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에서
權 千 鶴
아비도 늙히고 아들도 늙히는 세월에 눈마저 멀었는지 눌물 밖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Let the iron horse run again’ 어느 나라 사람들이 끄적인 말인지는 몰라도 어릴 적 추억 속에 내닫던 논둑길 밭둑길 같습니다 기적 울리고 달려가는 미카 3, 244를 따라 가랑이 사이에 불 지피던 시절 그 고향 길 끝에선 지금도 어머님이 손 흔들고 계십니다 향보다 더 진하게 소주보다 더 아리게 떠오르는 임진강 푸른 줄기 기억 속에 살아있는 것들을 모두 띄워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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