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물컹에 대하여 천마리학 2017. 11. 14. 05:24 물컹에 대하여 * 권 천 학 홍시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물컹 씹히는, 씹힐 것도 없는 물컹거림이 이렇게 단맛일 줄이야 늘 단단하려고만 했다 물컹거림은 그저 허물렁이거나 흐리멍텅이어서 속도 배알도 없는 것인 냥 굳은 혀, 굳은 어깨, 굳은 뼈마디, 굳은 골통 붉어지지 않고는 물컹해질 수 없고 맛 들기 전에는 붉어질 수 없고 단단하지 않고는 맛이 들 수 없고 연한 순(筍)이었기에 단단해져야했던 모든 존재는 물컹하다 물컹에서 시작하여 물컹으로 돌아오는 단순논리의 먼 길 꽃을 피워보고, 지워도 보고 시어도 보고 떫어도 본 후에 비로소 닿은 본성 봄에 시작하여 서두르지 않고 뚜벅뚜벅 가을이 되어서야 내놓는 대기만성의 열매 초겨울 빈 하늘에 순교자로 매달리기까지 서리 맞으며 물컹해지기까지 매만진 생애가 달디 달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