 배가 지나다릴 수 있는 석문이다.
ⓒ 임경욱
남문바위

▲ 독립문바위 홍도의 북문인 독립문바위는 홍도의 제8경으로 옛날에 중국으로 가는 배들이 이 문을 지나갔다고 한다.
ⓒ 임경욱
독립문바위

홍도의 해안선 36.8㎞를 시계방향으로 운항하는 유람선은 승객이 정원의 1/4인 60여 명 정도로 적어 한가하고 여유로웠다. 날씨가 좀 쌀쌀했으나 궂은 날은 아니었다. 남문바위, 실금리 굴, 부부탑, 만물상, 석화굴, 독립문, 슬픈여, 공작새바위 등 기암괴석 사이사이로 소나무가 예술작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오롯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바위와 수목이 조화롭게 구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2010년 불어 닥친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나무들이 많이 뽑히거나 부러져 죽고 생채기를 입었단다.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이 세월이 흘러야 할까?

▲ 기암괴석과 소나무 소나무가 바위 위에서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루며 한폭의 산수화처럼 자라고 있다.
ⓒ 임경욱
소나무

바다 밑으로는 김, 미역, 우무가사리 등 해조류가 풍부하다보니 다양한 어패류가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단다. 이즈음에는 노래미, 볼락, 우럭 등이 바위 쪽에 붙어살면서 횟감으로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선상 유람이 끝날 즈음에는 고기잡이배가 유람선으로 다가와 직접 잡은 횟감을 즉석에서 떠줘 그 싱싱함을 맛볼 수 있었다.

사시사철 온갖 풍파를 다 견디며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채 홍조 띤 얼굴로 바다를 지켜온 여인, 일출에 울고, 낙조에 울고, 바람 맞아 울고, 파도 쳐 우는 홍도를 달래주며 우리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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