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이 가을엔 * 權 千 鶴 -스무개의 가을 중 첫번째 기도
으레 한발 앞서 들이닥쳐 열정의 계절을 한바탕 흔들어대고 세상을 들었다 놓은, 청춘의 한 가운데를 긋고 지나간,
태풍 지나간 자리에 패인 상처에서 거듭 고개 숙이는 겸손을 배우게 하소서
마음 끝끝까지 펼쳐 모난 곳 덮는 보자기가 되게, 희미하게나마 어두운 곳 밝히는 60촉짜리 전깃불이라도 되게, 추위 앞두고 동당거리는 마음 감싸줄 털옷이 되게,
서로들 저만큼 서있는 사람들 반보기 하게 하소서 서툰 발걸음으로 징겅징겅 세파를 건너는 징검다리가 되게, 한 잎 한 잎 잘 썩어 겨울 잠 속에서도 싹 틀 준비하는 씨앗의 이불이 되게,
바람에 날려 흙으로 가는 잎새가 되어 무엇이든 되게 하소서 기어코 추락하게 하는 가을을 감사하게 하소서
가을과의 속 깊은 첫 만남을 축복하여 주소서 이 가을엔
*반보기:보고싶은 사람들이 서로 같이 떠나 중간쯤에서 만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