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정보

충고보다는 자녀를 특별한 존재로 인정해주세요

천마리학 2012. 2. 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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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와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가 전개하는 세계시민교육 캠페인은 아동권리교육, 나눔교육, 부모교육, 나뉘어 2011년 6월부터 12월까지 매 회 더나은미래 지면을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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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행복한 자녀 위한 부모교육 전문가들의 좌담회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충고·핀잔만 하려 들어
부모의 지나친 욕심으로 공부 몰아붙이기도
가족 중심 활동 늘리고 아이 그대로를 인정해야

 

부모는 자녀의 '창(窓)'입니다. 자녀는 부모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또 호흡합니다. 부모의 성격, 가치관 그리고 교육이 자녀의 성장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행복한 자녀를 위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까요. 더나은미래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굿네이버스와 함께 '세계시민교육'의 세 번째 시리즈로 '부모교육'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녀들과 소통하며 함께 비전을 세운 부모의 사례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방법들을 소개해왔습니다. 그리고 '부모교육' 시리즈의 네 번째 순서로 특별한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허인정 더나은미래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정채옥 열린부모교육학회장, 이영 육아정책연구소장,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최지순 굿네이버스 아주좋은이웃 심리치유센터장,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 등이 모여, '좋은 부모, 행복한 자녀'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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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행복한 자녀’를 위해 머리를 맞댄 전문가들. 왼쪽부터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정채옥 열린부모교육학회장, 이영 육아정책연구소장, 백선희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지순 굿네이버스 아주 좋은 이웃 심리치유센터장, 한유정 굿네이버스 교육팀장. / 굿네이버스

 

 

―부모 교육이 왜 필요합니까

정채옥=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시대가 급변하면서 가족의 유형이나 역할이 바뀌고 양육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남녀 역할이나 평등 개념이 달라지고 핵가족화되면서 부모의 책임이 한층 커졌는데, 부모 세대가 교육받았던 방식으로는 아이들을 키울 수 없게 된 것이죠. 부모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아이들을 키우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최지순= 심리치유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자신의 아이들을 너무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생각에 대해 귀 기울여주고 받아들여 주는 마음가짐인데,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충고하거나 판단하려고 합니다. 자기 아이들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질책하면서도, 아이들을 인정해주지는 않습니다.

장화정= 학대와 체벌을 하는 부모 중 상당수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아이는 발달 단계에 따라 미운 짓도 하고, 성적인 행동도 하는데 이런 행동에 대해 이해가 없으면 계속 혼내고 때리기까지 합니다. 부모가 아동 교육에 대해 무지해서 생기는 학대인데, 스스로 배우거나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또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아이를 몰아붙이는 경우도 많아요. 어떤 가치관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부모 교육이 시급한 때입니다.

―그럼 이 시대에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가요.

이영=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특별한 존재로 느끼도록 부모가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회고록을 보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괴짜로 지냈지만, 부모가 항상 특별한 존재로 인정해줬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어림도 없는 얘기지요. 우리나라는 육아 관련 '정보'는 넘치는데 부모와 자녀 사이가 돈독해지기 위한 '실천'은 오히려 소홀히 합니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서 둘을 분리해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산후조리원까지 있습니다. 가족 중심 문화의 확산이 절실하고, 아이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정채옥= 우리 사회에서 성취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취를 하고도 불행한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은 주목해 봐야 합니다. 돈 많이 벌어서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을 교육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 돼요. 특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지는 않은지, 체크해 봐야 합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들어갔다고 만족하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 깁니다.

백선희= 청소년들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담보 잡힌 인생입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해 숨 쉴 시간조차 주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키워서 건강한 아이, 행복한 아이가 될지는 정말 의문입니다.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인격체로 존중하고, 하고 싶은 일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데, 요즘은 과보호 속에서 실패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크게 됩니다. 작은 실패와 성공을 자꾸 경험해 봐야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할 수 있는데, 어렸을 때 그 경험을 못 하니, 정작 30~40대에 실패하고 인생이 꺾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실패를 책망하지 말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부모, 행복한 자녀를 위해 사회의 어떤 부분을 바꾸어야 할까요.

장화정=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인 정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육아 휴직, 출산 휴가는 물론이고 학부모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휴가를 주는 등, 세심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굿네이버스 같은 시민단체가 '찾아가는 부모교육'을 할 때 학교, 군부대 등에서 교육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지순= 심리치유센터를 운영하며 부모 상담을 많이 해봤지만, 일시적 대응은 효과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부모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집단 프로그램과 부모 역할 코칭을 한 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진행해 봤습니다. 그 세 가지를 경험한 부모들은 확실히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부모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 자녀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게 필요합니다.

백선희= 가족의 충분한 역할을 고려한 정책 수위를 국가가 고민해야 합니다. 1980~2000년대 일본의 복지 정책은 삶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은 청소년 센터로, 어르신은 보호기관으로 보내는 등으로 진행돼 왔는데, 그 결과 가족이 해체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복지가 삶의 어려운 점을 도와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가족을 중심으로 한 통합적 고려가 우선 되어야 합니다.

이영= 그렇습니다. 서비스가 너무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 가족이 완전 해체되는 현상이 생깁니다. 요즘 엄마들은 일을 안 하면서도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자녀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은 부모예요. 아이를 사랑하고, 가장 빠르게 반응하고, 대응하기 때문이지요. 부모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없을 때 전문가가 보조하는 것이지, 돈이 있다고 혹은 정부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이런 역할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부모' 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백선희=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녀 간의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배워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요. 저는 하루에 두 번 청소년 자녀를 안아주며 친밀감을 키웁니다. 그리고 자녀의 친구들까지도 챙깁니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키운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채옥= 우리나라 부모들은 지나치게 자녀에게 자신의 인생을 다 바칩니다. 그래서 보상심리도 생기지요. 적절하게 관계를 형성하면서 둘 다 윈윈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또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최지순= 어떤 엄마는 상담을 한 후, 아이를 잘 키우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어요. 요즘 시대에 과연 그것이 해결책일까요. 양보다는 질이 중요합니다. 적은 시간이라도 아이와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스킨십해야 합니다.

이영= 아이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주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과거 자신이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나 결정은 미래를 사는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낼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허인정 더나은미래 대표

정리=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