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827-뮤직가든. 사진찍기, k의 이가 빠지다.

천마리학 2012. 4. 21. 02:41

 

 

 

*2011년 8월 8일(월)-뮤직가든. 사진찍기, k의 이가 빠지다.

827.

 

 

여전히 우리집은 아리와 k이 때문에 전쟁 중이다.

k이 학원에 가지 않고 온종일 함께 해야 하니 더욱 그렇다.

오늘은 뮤직가든에 갔다. 놀이를 하면서도 아리와 k의 다툼은 끝이 없다. 아직도 메일룸에 가거나 콘도현관의 자동키 눈을 맞출 때,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를 때··· 경쟁을 계속한다.

이제 두 주일이 지났으니 삭을만도 한데 k의 경쟁의식과 상황판단의 오류는 계속된다.

아리가 콘도 현관문 가까이 가면 버튼을 먼저 누르려고 하는 기색을 알게 되면 가만히 있다가도 재빨리 달려가서 아리 앞질러 바로 앞에서 버튼을 팍 눌러버린다.

엘리베이터 복도에 갈 때도 할머니 곁에서 이야기하며 걷다가도 몇 걸음 앞서간 아리가 걸음을 빨리해서 엘리베이터 버튼으로 다가가면, 후다닥 달려가서 아리의 손가락을 제치고 버튼을 눌러버린다.

 

 

 

 

 

 

 

 

오히려 요즘은 아리가 방법을 모색하는 편이다. 그 모색의 방법이 아리 자신이 포기하는 것이거나, 조건을 거는 것이다. 이를테면 콘도현관의 밖의 문을 k이 재빠르게 눌러버렸으면 그 다음 안쪽문은 자신이 누르겠다고 말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k가 눌렀으면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서 층의 버튼은 자기가 누르겠다는 것. 그런데 선수를 빼앗긴 아리가 그런 제안을 무시하고 들은 척도 안 하는 k는 두 번째 버튼마저 탁 누르고, 보라는 듯, 묘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우, 할머니는 한 번도 그 자리에서 k를 나무라본 일이 없다. 오히려 속상해하는 아리에게 그런 걸 가지고 왜 그러느냐고 나무라곤 했다. 그 상황에서의 할머니 마음도 아리마음 못지않게 복잡하고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도 k는 태연하고 다음에도 역시 그런 행동을 계속한다. 그 당시가 아닌, 다른 때에 k에게 그런 건 좀 양보하면 되지 않느냐고 타일러보아도 소용이 없다.

k는 여전히 사진을 찍을 때도 혼자 찍으려고 하고, 어쩌다 아리가 끼어들면 매우 불쾌하게 투덜대며 내쫒는다. 오늘도 마찬가지.

 

 

 

 

 

 

 

마린 퀸(Marin Quin) 부두까지 다녀서 집에 돌아오는데, 벌써 k는 집에 가면 해리포터를 보자고 한다. 그 소리를 들은 엄마도 할머니도 그저 묵묵부답. 할 말이 없다. 어떻게 그렇게 철저하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지 철이 없어도 이렇게 철이 없을 수 있을까? 이해되지 않는 기분이다. 마치 무슨 꾀임에 빠져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려서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돌려먹곤 한다.

기어이 해리포터를 보면서도 우리 식구들은 유쾌하지 않다. 그런데도 어린 아리는 간혹 아빠에게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질문하고 무서운 장면에서 움츠리기도 하는 등 반응을 보이고, 오직 k는 완전 도외시하는 태도로 냉냉하다가 가끔 재미있어 큰소리로 혼자서 깔깔대며 웃곤 하면서 영화를 즐긴다. 어른들은 그런 k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영화보기를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k의 이가 빠졌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

한국에서부터 조금씩 흔들렸던 거라고 말한다. 할머니가 냅킨을 접어 이 사이에 끼우고 있도록 해주고, 화장실의 세면대에 묻혀놓은 핏자국들을 씻어내고, 뒤처리를 했다.

엄살도 심하지만 그게 어린 탓이니 귀엽게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