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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ice age, 먹성 좋은 도리 복숭아 1개거뜬!

천마리학 2012. 4. 25. 22:45

 

 

 

*2011년 8월 9일(화)-ice age, 먹성 좋은 도리가 복숭아 1개 거뜬!

828.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수영장에 가려던 계획도 외출할 계획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집에 있으니 정말 아리와 k의 건사 때문에 편한 순간이 없다.

아빠가 퇴근하신 후 저녁에 온 가족이 함께 보기라고 수없이 말하고 그동안 그렇게 강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k는 엄마에게, 또는 할머니에게 헤리포터를 보자고 끝없이 졸라댄다. 철이 없는 것인지, 사고의 능력이 없는 건지···

결국 엄마는 에니메이션 어린이용 영화 <ice age 2>와 <뮬란>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치했다. 최소한 우리 가정의 ‘다 같이 본다’는 영화보기 규칙은 지킨다는 자존심(?)을 위하여(?)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조용하다. 여전히 k의 고정석이 되어버린 아빠의 자리, 소파의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서.

 

 

 

 

 

 

 

 

오후 간식으로 복숭아 한 개씩을 먹는데, 할머니가 도리를 안고 복숭아를 먹여봤다.

껍질을 이로 까내고 속살만 먹이는데,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먹는다. 물렁물렁한 부분은 물이 많이 나오니까 제법 과육을 떼어먹는다. 딱딱한 부분은 할머니가 대충 질겅질겅 씹어 무르게 한 다음 대 주면 쪽쪽,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복숭아크기가 작은 편이긴 했지만 할머니의 복숭아를 거의 3분의 1가량 도리가 먹었다.

“도리야. 할머니 껄 또 다 뺏어먹었어? 그래도 예뻐. 잘 먹고 잘 자라거라. 까꿍!”

도리는 방실방실. 정말 예쁜 우리 도리!

빵조각이나 케익 조각 등을 입에 넣어주면 처음엔 얼굴을 찡그리며 오물오물, 음식맛을 음미한다. 그러고나서 다시 넣어주면 받아먹기 시작하는데,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할머니가 ‘냠냠! 야미야미!’하며 입소리를 내주면 할머니 입을 유심히 바라보고는 알았다는 듯이 몸을 들썩이고나서 또 오물오물.

 

 

 

 

 

 

 

 

도리의 식성이 좋고, 먹는 양도 제법 많아졌다. 토스토도 1TS 정도의 넓이정도 먹더니 오늘은 그 보다 더 많이 먹었다. 케잌도 조금씩 떼어서 입에 넣어주면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잠시 뜸을 드리면 어느 사이 다 먹고 또 달라는 표정으로 할머니를 빤히 올려다보며 몸을 출렁댄다.

오늘도 여전히 아리와 k 사이의 자잘한 다툼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보낸다. 둘이서 잘 놀면 좋겠는데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리는 속없이 ‘k, k, 플레이 위즈 미!’ 하고.

k는 묵살하고. 그러다가 자기 좋아하는 것 있으면 하거나, 싫으면 혼자서 계단에 앉아서 잠시 궁리를 하거나··· 그럴 때마다 아리가 몹시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

k은 자주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올린다. 어린이답지 않게, 나이답지 않게. 끊임없이 뛰노는 아리와는 천양지판이다.

k의 그런 모습은 게을러 보이기도 하고, 과체중인 몸이 무거워서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집에서 평소에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그저 하자는 대로 편하게만 해줘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여기서도 항상 소파에 바로 앉는 법이 없이 가로로 길게 걸치거나 소파를 온통 다 차지하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걸 보면 그렇다. 그 뿐이 아니라 심부름을 시켜도 하지 않는다. 심부름을 시키면 하지 않을 뿐만 아니가 아니, 나에게? 하면서 심부름 시킨 것에 대하여 자신을 미워하거나 하대(下待)하는 걸로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이 역력하다.

 

 

 

 

 

 

 

할머니가 도리를 안고 있을 때, 어쩌다가 거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달라고 하면 꼭 토를 단다. 또 이부자리를 개키는 일을 시켜도 절대로 하지 않다가 아리가 나서서 하면 지켜보고만 있거나, 그 때 엄마나 할머니가 주변에 있으면서 아리, 잘하는구나 하고 칭찬을 하면 뒤늦게 가서 합세해서 나꿔채버리고, 나중엔 제가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스스로 말한다.

아리와 함께 놀고 나서 방안 가득 어질러진 장난감들을 치우지 않는다. 아리가 먼저 하면 지켜보거나 역시 어른들이 주변에 있으면 겨우 하는 척으로 때우기 일쑤. 그런가하면 ‘타이디 업!’ 하면서 치우라고 시켜도 아리 핑계를 댄다. 아리가 갖고 놀았다거나. 니가 더 많이 놀았잖아, 하고.

물론 아리도 함께 놀았잖아? 하고 반발하기도 하지만 허공의 메아리. 그래도 아리는 혼자서 가끔 스스로 치우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리가 소리 없이 사라져서 뭐 하는가 살펴보면 이부자리를 혼자서 개키기도 하는데 k는 전혀 그렇지 않다.

 

 

 

 

 

 

 

평소 생활태도가 그런지 아니면 집 떠나와서 그런지 모르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집 떠나오면 더욱 안하던 일도 하는 법인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끔 잠자리를 정리하라고 하면 으레 아리를 걸고 넘어지는가 하면 마지못해 하긴 하는데 꼭 아리에게 딴지를 걸거나 아리와 함께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