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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권천학 시인의 시.

천마리학 2010. 8. 23. 19:32

제목 홍합
작성일 2009-08-04 16:39 작성자 관리자 조회 281


홍합

홍합 / 권천학

취한 속 씻어내려고
홍합을 삶는다.
덜그럭거리는 껍질 골라 까먹는 동안
시원한 국물 맛에 쓰린 속 조금씩 풀리고
구겨졌던 시간들도 허리를 펴는데
끝내 입을 열지 않는 홍합이 있어
칼을 들이댄다.

끓여도 끓여도 열리지 않는 문
죽어서도 몸을 열지 못하는
그 안에 무슨 비밀 잠겼을까?
남의 속은 풀어주면서
제 속 풀지 못하는 홍합의 눈물
그토록 깊어 단단했구나.

들이댄 칼로 내 속을 찔리고 마는
죽어서도 못 열 비밀 하나쯤
간직하고 사는 붉은 니 마음
내 알리
알리

《 속담 속 바다이야기 / 국립수산과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