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아 수출’, 갈 길 먼 국내 입양 <앵커 멘트> 티없이 맑게만 보이는 이 아이들은 친부모의 손을 떠나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입니다. 한때 고아 수출국 1위라는 오명을 불식시키려고 정부가 몇 년 전부터 해외입양을 제한했는데요, 대신 국내입양을 촉진하기 위해 이렇게 입양대기 아동들로 홍보영상까지 만들었지만 입양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제6회 입양의 날인 오늘은 우리나라 입양 문제에 대해 살펴봅니다. 먼저 정홍규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신림동에 자리잡은 이종락 목사의 교회 건물에는 아기들을 놓아두는 작은 함이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이곳에 버려진 아기는 모두 16명. 대부분 미혼모들에게 버려진 장애아들이었습니다. 이런 아기들을 하나 둘 맡아 키우다 보니 어느새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아빠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종락(목사) : "장애 아이들도 입양돼 축복받으면서 살 수 있다. 제가 입양 대사가 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걸 보고 장애 아이들을 입양할 수 있도록..." 해외 입양을 앞둔 아이들을 위해 한 입양기관이 합동 돌잔치가 열었습니다. 몸무게 790그램의 미숙아로 태어난 주은이, 위탁모의 보살핌 속에서 1년 만에 8.6킬로그램의 건강한 아기로 자랐지만 두 달 뒤면 미국으로 떠나야 합니다. <인터뷰> 최순미(위탁모) : "미숙아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후유증도 있다 보니까 국내 입양이 많이 어려워요. 그래서 그게 마음이 더 아프죠." 구개파열 장애가 있는 민지, 필리핀계 혼열인 지민이도 모두 국내에서는 새 부모를 찾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진숙(동방사회복지회장) : "여자 아기를 선호하고 건강한 아기, 혈액형이 같은 아기, 심지어는 사주까지 보는 경우 가 있다 보니..." 지난해 국내 입양된 장애 아동은 단 47명. 해외 입양의 1/4도 채 안 됐고, 남자 아이의 국내 입양은 여자 아이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국내입양이 제자리라면 시설에서 자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질텐데요. 디지털 스튜디오에 김민철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현재 입양 추이는 어떤가요? <답변> 네, 먼저 국내와 해외 입양추이를 보면 지난 2006년 이후 해외입양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실시한 뒤 이처럼 해외입양이 점차 줄어 들어 올해는 천 명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시설 등에서 보호중인 요보호 아동이 한해 9천명이나 되는 현실에서, 국내 입양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몇 년째 천 4백명 안팎에 머물러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엔 입양뒤에 입양관계를 끊는, 파양 건수가 크게 늘어서 입양건수의 절반을 훌쩍 넘는 8백건 이상이 파양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을 참사랑으로 키우는 입양 부모들이 있어서 김나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예순의 나이에 아이들과 놀아주기 바쁜 탁정식 씨. 정부기관의 방호원으로 넉넉치 않은 생활이지만 입양한 자녀가 여덟 명이나 됩니다. 다섯 명에겐 크고 작은 장애도 있습니다. 친부모에게 버려지고 입양에서도 소외됐지만 새 부모를 만나 미소를 찾아갑니다. <인터뷰> 강수숙 : "다른 사람들은 아이가 많다고 해도 저는 많다는 생각 안들어요. 입양돼야 할 아이들이 너무 많은 걸 알기 때문에요." 남들이 꺼리는 아이를 더 보듬고 싶은 게 남은 소망입니다. <인터뷰>탁정식 : "잘생긴 인간이든 못생긴 인간이든, 능력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녹취> "가자~ 하하하!!!" 다녕이와 다윤이네도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태어나면서 만난 가족은 아니지만 친아들인 오빠와도 스스럼없는 가족이 됐습니다. <녹취>송다녕 : "엄마 아빠는 저를 키우는 재미가 너무 좋아 동생도 입양하셨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입니다." 가족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입양가족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강은미 :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고, 한 명이라도 보고 입양해도 저렇게 살 수 있구나 할수 있게." 새 부모를 만나 행복을 찾은 아이들, 하지만, 이런 행복이 멀기만한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앵커 멘트> 저 아이들처럼 모든 아이들이 더이상 버림받는 일 없이 행복하게 자라도록 해야 할텐데 김기자, 대책은 없나요? <답변> 네, 그동안은 입양기관을 통한 입양활성화에 주력했다면 이젠 입양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리포트> 미혼모인 신 씨는 2년전 딸 지아를 임신한 뒤, 한 입양기관의 안내로 해외입양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출산 뒤 크는 모습을 보고는,형편이 어려워도 스스로 키우기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신00(미혼모) : "내가 키워야되겠다. 좋은 환경이 아닐지라도 엄마가 키우는게 옳다, 내가 엄마니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입양 아동 열에 아홉은 미혼모의 아이들인게 현실입니다. 친자식과 떨어지는 아픔에도 주변 시선 때문에 숨어 울던 미혼모들이 입양의 날인 오늘 말문을 열었습니다. 입양보다 친가족보호가 먼저라는 겁니다. <인터뷰> 목경화(한국미혼모협회장) : "입양이 최상의 선택이 아니라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되지 않느냐. 우리 미혼모 엄마들도 내 아이 내가 키울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혼모가 친자식을 키울때 지원하는 양육비는 불과 10여만원. 입양부모나 시설에 대한 지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 김도현(목사/입양인 위한 ’뿌리의 집’ 대표) : "보다 더 인간성과 모성애의 인권을 존중 하는 그런 방식으로 법이 개정돼야 된다..." 또, 미혼모들이 입양을 결정할 때 충분한 시간을 주는 입양숙려제나, 법원을 통한 입양허가제 도입 등 친생부모와 아동 권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입력시간 2011.05.11 (22:10) 김민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