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등나무 꽃넝쿨 아래에서

천마리학 2009. 5. 21. 09:15
 
 

등나무 꽃넝쿨 아래에서

 

                                         권     천     학


 

 


그토록 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어도

아직도 눈물로 지새워야 할

수 많은 밤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그토록 수 많은 등을 밝혀가며

힘겹게 먼 길 굽돌아 왔어도

아직도 등을 밝혀야 할

수 많은 밤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등나무 꽃이 필 때만 되면 꿈을 꾸게 된다.

등나무 꽃넝쿨 아래, 그 연하고 향기로운 꽃그늘 아래에 서면


까닭없이 눈물겨워진다.


애잔한 보라빛과 서로 엉기듯 촘촘히,


모든 그리움을 다 뱉어내느라 늘어진 꽃송이들,


살아온 날들만 같아서

 

살아갈 날들만 같아서


눈물겹고, 감사하고, 그립고,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