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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비들기

천마리학 2007. 2. 4. 22:29
 

  <동화>    

                                  비들기    *  

 

 

지성이는 올해 아홉 , 초등학교 3 학년입니다. 지성이는 다리를 약간 절뚝거립니다. 세살 먹었을 앓은 소아마비로 오른 다리가 약간 뒤틀린 굳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걸어가면 표가 납니다.  지성이는 엄마와 둘이 삽니다. 지성이가 다섯살 아빠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뒤부터 엄마는 시내에 있는 커다란 빌딩의 청소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몸이 약한 엄마에겐 청소를 하는 것조차 매우 힘드는 일입니다. 그래도 엄마는 돈을 모아서 지성이의 다리를 수술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생활비와 방세를 내고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는 것을 지성이는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눈까지 나빠져서 자주 안경을 바꿔야하는데도 돈이 없어서 안경도 제때 못바꾼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지성이는 말이 없고 조용한 편입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얼른 자라서 엄마를 도와야겠다는 생각, 무엇을 하면 돈을 많이 벌까 하는 생각, 어떻게 하면 다리를 고칠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 없기때문에 친구들도 많지 않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지성이 앞에서 다리를 저는 모양을 흉내내며 놀리기도 합니다. 어렸을땐 자기를 놀리는 친구가 있으면 달려들어 때려주기도 했고 싸우기도 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지성이는 달라졌습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어느 , 그러니까 일학년 때입니다. 친구가 다리병신이라고 놀렸습니다. 그래서 지성이가 친구의 멱살을 잡고 싸웠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서너 명의 친구들이 한꺼번에 지성이를 놀리며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갑자기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친구들이 자기를 다리 병신이라고 생각하는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학교에 가는 일이 두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걱정을 하실테니까요. 지성이는 점점 말이 없어졌습니다. 친구들이 놀릴 때마다 지성이는 말없이 고개를 숙여버리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재미있게 어울려 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지성이는 혼자 다니기 일쑤입니다. 학교에 갈때도 올때도 혼자입니다.

 

지성이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이름은 푸른 버드나무 입니다. 지성이네 집이 있는 골목길에서 나오면 차들이 다니는 4차선 길이 바로 푸른버드나무 이고 길은 지성이가 다니는 학교 앞을 지나서 시내쪽으로 이어지고 있는 길입니다. 지성이는 아직 푸른 버드나무 끝까지 가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길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까지 뻗어있는 지도 모릅니다.

집앞의 골목길을 나오면 만나는 푸른 버드나무 따라 곧장 오분쯤 걸어가면 푸른버드나무 살짝 오른쪽으로 꺾어졌다가 다시 왼쪽으로 펴지는데 바로 지점에 다리가 있습니다. 다리 직전에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길의 반대편으로 건너와서 다리를 건넙니다. 다리 아래로는 기차가 다니는 철길이 있어서 가끔씩 다리 아래로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하기도 합니다. 다리를 건너서 개의 사거리만 건너면 학교가 나옵니다. 번째 사거리를 건너기만 하면 바로 교문이 있습니다.

 

길을 지성이는 혼자서 다닙니다. 어쩌다 친구들과 함께 때도 있었지만 그럴 저만큼 뒤쳐져서 갑니다. 친구들이 절뚝이는 다리를 놀리는 같아 챙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혼자 다닙니다.

 

엄마는 그런 지성이를 눈치 채셨는지 지성이에게 다음에 수술을 해주겠다고 다짐하곤 하시지만 지성이는 그날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쓸쓸해집니다. 오히려 엄마가 걱정입니다. 얼마전 엄마는 얼마전 일하는 건물에서 청소를 하다가 계단에서 넘어져서 이마와 다리를 다친 일이 있습니다. 엄마는 다리를 헛디뎠다고 하셨지만 돈이 없어서 눈에 맞는 안경으로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성이는 압니다.

 

사실 지성이는 언젠가 아무도 모르게 첫번 사거리와 두번 사거리 사이에 있는 정형외과 병원에 들어가서 의사선생님께 다리를 고칠 있느냐고 물을 일이 있습니다. 엄마가 계단에서 넘어지기 전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수술비만 있으면 고칠 있다고 하셨습니다. 지성이는 어쩌면 다리를 고칠 있다는 말에 희망을 가지고 다시 물었습니다.

저어, 수술비는 얼마나 들어요?”

아주 많이 들지

의사선생님은 웃으셨습니다.

얼마나요?”

녀석참. 네가 대학교를 들어가는 돈보다도 훨씬 많이 들지

그때 지성이는 대학교에 들어갈 있는 돈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의사선생님의 대답에 그만 풀어 죽어버렸습니다.

작년에 지성이가 사는 주인 아들인 형이 대학에 가야하는데 등록금이 없어서 못간다고 울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형은 대학에 가는 대신 공장에 취직한다고 하면서 집을 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돈이 웬수지~”

후로 가끔, 주인집 아주머니가 한숨쉬며 탄식하는 것도 봤습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엄마가 어떻게 모을 있을까? 그리고 엄마의 눈도 수술해야 하는데. 돈때문에 안경도 제때 못바꾸는 엄마, 몸이 약한 엄마가 어떻게 많은 돈을 모을 있을까? 

그럴 때마다 아빠가 있는 다른 친구들이 부럽기만 할뿐입니다.

 

혼자서 푸른 버드나무 걸어 학교에 가는 지성이의  학교길이 언제부턴가 심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비들기들입니다.

 

비들기 친구들을 만난 것은 지난 어느 날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되어 지성이가  2학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새로 만난 친구들과  인사만 나누고 일찍 끝난다고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새로 만난 친구들이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왠지 기분이 갈아앉았습니다. 친구들도 다리병신이라고 놀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종이 울리자마자 교실을 나와버렸습니다. 고개를 숙인   교문까지 걸었습니다. 교문 사거리에서 빨간 신호등을 기다리며 괜스레 길바닥의 돌멩이를 발로 툭툭 찼습니다. 파란불이 켜지자 길을 건넜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곧바로 가야합니다. 오늘은 왠지 집으로 가고싶지 않았습니다. 저만큼 언젠가 들렸던 정형외과 병원의 간판도 보입니다. 보기 싫어졌습니다.

지성이는 왼쪽으로 돌아서서 우체국길쪽으로 가는 신호등을 기다리고 섰습니다. 길을 건넜습니다. 사실은 우체국길 두어 가본 일이 있긴 합니다. 길로 가면 공원이 있다는 것을 지성이는 알고있습니다. 지성이는 그날 문득 공원에 가보고 싶어졌던 것입니다.

 

공원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분이 벤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비들기들이 떼지어 모여앉아서 모이를 주워먹고 있었습니다. 어떤 여자아이가  모이를 주고 있었습니다.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가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지성이가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비들기들은 여자아이가 주는 모이를 열심히 주워먹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보고있는데 여자아이가 불쑥 손을 내밀었습니다.

너도 줘볼래?”

옥수수였습니다. 지성이는 엉겹결에 받아쥐었습니다.

줘봐 먹어

지성이가 옥수수를 던졌습니다. 날아가려고 하던 비들기들이 지성이 쪽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지성이는 비들기들에게 에워싸였습니다.

거봐, 먹지?:”

여자아이가 손을 털며 하는 말이었습니다.

지성이는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여자아이가 돌아가버리고 아저씨도 돌아갔습니다.

손에 남아있던 옥수수를 조금씩 던져주었더니 비들기들이 지성이를 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리쯤에서 비들기들과 헤어졌습니다.

 

집앞 골목 입구에 있는 방앗간 앞을 지나는데 비들기 생각이 났습니다.

길옆에 있는 방앗간집 쓰레기통을 뒤적거렸습니다. 얼굴이 익은 주인 아주머니가 나왔습니다.

찾니?”

옥수수가 있나해서요

옥수수? 그걸 뭐하게?

비들기 주려구요?

비들기?”

, 공원에 있는 비들기가 옥수수를 먹어요

아아, 비들기는 곡식이면 뭐든 먹는단다

아주머니는 따로 쓸어모아놓은 쓰레기통을 가리켰습니다.

거기엔 좁쌀이랑 쌀이랑 옥수수들이 흙이랑 티끌이랑 섞여있었습니다.

가져가도 돼요?”

그럼

지성이는 그날 부터 거의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떡방앗간 쓰레기통에서 곡식을 골라냅니다. 호호 불어서 비닐 봉지에 담아 주머니에 넣습니다.

어떤 날은 공원에 비들기 들이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몹시 서운했습니다.

학교가 늦게 끝나거나 엄마와 약속때문에 공원에 들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어느 교문을 나오는데 비들기들이 모여있었습닌다. 누군가 떨어트린 과자부스러기들을 주워먹고 있었습니다. 지성이는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비닐봉지를 꺼냈습니다. 비들기들의 모이가 떨어질 무렵 파란 불이 켜져서 없이 길을 건넜습니다. 건너와서 돌아보니까 비들기들이 하나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지성이가 손을 높이 들어 비닐봉지에서 꺼낸 모이를 뿌렸습니다. 지성이의 팔을 보고 알았는지 비들기들이 길을 건너지성이의 주위로 모여들었습니다. 지성이는 조금씩 모이를 뿌리면서 걸었습니다. 비들기들이 계속 따라오며 모이를 주워먹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한듯 바라보기도 합니다. 다리를 건너는 곳까지 왔습니다. 비들기들이 거기까지 따라왔습니다. 모이가 떨어졌습니다. 비들기들이 거의 먹는 보고 지성이는 돌아섰습니다. 그래도 비들기들은 다리를 건너 구부러진 길까지 따라왔습니다. 이상 모이가 없는 것을 알았는지 구부러진 근처에서 하나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지성이의 주머니엔 언제나 비들기 모이봉지가 들어있습니다. 지성이가 우체국길 공원에 가지 않아도 푸른 버드나무길에서 비들기들을 자주 만나곤 합니다. 비들기들은 지성이의 학교길 친구가 되었습니다. 다리도 함께 건너고 구부러진 길을 지나서 어떤 집앞 골목길까지 따라오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비들기들이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비들기들이 어디 다른 데로 여행을 떠난 거라고 생각할만큼 지성이의 마음은 느긋합니다.

며칠 만에 비들기들을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그럴 지성이가 반갑게 말합니다.

너희들 어디 먼곳에 다녀왔구나?”

그러면 비들기들이 푸드득 날개짓으로 대답하기도 합니다.

지성이와 비들기들은 그만큼 친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지성이의 성격도 많이 밝아졌습니다.

그런 지성이에게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지성이의 가슴에 희망이 생긴 것입니다.

월드컵 때입니다. 이제 지성이도 3학년이 되었습니다.

TV에서 우리나라 축구가 4강에 들게 되자 나라가 모두 들떠 있었습니다.

박지성선수가 맹활약을 하는 축구 중계를 보다가 문득 품게 희망입니다.

그것은  <나도 축구선수가 될수있다>였습니다.

평발인 박지성 선수가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하고 세계적 선수가 됐다는 아나운서의 말을 듣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도 다리를 고치면 뛸수있다!

이름도 지성이잖아!

하면 된다!

지성이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좋아, 한번 해보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부터 지성이의 성격은 많이 밝아졌습니다. 지성이의 변화에 엄마도 왠일인가하고 놀라는 기색이었습니다.

 

지성이는 조금씩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하는 축구경기에도 끼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애써 모은 돈으로 축구공도 샀습니다.

친구들이 돌아간 후에 혼자 남아서 공을 던지며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돌아올 비들기들에게 연습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다리를 건너곤 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어느 , 엄마가 몹씨 아팠습니다. 일하러도 못나가셨습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병원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며칠을 견디다 그럭저럭 나아서 다시 출근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성이의 마음이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엄마 때문일까? 아니면 추워지는 날씨 때문일까? 지성이 자신도 이유를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정말 나도 박지성 선수처럼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없어. 다리를 수술하지 않으면 축구선수가 없을 것이고 돈을 모아서 수술을 한다 해도 이미 때는 늦는거야. 지성이는 걷잡을 없이 우울해졌습니다. 열심히 비들기 모이를 준비하고 열심히 비들기들과 마음을 나누지만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의 게임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해도 절뚝이는 다리로는 따라잡을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파란 신호등이 켜지고 길을 건너는데 비들기 들이 나타났습니다. 지성이는 비들기 모이를 꺼내어 조금씩 던져주며 푸른 버드나무길 걸었습니다. 그러나 지성이의 마음은 다른 때와 달리 무거웠습니다. 그런 지성이의 마음을 아는 비들기들은 다리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서 구부러진 길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왔습니다.

너희들은 좋겠다. 훨훨 날아다닐 있어서

초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비를 맞으니 금방 추워졌습니다. 지성이는 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고만 가거라. 내일 만나자

그날 따라 집앞 골목까지 따라온 비들기들에게 지성이가 마지막 남은 모이를 털어주면서 말했습니다. 비들기들은 힘내! 지성아, 하고 하듯 푸드득 날개소리를 내며 머뭇거리더니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그날 집에 오자마자 지성이는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콧김이 뜨거워지고 온몸에  열이 나기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파지는모양입니다.

 

다음 아침 지성이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기침도 나오고 목도 아팠습니다. 숨도 쉬기 어려웠습니다. 엄마가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고 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서 하루 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주인집 아주머니가 주시는 해열제를 먹었습니다. 그런대로 괜찮아졌습니다. 바람에 엄마가 늦게 출근을 했습니다.

저녁에 돌아온 엄마 손에 쇠고기와 지성이가 좋아하는 소세지가 들려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는 자꾸만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지성이는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억지로 먹었습니다.

그날 저녁, 지성이는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절대로 축구선수가 없어요 엄마

미안하구나 지성아. 그렇지만 축구선구가 안되더라도 다리는 낫게 해줄거야.”

걱정은 하지마세요, 엄마. 제가 얼른 커서 엄마 수술부터 해드릴게요

엄마 걱정은 하지말아라

생각이 많아서 어른 같던 지성이는 오랜만에 엄마품에 안겨서 어린아기처럼 울었습니다. 엄마도 말없이 지성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다음 아침, 지성이는 쉬라고 말리는 엄마에게 괜찮다고 하면서 부득부득 학교에 갔습니다. 엄마가 걱정할까봐 이상 누워있지 않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괜찮을 것도 같았습니다. 가는 길에 떡방앗간에 들려 비들기 모이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도착하자마자 몸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첫시간이 마치고 조퇴를 했습니다.

푸른 버드나무 휘청휘청 걸어서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때까지 비들기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비들기들은 어디 먼데로 여행을 떠난 모양이구나 하면서 다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지성이는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돌았습니다. 견딜수가 없어서 다리 난간을 붙들고 겨우 섰습니다.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눈을 감았습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길로 내려서서 발자국 옮겼습니다. 순간입니다.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는 아찔하더니쓸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몸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차거운 길바닥이 느껴졌습니다. 손이 시려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주머니에 비들기의 모이봉지가 잡혔습니다. 그리고는 가물가물 정신을 잃었습니다.

저만큼 자동차들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위험한 순간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비들기들이 날아왔습니다. 처음엔 대여섯마리인가  했는데 순식간에 떼로 몰려왔습니다. 비들기떼들이 길바닥에 쓸어진 지성이의 주위에 새카맣게 몰려들었습니다. 지성이의 몸에 올라앉아 지성이를 쪼는놈들도 있고 길바닥에도 앉아 날개를 퍼덕거리는 놈들도 있습니다. 길바닥을 쪼는 놈들도 있는가하면 어떤 놈들은 낮게 날기도 하고, 푸드득 푸드득 요란하게 날개소리를 내는 놈들도 있고 위로 날아 올랐다 아래로 내려왔다 하는 놈들도 있고….차가 달리는  4차선 푸른 버드나무길 구구구 요란한 비들기들로 막혀버렸습니다. 길바닥엔 비들기 모이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갑자기 몰려든 비들기 떼에 놀라 오가는 차들이 모두 섰습니다. 길바닥에 가득 내려앉아서 푸득거리는 비들기떼들을 보고 차에 차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살피는 사람도 있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성이가 정신을 차린것은 다음 시내에 있는 종합병원에서였습니다.

 지성아 정신이 드니? 엄마야

엄마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손을 잡고있는 엄마의 체온도 느껴졌습니다.

분홍빛 가운을 입은 간호사누나가 지성이의 입에서 체온계를 뽑아보더니 정상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지성이의 이마를 짚어보고 눈꺼풀도 뒤집어보았습니다.

이제 걱정 말아라. 얼른 나아서 축구선수가 되어야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축구선수가 되려면 건강해야 . 알았지?”

엄마는 나가는 의사 선생님의 등을 향해 눈물을 훔치며 연신 인사를 했습니다.

엄마, 축구선수가 될수있다구요?”

그래. 그렇단다

지성이는 급성 폐렴이었다고 합니다. 길에 쓸어진 지성이는 차에서 내린 누군가에 의해서 병원으로 옮겨왔고 놀라 달려온 엄마로부터 사정 이야기를 들은 병원에서 지성이의 다리를 무료로 수술해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꿈은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지성이는 벌떡 일어나고 싶었지만 꿈이 깨질까봐서 눌러 참았습니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우루루 친구들이 선생님을 따라 몰려들어왔습니다.

꿈이 아니구나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괜찮니?”

지성이는 선생님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비들기 대장이라며?”

친구들이 말했습니다.

“...?....”

그때 창밖에서 푸득푸득 내려앉는 비들기들이 보였습니다.

저봐. 맞잖아. 벌서 쫄짜들이 왔잖아

친구들이 모두 박수치며 웃었습니다.

아하, 그랬구나.

그제서야 지성이는 어제일이 모두 떠올랐습니다. 

고마워 비들기들아

비들기 마리가 구구구 응답했습니다.

 

<51 / 2007 2 4 잠못 이룬 새벽. 토론토에서>

 

Ari 에게 들려주는 할머니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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