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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인생, 유아기의 뇌,신통방통한 아기의 뇌 속으로

천마리학 2013. 3. 20. 00:53

 

 

 

뇌 속의 인생, 유아기의 뇌 vol.15

브레인 Vol. 15

첫 번째 리포트유아기의 뇌

기획테마 | 기자 |입력 2009년 05월 15일 (금) 15:37   

 

왜 뇌를 얘기할까요?
심장의 구조나 세포의 작용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으면서 왜 유독 뇌에는 관심을 가지라고 하는 걸까요? 그것은 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모든 콘텐츠가 나의 뇌와 너의 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얽히고설키는 창조 작업들을 좀 더 잘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우리 삶을,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 끝에 찾아낸 결론은 ‘뇌 자체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는 것입니다.


‘뇌를 알라!’ 이 말은 이제 ‘너 자신을 알라’의 21세기 버전이 되었습니다. 《브레인》은 지금껏 모든 기사에서 뇌를 이야기해왔지만,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뇌의 한평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하고 이번 호부터 그 리포트를 작성해 독자에게 제출할 계획입니다.

먼저 ‘유아기의 뇌’를 시작으로 다음 호에 ‘청소년기의 뇌’, 그 다음 호에 ‘노년기의 뇌’를 차례로 싣습니다. 뇌의 일대기를 담은 이 리포트가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깨우는 작은 힘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첫 번째 리포트 | 유아기의 뇌
신통방통한 아기의 뇌 속으로
유전과 환경, 경계선은 없다
기질과 성격, 숙명일까?
나쁜 머리는 없다

기획·구성 | 편집부

 

신통방통한 아기의 뇌 속으로

브레인 Vol. 15

 

기획테마 | . 기자 |입력 2009년 06월 16일 (화) 20:04   

 

쌔근쌔근 잠든 아기는 그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평화로움과 행복함을 안겨준다. 눈을 맞추고 웃는 아기를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헤벌쭉’해진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이 작고 여린 생명은 어떻게 순식간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옹알이를 할 때, 걸음마를 시작할 때, 잘하건 못하건 무한한 격려와 지지를 받는 아기의 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뇌는 언제 만들어지고 어떻게 성장해가는 걸까? 어제와 달라진 아기의 행동을 볼 때마다 그 작은 머리 속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유아기의 두뇌 발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금의 우리도 한때는 아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의 두뇌 발달 과정을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태아의 두뇌 발달 특성 : 어른만큼의 뉴런을 갖고 태어나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한 지 4주가 지나면 쉼표(,)보다 작은 크기의 뇌 부위가 생긴다. 두 번 굴절된 튜브 모양인데 이 지점은 중뇌, 전뇌, 후뇌를 구분한다. 임신 5주가 되면 세 부분의 뇌는 다시 다섯 부분으로 나뉘고, 7주쯤 되면 전뇌가 풍선처럼 부풀어서 좌우 반구가 될 두 부분으로 나뉜다. 임신 24주에는 주름 잡힌 호두 모양으로 변한다.

임신 5주부터 20주 사이에는 1초당 5만 개에서 10만 개의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무수한 세포가 쌓여 대뇌 피질이 두꺼워지면서 주름이 잡히면 뉴런의 이동이 시작된다. 생성된 뉴런들은 교세포의 도움을 받으며 전뇌 위쪽으로 미끄러져 가는데, 적절한 위치에 도착하면 신피질의 여섯 개 층 중 하나에 자리 잡게 된다. 이 이동이 잘못 진행될 경우 정신분열증이나 간질, 난독증 같은 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임신 7개월이 되면 더 이상 새로운 뉴런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른만큼의 뉴런이 이미 다 만들어진 것이다. 이때부터는 시냅스의 연결이 활발해진다. 임신 7개월 이후부터 뇌의 크기 변화는 뇌 속 지방의 증가로 이루어진다. 이제부터 아기의 신경세포는 시냅스 만들기 경쟁과 가지치기를 통해 오감과 사지의 운동을 다듬어가기 시작한다. 시각피질을 예로 들면, 임신 7개월부터 생후 2개월까지 시냅스가 증가하고, 생후 2개월에서 4개월 사이에는 그 수가 무려 10배에 이르는 폭발적 증가를 보인다. 이 시기에 아기는 시력이 갑자기 좋아진다. 생후 8개월에는 시냅스가 최고치에 이르고, 만 4세까지 높은 밀도를 유지하다가 만 10세가 되면 10퍼센트에서 60퍼센트 가량 줄어든다.


1~2세의 두뇌 발달 특성 : 기억력이 발달하면서 낯가림과 자의식이 출현하다

신생아는 뇌간, 시상, 소뇌와 같이 생존과 직결된 뇌 부위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생후 3개월에는 소뇌, 시각, 청각, 촉각을 담당하는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신생아의 자동반사 동작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손발의 놀림이 자유로워진다.

생후 6개월에서 8개월 사이에는 전두엽과 후두엽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이 무렵 아기는 낯을 가리게 된다. 아기의 기억력이 증진되면서 나타나는 낯가림은 사회성 발달이면서 동시에 인지 발달의 한 과정이다. 이제부터 아기의 두뇌 기능은 점차 본능, 감각, 감정 등에서 고등한 정서로 발달해간다.

대뇌 피질은 생후 1년 정도면 어느 정도 발달하며 18개월에는 자의식이 생겨서 자신을 알아보고 자기 자신의 반응을 조절한다.


3~4세의 두뇌 발달 특성 : 시냅스 가지치기가 시작되는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
이 시기에 뇌는 시냅스의 연결이 무척 과다해진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신을 주체하기가 어렵고, 마치 스펀지처럼 모든 정보를 흡수하기만 하는 엄청나게 산만한 상태가 된다. 세 살짜리 유아의 뇌를 보면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만 세 살이 되면 시냅스는 무려 어른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이렇게 시냅스가 과도해지는 것은 아이가 어떠한 방향으로든지 다듬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외부환경과 자극에 반응하면서 과도한 시냅스를 가지치기하고 점차 개성 있는 인격체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특히 뇌과학자나 의사, 두뇌 개발 전문가들은 만 세 살까지를 평생 뇌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뇌세포의 90퍼센트가 형성되고, 지능의 70퍼센트가 완성되며, 뇌세포들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 구조의 80퍼센트가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뇌 발달과 관련하여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것은 시각, 청각 등을 통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생각하고 계획하는 행위와 관련된 뇌의 기능은 조기에 완성되지 않고 평생 동안 유연한 상태로 남는다. 신경이 다듬어지는 이 시기에 유아의 뇌 회로에는 우리의 능력과 특성 그리고 재능과 반응 등 앞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정신적 토대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결정적 시기에 뇌 발달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인은 지식 주입이 아니라 부모와 교감하는 놀이를 통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다.


5~6세의 두뇌 발달 특성 : 좌·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발달하다

이 시기에는 좌·우뇌를 연결하는 커다란 신경섬유 다발인 뇌량이 발달한다. 좌뇌와 우뇌는 뇌량을 통해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다. 뇌량의 수초화는 만 1세가 되어서야 시작되고 5세 무렵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뇌량이 발달한다. 이 무렵부터 좌·우뇌의 정보 교류를 요구하는 과제에 능숙해진다.

특히 종합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과 사태를 전체적으로 처리하고 리듬 및 정서를 담당하는 우뇌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전두엽을 발달시키려면 지식 교육에 앞서 인성교육이 더 필요하다. 6세 무렵부터는 측두엽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어른보다 적은 노력으로도 다양한 기능을 익힐 수 있다. 

 

수초화란?

수초화가 이뤄지는 시기와 정도에 따라서 뇌의 각 부위의 발달 정도에 차이가 난다. 왜냐하면 수초화가 되면 뇌의 신호 처리 속도가 높아져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유아기 뇌 발달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는 수초화와 관련이 있다. 그럼 수초화란 무엇일까? 신경세포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부위인 축삭이 신경 아교세포, 즉 지방질 세포로 감싸여 전기적으로 절연되는 현상이다. 마치 전선에 피복을 입히는 것과 같다. 수초화가 되지 않으면 정보가 흐르다가 손실되거나 전달 속도가 느려진다. 따라서 수초화가 된 뇌 부위는 그 부위가 담당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내고 있다는 뜻이다.

척추 쪽은 생존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태아 때 벌써 완료된다. 임신 중기에는 척수 운동신경의 수초화가 시작되고 임신 말기에는 뇌줄기 운동신경의 수초화가 시작된다. 대뇌와 소뇌 사이의 간뇌는 태어나서 1세까지 수초화가 진행된다.

뇌와 골격근 사이의 신경통로가 수초화됨에 따라 아기는 머리와 가슴을 들어올리고, 팔과 손을 뻗고, 구르고, 앉고, 서고, 걷고, 뛰는 등의 점차 더 복잡한 동작을 할 수 있다. 출생 후 처음 몇 년 동안 수초화가 매우 급속하게 진행되기는 하지만, 뇌의 어떤 부분들은 10대 중반에서 후반 또는 성인기 초기가 되어야 완전히 수초화된다. 특히 대뇌는 15세가 넘어서까지 수초화가 진행되는데, 대뇌 신경세포의 수초화 정도는 나이나 부위에 따라 다르다. 그중에서도 개념적인 사고와 비교, 예측과 추론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쪽은 특히 수초화가 느리게 진행돼 나이가 들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유전과 환경, 경계선은 없다

뇌는 최초의 세포분열을 시작한 이후 유전과 환경 사이에서 섬세하게 춤추며 발달한다. 두뇌 발달에 있어서 어디까지가 유전의 영향이고 어디서부터 환경의 영향인지는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 속에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기 때문이다.


타고난 학습 능력은 유전자 덕분

아기가 낯선 세상과 마주할 때 이미 학습 능력을 타고난다는 것은 많은 과학자들이 증명했다. 인류가 출현한 이래 수억 년간 측정한 정보들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바로 그 순간, 태아의 유전자에 내재된다. 1980년대 초반, 과학자들은 태아의 두뇌에 있는 각 신경세포의 기능과 위치가 미리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두뇌의 구조는 뉴런이 이동하면서 갖추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시각을 담당하는 시각 뉴런이 처음부터 시각 뉴런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뉴런들이 시각 정보가 도착하는 두뇌 부위로 이동하기 때문에 시각 뉴런이 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뉴런이 도착한 장소가 개인의 기질, 재능, 약점, 기발함 같은 것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런은 이동 도중에 다른 세포들과 접하게 되며, 태내 환경에 따라 그 속에 있는 특수한 유전인자가 활성화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호르몬, 성장 요소, 세포 유착 분자, 세포 간의 여러 신호들, 모친의 혈액 내 물질 등 모든 태내 환경이 뉴런이 어디에서 멈출지, 어떤 기능을 수행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방식으로 태내 환경은 유전인자가 두뇌를 만들어가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뇌 신경망을 작동시키는 유아기의 경험
신경과학자들은 신경세포가 얼마나 가소성이 풍부한지를 강조한다. 뇌로 들어온 모든 시각 자극과 소리와 생각들은 특정한 신경회로에 흔적을 남기고 이후에 들어올 시각 자극, 소리와 생각들이 저장되는 방식을 조정한다.

뇌는 감각, 운동, 감정, 인지 능력 등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살아 있는 조직이다. 분명한 건 신경 발달 순서가 유전자에 의해 정해졌다면 뇌 발달의 질적인 면은 주위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축색과 수상돌기를 정확한 지점에서 자라도록 유도하는 것은 유전자의 몫이다.

그러나 일단 신경섬유가 서로 연결되어 작동하기 시작하면 나머지 부분을 조율하는 것은 환경, 곧 유아기의 경험이다. 아기와 살을 부대끼며 놀아주고, 감정을 교류하며, 공감할 줄 아는 부모는 아기 뇌를 발달시키는 최적의 환경이다. 아이의 타고난 재능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서는 이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부모와 사회가 뇌의 발달 과정과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글·김보희
kakai@brainmedia.co.kr
도움 받은 책·《우리 아이 머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리즈 엘리엇,
《아기들은 어떻게 배울까?》 엘리슨 고프닉, 《0세 교육의 비밀》 시치다 마코토,
《아기성장보고서》 EBS 아기성장보고서 제작팀, 《두뇌를 알고 가르치자》 김유미, 《아기두뇌읽기》 군터 몰·랄프 다비르스·스베나 니스켄, 《매직트리》 메리언 다이아몬드·재닛 홉슨, 《뇌, 생각의 출현》 박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