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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그루 사과 나무 권 천 학 (시인)
내가 한 그루 나무일 때 어린 시절 노오란 꿈이 매달린 탱자 울타리 안의 한 그루 사과나무일 때 ‘고향’이라는 단어는 봄마다 돋는 새싹이 되고 잊히지 않는 기억들은 새싹 위에 올라앉아 꽃으로 벙글었다
안간힘으로 버티는 한 그로 나무가 되어 목숨에 잔뿌리 내리고 매마른 숨길 타고 오르는 분홍의 향기들이 뭉쳐서 줄기 줄기 아픈 관절에 홍옥처럼 새빨간 등을 다는 조국은 밑둥 어디쯤에서 숨이나 쉬고 있는지 절망의 심지에 희망의 불을 붙이는 조국은 땅 속 어디쯤에서 물길이나 트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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