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52-신년하례 모임.

천마리학 2011. 2. 11. 15:50

 

 

 

 

 *2011년 1월 8일(토)-신년하례 모임.

 

 

눈이 쏟아지는 아침. 제법 많이 싸였다.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많이 내린 눈이다.

아리의 훈련 돌입 나흘째.

오늘 아침 기상시간은 7시 15분, 양호하다.

“잘 잤어?”

“끄덕끄덕.”

“말로 해봐. 아리!”

“녜”

"우리 일찍 일어났지? 그럼 뭐할까? 리딩 할까?"

“플레이.”

“좋아, 그럼 얼른 일어나. 놀자. 뭐하고 놀까?”

아리가 일어날 때 짜증내지 않고 스스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

15분 동안 프리텐딩 컴퓨터 게임을 했다.

그리고 카운터 공부를 했다.

1에서 100까지 수를 세는 것을 한 어제에 이어 오늘은 +(더하기, 플러스), -(빼기, 마이너스), =(은, 는, 이퀄)을 처음으로 연습시켰다.

물론 집중하지 않았지만 약간의 강요를 섞어가며 반복했고, 1~100까지를 서로 번갈아가며 나눠 세기를 했다.

요사이 아리는 원 한드레드 에 대해서 매우 신기해하면 좋아한다.

아리가 헤아리는 숫자는 원 한드레드에 이어 싸우전, 밀리언, 빌리언, 인피니티… 하면서 예의 장난기를 발휘하여 딜리언, 혹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를 만들어 부르곤 한다.

 

 

 

 

 

 

 

어쨌든 아리는 ‘원 한드레드’를 매우 좋아한다.

백까지 세는 동안에도 마지막 백에 이를 부분부터는 아리가 읽도록 유도하는데, 아리는 그때마다 큰 소리로 ‘원 한드레드’를 외치며 신나 한다.

오늘도 마찬가지.

어제아침엔 6시 30분에 일어났었다.

할머니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할머니이~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돌아왔는데, 시간이 예정 기상시간인 7시가 가까워서 망설이다가 시도했었다.

“아리. 우리 조금 더 잘까?”

“노우,”

“그럼?”

“플레이.”

그래서 일어나서 그때부터 책읽기와 놀이로 시작해서 옷 입기까지를 8시까지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아침식사 준비를 했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짜증내지 않고 가뿐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아침마다 잠이 부족하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칭얼대었기 때문이다.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거실에 앉아 바라보면서 커피가 식는 줄도 모르고 꿈같은 이야기들로 보낸다.

도리를 위해 짜놓은 엄마의 젖이 150cc. 점점 많아진다. 도리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넘어서면서 커가는 것을 느끼는데, 바로 기저귀의 사이즈가 1호가 작은 느낌이 들어 곧 2호로 바꿔야 하는 것과 먹는 양이 많아진 것이다.

엄마는 도리가 먹지 않는 시간에도 수시로 젖을 짜서 비축해두었다가 도리가 보챌때 마다 먹이곤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도리가 많이 먹기 시작했고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엄마의 젖도 분비되는 양이 늘어난다고 엄마는 말하면서, 기뻐한다.

인체의 신비, 섭리가 참으로 묘하고도 묘하다.

 

 

 

 

 

 

오늘은 우리집의 신년하례모임.

제숙교수와 헌이 이모, 혜영선생님이 할머니 생신을 겸한 신년하례모임을 가진 날.

원래 할머니 생일은 12일이지만 오래 동안 만나오던 모임을 이날을 겸하여 신년하례식으로 한 것이지.

그레이스 부부와 나리네는 다른 일이 있어서 섭섭하지만 불참.

할머니생신 선물을 비롯하여 말린 사과, 아리선물, 도리선물, 옷과 장난감…

그리고 할머니가 손님들에게 전하는 신년선물! 캔들!

제 몸을 태워가며 주변을 밝히고 일 년을 눈밝게 살며 건강하자는 의미로 각각에게 맞는 예쁜 카드 글도 써서 함께 주었는데,

‘당신과 나’라고 써주었다고 감동, 감동…하는 혜영선생님.

‘어머니’라고 불러주는 제숙이모의 호칭도 할머니는 정말 좋단다.

모두가 교수님들이니까 할머니는 교수 딸, 교수 친구를 두어서 좋아!

 

 

 

 

 

 

 

아빠가 준비한 프랑스식 메인 요리 네 가지.

이번엔 12월부터 계속 지쳐있던 할머니를 위해서 바쁜 회사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메뉴선정부터 혼자서 하고, 준비하고, 요리까지 직접해가며 신경써준 아빠가 정말 고마웠지. 물론 엄마도 고맙지.

거기다 늘 그렇듯, 만나면 펼쳐지는 신나는 이야기들,

모처럼 통하는 친구들의 모임이라서 이야기는 끝이 없고, 갈수록 신나고, 항상 토론과 담론과 의견제시 등, 의미 있는 대화의 시간이 되곤 하지.

또 한 가지, 오늘의 모임 서막을 더욱 화려하게 만든 것은 우리 아리의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하는 <해피버스데이 할머니> 노래였지.

모처럼 부끄럼도 안타며 자진해서 노래 부르는 신통한 아리!

영어로 부르고, 박수를 받고나서 다시 한국말로 부르고, 박수 받고, 그리고 다시 프랑스어로 불러서 끝까지 박수를 받은 아리!

그 기분에 이어 촛불도 함께 끄고 신나는 아리!

할머니는 감사하고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